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감원, 대출금리 산정 운영 상태 점검
- 한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제로금리’ 시대 종결
대출금리 급등에 대한 여론 악화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 고강도 대출 규제 정책이 은행 곳간만배부르게 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금융소비자들은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대출을 받기도 어렵고, 받는다 해도 치솟는 대출 금리를 감당하기가 어려운 실정이지만, 은행은 대출금리 급등에 따른 사상 최대 예대마진 효과를 누렸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설명자료, 은행들의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 등 여론 진화 작업에 나섰지만 금융소비자의 불만을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7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치솟는 대출금리에 대해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의 일종이기 때문에 함부로 개입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고 위원장의 이 같은 말에 여론이 크게 악화되자 금융위원회는 다음날 18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시중 대출금리 상승은 준거금리 상승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가산금리·우대금리 등도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라 차주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측면도 있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최근 가계대출 예대마진 급증과 관련해서는 “은행권의 이자수익이 예대금리차의 확대보다는 가계 대출 누적규모 자체가 늘어난 것에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 금융소비자의 불만이 고조되자 이번엔 금융감독원이 수습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8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과 ‘은행 가계대출 금리 운영현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대출금리 산정 체계 운영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에 따라 개선과 추진 방향을 논의한 자리다. 이날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금리는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가격인 만큼 은행들이 예대금리를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들이 대출 시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이와 사뭇 다르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신용상태에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대출을 연장하는데 우대금리는 없어지고 대출 이자만 늘어나 뭔가 억울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총량규제를 지키기 위한 빠른 방법이 바로 금리 인상과 우대금리 축소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가파르게 오르는 대출금리에 비해 예금금리 상승폭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 수석부원장은 “향후 시장금리 오름세가 지속되면 예대금리차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 자체적으로도 예대금리 산정·운영에 대해 살펴보고 개선이 필요한 부문은 함께 고쳐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내년까지 이어질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자유롭지 못한 은행들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순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대출금리 급등과 더불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지난 8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인상했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은 계속되고 있어 추가 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오는 25일 기준금리 0.25%p인상이 유력하다. 1년 8개월만에 기준금리 ‘0%대 시대’를 마감하게 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을 목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빠른 감이 있다며 경기 회복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설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