-‘디멘시티9000’, 삼성 파운드리 아닌 TSMC가 생산...“삼성 선택, 이례적”
-GOS 사태로 ‘하드웨어’ 신뢰 악화...경쟁사 외주 통해서라도 회복할지 ‘초단수’ 주목
삼성전자가 차후 갤럭시A 시리즈 모델에 탑재될 AP칩으로 대만업체 ‘미디어텍’의 제품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 이목이 쏠린다.
미디어텍의 AP칩은 삼성 파운드리가 아닌 TSMC 공정에 의해 생산되는 제품으로, 이를 두고 삼성이 최근 갤럭시폰 발열 논란과 관련해서 하드웨어 한계에 대한 지적을 인정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경쟁사에 칩 생산을 맡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진다.
파운드리 최대 경쟁사 TSMC의 점유율을 좇기 위해 생산라인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최근 행보와는 상반되는, 이례적인 결정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삼성이 갤럭시폰에 들어갈 AP칩 생산을 경쟁사 외주에 대량 맡기기로 한 것이 사실이라면, 분명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스마트폰의 발열 논란에 대한 원인이 자사 파운드리로 생산한 AP칩에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인데, 그만큼 현재 삼성의 하드웨어 기술력에 대한 고객사 신뢰가 불안정하다는 것이며 삼성 입장에서는 파운드리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스마트폰 사업까지 내려놓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삼성의 이번 조치가 GOS(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 사태로 위기를 맞은 갤럭시폰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초단수가 될지 주목된다.
이 관계자는 “물론 삼성이 AP칩 외주 생산을 결정하더라도 중저가폰 모델인 갤럭시A 시리즈에 한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두보 전진을 위한 한보 후퇴 전략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여전히 차기 플래그십폰에는 자사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한 엑시노스 또는 스냅드래곤 탑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5일 대만 현지 정보통에 따르면 차후 갤럭시A 시리즈의 최고급 모델에는 미디어텍의 ‘디멘시티9000’ AP칩이 탑재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미디어텍이 최근 삼성에 납품할 AP칩으로, 기존 제품 대비 GPU클럭과 CPU클럭을 좀 더 높은 버전으로 커스토마이징(고객 맞춤형) 제작해 대량 생산에 돌입했다는 소식이다.
이달 17일 공개될 것으로 보이는 갤럭시A53·73 모델에는 각각 ‘엑시노스1200’과 ‘스냅드래곤 778G’ 탑재가 유력하지만, 이후 출시될 모델에서는 미디어텍의 AP칩인 디멘시티9000이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정보대로라면 삼성이 갤럭시A 시리즈 중 갤럭시A12·32 등 저가 모델이 아닌, 최상위 모델에 미디어텍 AP칩을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가 된다. 최근 GOS 사태를 필두로 크게 불거진 갤럭시폰의 발열 논란과 관련해, 삼성이 미디어텍 AP칩을 플래그십폰에까지 적용할 수도 있다는 추측까지 제기된다.
이번 GOS 사태는 갤럭시S21 시리즈에서 이미 절정에 다다랐던 발열 논란을 더욱 부각하게 시키는 악재로 작용했다. 이는 더 나아가 삼성 하드웨어 기술력에 대한 문제를 또다시 심판대에 올리는 격이 됐다. 퀄컴의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 모두 삼성 파운드리에서는 발열 문제가 지속 대두된 반면, TSMC에서 생산한 같은 AP칩에서는 관련 논란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삼성은 발열 문제에 대한 논란을 소프트웨어로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 기술력을 개선함으로써 ‘기술의 삼성’을 다시 한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