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요한 경우 한해 가입, 보험회사 판매책임 강화 골자
- 모집수수료 한도 조정, 유동성 위험 관리기준 마련
달러강세 속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외화보험이 주목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가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소비자가 환율 변동을 인지하고 외화보험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가입할 수 있도록 판매절차를 강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화보험 판매시 환위험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고 환차익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등 불완전판매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에 소비자보호가 충분히 고려되도록 보험회사의 판매책임을 제고하고 실수요자 위주로 필요에 의해 가입할 수 있도록 판매절차를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우리나라 외화보험시장은 생명보험산업의 성장여력이 정체된 상황에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보험회사의 니즈와 저금리 상황에서 자산을 다양화 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부합하면서 성장세를 이어왔다"며 "다만 외화보험 판매과정에서 원금손실위험에 대한 이해 부족 등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화보험은 일반보험과 동일하게 위험을 보장하면서 보험료 지급이나 보험금 수취 등은 모두 '외화'로 이뤄지는 상품이다.
외화보험은 주로 만기간 긴 보장성보험(종신, 질병보험)과 저축성보험(연금보험) 위주로 판매되고 있으며 환전특약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원화'로 진행돼 누구나 '원화'로 가입이 가능하다.
최근 외화자산 운용수익에 대한 기대와 보험사의 신규 수익원 창출 유인 등으로 외화보험 판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3046억원의 외화보험 수입보험료가 2018년에는 6772억원, 2019년 9689억원, 지난해에는 1조4256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9월까지는 9742억원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판매과정에서 환차익 강조를 통한 불완전판매 등으로 소비자 피해 우려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화보험은 소비자가 환율변동에 장기간 전면 노출돼 위험보장이 보험가입시 기대했던 것보다 부족할 수 있으며 보험사고 발생시 환율이 하락한 경우에는 보험금도 감소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아울러 환율상승시기에는 보험료 부담이 증가해 조기에 해지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해지에 따른 금전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
이같은 외화보험 판매시 '환위험'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하게 이뤄지면서 불완전판매 건수와 비중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화보험 신계약의 불완전판매 비율은 지난 2018년 0.26%에서 지난해에는 0.38%로 0.12%p 상승했으며 전체 불완전판매 중 외화보험 비율도 지난 2018년 0.7%에서 지난해에는 3.2%로 대폭 증가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투자적 성격이 있는 외화보험에 대해 '동일상품–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변액보험 등 투자성 상품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투자성이 있는 변액보험은 '금융소비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적합성원칙과 적정성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실수요자 중심 판매를 유도하기 위해 적합성 조사시 실수요 여부를 충실히 확인하고 소비자가 '환위험'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환율변동(±10~50%)시 보험료·보험금·해지환급금을 수치화(상품설명서, 안내장 등)해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소비자가 외화보험 가입 과정에서 환손실 가능성, 납입한 보험료 이상으로 환급받는 시점 등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중요사항에 대한 계약자 확인서도 징구해야 한다.
아울러 외화보험 판매 전 대표이사(CEO) 책임 하에 외화보험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충분히 점검하고 예방대책을 마련한 후 판매해야 하는 등 보험회사의 판매책임도 강화된다.
불필요한 보험 가입 등 피해 방지를 위해 고령자가 외화보험에 가입시 가족 등 지정인에게 손실위험 등 중요사항을 안내해야 한다.
또한 환위험 노출기간이 긴 외화종신보험의 경우 과도한 마케팅에 따른 불완전판매 등을 방지하고 실수요자 위주로 가입할 수 있도록 모집수수료 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외화종신보험의 모집수수료가 감소해 보험료가 낮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밖에 보험사가 외화보험 해지율 급증 등 유동성리스크 요인을 선제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외화유동성리스크 관리기준'도 마련된다.
금융당국은 모범규준 마련 등 신속한 조치가 가능한 내용은 우선 추진하고 법령 및 규정 개정이 필요한 내용도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윤덕제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