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 물가인상율 ↑, 예상 성장율 ↓
3월 10일 목요일(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후 2시 30분),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이상 ECB)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더 심화되고 있는 유로존의 인플레에 대응하기 위한 방책으로 이제가지 실시해오던 국채발행 및 매입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감축해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지를 비롯한 세계 유력 경제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사에 위치한 ECB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각종 정치경제적 불확실성과 유로존 내 회원국들 사이의 각기 상이한 입장과 논쟁에도 불구하고, … 유로존 통화 정책을 빠른 속도로 긴축 모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르면 올해 여름까지 국채 매입을 전면 폐지해 나갈 것”이라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인 목요일 유럽연합 이사회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ECB는 지금까지 코로나 경기부양책으로 실시해 오던 팬데믹 비상 채권매입 프로그램(Pandemic Emergency Purchase Program, PEPP)을 3월 말까지 종료하게 된다. 오는 2024년까지 만기에 도달한 채권은 신규 발급될 채권으로 대체해 나가기로 하는 한편 기준 자산매일프로그램(APP) 를 통한 국채 매입은 올해 6월 말일로 종료된다.
ECB는 또 예상 인플레율와 경제성장율을 수정했다. 인플레율은 3.2%→5.1%(2022년), 1.8%→2.1%(2023년), 1.8%→1.9%(2024년)로 상향 조정하고, 경제성장율은 4.2%→3.7%(2022년), 2.9%→2.8%(2023년)로 하향 조정했다.
또 라가르드 총재는 당장 은행 기준금리 인상은 고려중이지는 않으나 인플레 상승율이 안정화되지 않을 경우 빠르면 수 주일에서 늦으면 수 개월 내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유로존 금융부문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 3분기 내 APP 국채 매입 중단, 2022년 내 한 두 차례의 은행기준금리 인상, 연말 내 예금이율 상승(현재 유로존 예치율은 -0.5%)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한다.
유럽중앙은행이 이같은 발표를 하게 된 배경엔 통화정책계의 ‘비둘기파’로 알려져 있는 필립 레인(Philip Lane) ECB 수석경제학자가 표방해오던 소프트 통화정책의 영향이 크다고 독일 경제일간지 『한델스블라트』는 평가했다. 또 독일 경제주간지『비어차프트보헤』의 말테 피셔(Malte Fischer) 민간경제부문 수석기자는 그같은 통화정책을 가리켜서 가파르게 진행중인 물가인상에 소심하게 대응하는 ‘게으른 타협안’이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ECB가 진정 물가인상 데이터의 조심스런 관망과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할 의도였다면 ECB의 2%대 예상 물가인상율 이상 급등하기 시작한 2021년 7월부터 행동을 취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예상 물가인상율을 조정하라는 금융업계와 기관의 다수 경제전문가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ECB측은 아주 최근까지도 유로존 물가인상율을 단기적 현상이라고 말하고 인플레 요인 - 가령 고액 정부예산 지출, 탈탄소정책, 경제의 탈글로벌화 등 - 의 고비용 정책 추진을 고수해왔다.
이상 ECB의 국채 발행 테이퍼링 선언과 인플레율 상향/성장율 하향 조정이 美 금융가에 부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유로화는 장 초반기 반등세에서 잠시 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