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인수하면서 게임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를 통해 20여년 동안 콘솔게임사업을 전개했으나 항상 플레이스테이션에 발목을 잡혔다. 플레이스테이션 2 시절이었던 2000년대 초반에는 플레이스테이션 2의 강력한 서드파티에 의한 힘의 차이가 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니만큼의 서드파티를 확보하지 못했고 오리지널 게임 제작도 부족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 라이브를 통한 콘솔 게임이 온라인 시대를 열었고 번지소프트를 통해 ‘헤일로’의 시작을 알렸다. ‘헤일로’는 콘솔게임으로 FPS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엑스박스는 PC와 유사한 설계로 PC로 게임을 제작했던 회사들이 콘솔게임으로 방향을 전환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엑스박스 360은 플레이스테이션 3와 거의 대등한 위치까지 성장시켰다. 에픽게임즈의 ‘기어즈 오브 워’는 콘솔의 온라인 멀티 플레이를 유행시켰고 서드파티를 대거 확보하면서 엑스박스 360은 큰 성공을 거뒀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 3보다 게임 퀄리티가 더 좋았고 FPS 등의 슈팅 게임이 인기를 얻으면서 ‘콜 오브 듀티’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게임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 3 역시 강력해진 내부스튜디오를 통해 ‘언차티드’나 ‘라스트 오브 어스’, ‘갓 오브 워’ 같은 독점작을 통해 결국은 엑스박스 360을 능가하며 플레이스테이션 브랜드의 저력을 확인시켜 줬다. 매년 출시되는 ‘콜 오브 듀티’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게임이 됐고 테이크투의 ‘GTA’ 시리즈도 지구촌 최고의 인기 게임이 됐다.
3번째로 맞붙은 플레이스테이션 4와 엑스박스 원은 플레이스테이션 4가 싱겁게 승리를 거뒀다. 강력한 내부 스튜디오가 출시한 독점작과 서드파티의 게임들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압도했다. 특히 엑스박스원은 플레이스테이션 4 보다 낮은 성능과 키넥트 기본탑재 등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의 마이크로소프트 게임사업부를 이끄는 필 스펜서가 게임사업수장이 된 이후 상황이 조금씩 반전됐다. 게임패스를 통해 구독형 게임 서비스를 탄생시켰고 이는 사용자들에게 커다란 호평을 받았다. 게임패스는 조금씩 엑스박스 원 사용자를 증가시키는 한편 약점으로 평가받던 내부 스튜디오도 점점 강화해 나갔다.
또한 하위호환을 강화하면서 엑스박스 360은 물론 엑스박스 시절의 게임까지 더욱 좋은 환경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고 이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내부스튜디오를 보강했다. 2014년에는 ‘마인크래프트’로 유명한 모장을 인수했고 닌자시어리, 플레이그라운드게임즈, 옵시디언 등을 2018년에 인수했다.
지난해 연말, 플레이스테이션 5와 엑스박스시리즈엑스가 4번째로 맞붙었다. 현재까지의 승자는 플레이스테이션 5다. 인섬니악이 개발한 ‘마블스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와 ‘라쳇 앤 클랭크’가 좋은 평가를 받았고 소니 퍼스트파티들이 출시할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나 ‘호라이즌 포비든 킹덤’ 등이 큰 기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본체는 출시했으나 정작 전용 게임은 출시하지 못했다. 본체와 동시에 출시했던 ‘헤일로’ 시리즈의 신작 ‘헤일로 인피니트’는 공개 이후 엄청난 악평을 받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출시를 연기하기에 이르렀다. 이 게임은 지난해 12월에 출시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엑스박스시리즈엑스는 강력한 하위호환과 게임패스로 사용자들을 끌어들였다. 사실상 엑스박스 360 이후로는 플레이스테이션과 서드파티에서 커다란 차이가 없어졌고 서드파티 게임을 통해 출시 1년을 유지해 왔다.
이후 2020년에는 제니맥스 미디어를 인수하면서 ‘엘더스크롤’, ‘폴아웃’, ‘둠’, ‘울펜슈타인’, ‘디스아너드’ 등의 IP를 보유하게 됐다. 특히 제니맥스는 베데스다, 이드소프트, 아케인스튜디오, 탱고게임웍스, 머신게임즈 등 다양한 스튜디오를 보유했고 이들은 모두 마이크로소프트 내부 스튜디오가 됐다. 따라서 이들이 제작한 강력한 게임은 향후 엑스박스와 PC로 출시될 예정이다. 제니맥스 미디어의 인수로 엑스박스 퍼스트파티는 플레이스테이션 퍼스트파티를 능가하게 됐다.
하지만 여기에 액티비전 블리자드도 합류했다. 매년 출시되고 매년 판매량 1위를 차지하는 ‘콜 오브 듀티’와 아시아권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디아블로’ 등을 거느린 블리자드의 게임,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아예 없다시피한 모바일 게임인 킹의 ‘캔디크러시’ 시리즈도 보유하게 됐다.
이로써 마이크로소프트는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게 됐다. 제니맥스가 보유한 ‘엘더 스크롤’과 ‘폴아웃’, ‘둠’, ‘퀘이크’, ‘레이지’ 등을 비롯하여 ‘콜 오브 듀티’와 ‘디아블로’,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등 그야말로 유명 게임 IP의 상당수를 보유하게 됐다. 이제 게임패스를 통해 게임계의 넷플릭스를 완성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렇게 게임산업에서도 유명한 회사들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반면 소니는 그 동안 대형 인수보다는 자체 개발과 유망 스튜디오를 발굴하며 성장시켜왔다. 공룡급으로 몸집을 불린 마이크로소프트와 30여년 가까이 게임산업을 이끌어온 소니. 소니는 어떠한 전략으로 맞설지 전 세계 게임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이준혁 기자 gam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