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정보 유출에 대한 위험성이 높아지자 정부가 데이터보호 핵심기술에 중점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날 정부 발표에서 언급된 데이터보호 신기술 관련 국내 기업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초 단위로 생성되는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데이터 속에 있는 기업 및 개인정보가 언제 어디서 유출될지 장담하지 못하게 됐다. 이러한 정보 유출 문제가 현대 사회의 심각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실제 이를 노리는 데이터 공격이 빈발하는 상황”이라며, “빅데이터를 다루는 기업들의 보안업계 파트너십 강화, 관련 기술 채택 등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번 정부의 투자 계획 발표로 데이터보호 솔루션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 데이터특별위원회 제7차 회의에서 ‘데이터보호 핵심기술 개발 전략’을 발표하며 2024년까지 데이터 비식별화 기술과 차등 정보보호 기술 개발에 총 117억원을 신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가명·익명 처리 비식별화 기술 개발을 강화하는 데 90억원이, 동형암호·양자내성암호 등 신기술에는 27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올해 정부 지정 가명정보 결합전문기관에 SK C&C·롯데정보통신 신규 채택...가명데이터 솔루션 개발 진행

가명 처리 비식별화 기술 개발에 한참 파고든 국내 기업들이 이미 꽤 있다. 지난해 정부가 데이터 3법을 시행한 이래로 가명정보 개념을 처음 도입하더니 최근 관련 결합전문기관을 확대하는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가명정보는 개인정보를 일부 삭제하거나 대체하는 등 가명 처리함으로써 쉽게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조치가 취해진 정보로, 현행법상 개인정보보호위원회나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지정하는 전문기관에서만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데이터보호에 있어 이러한 조치의 효과성이 높다고 판단한 정부는 올해 가명정보 결합전문기관을 지난해 대비 3배 늘려 지정했다.

올해 새롭게 가명정보 결합전문기관 대열에 든 IT 기업에 눈길이 간다.

먼저 올 초 민간부문 전문기관으로 지정된 SK㈜ C&C는 금융·통신·제조 등 다양한 분야의 고객사에 가명 정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결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가명 데이터 사업화 지원을 위한 데이터 결합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해당 TF는 인공지능·클라우드·빅데이터 등 사내 디지털 전문 조직과 산업별 고객사 전문 조직을 연결하는 가명정보 사업의 창구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SK C&C는 이미 자사 판교데이터센터에 가명정보 결합 및 검증 전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가명정보 검출부터 인지·결합 전 과정에 걸친 암호화 기술 적용 체제도 갖추고 있다. SK C&C의 가명정보 기술 역량과 관련해 양기성 과기정통부 빅데이터진흥과장은 “정보통신 인프라, 인적자원을 갖추고 있는 만큼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 융복합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망했다.

올 7월에는 롯데정보통신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가명정보 결합전문기관으로 지정됐다.

롯데그룹이 유통, 화학, 물류, 건설 등 다양한 산업군의 빅데이터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롯데정보통신의 가명정보를 활용한 데이터 결합 서비스 실증 사례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SDS, MS·인텔·구글 등과 동형암호 표준화 컨소시엄 진행...LGU+는 양자내성암호에 집중

동형암호와 양자내성함호 등 데이터보호 신기술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높다.

먼저 동형암호기술 개발과 관련해서는 삼성SDS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 삼성SDS는 전 세계 유일의 유전체(게놈) 정보분석 보안경진대회인 ‘iDASH’에서 동형암호기술을 내세워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면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과시한 바 있다.

동형암호기술은 암호화된 상태에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암호기술로,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보안업계에서도 차기 암호기술로 지목하는 신기술 중 하나다. 안전성은 보장됐다 하더라도, 이제 떠오르는 신기술인 만큼 상용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처리 속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삼성SDS는 글로벌 기업·기관들과 손잡고 동형암호기술의 표준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구글, IBM, MIT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 및 학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참여하는 곳은 삼성SDS와 서울대학교가 유일하다.

삼성SDS 관계자는 “동형암호 기술을 지속 고도화하고 산업현장의 활용도를 넓혀갈 계획”이라며, “최근에는 금융기관의 고객 신용평가 분석과 의료기관의 중증 질환 예측 등에 동형암호 기반 분석서비스를 적용하기 위해 고객사와 기술 검증을 완료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데이터업계의 ‘큰 손’ 이동통신사 중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PQC) 기술 개발에 무게를 실었다.

PQC는 양자컴퓨터로 풀어내는 데 수십억년이 걸리는 복잡한 수학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암호화 방식이다. 최근 이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양자암호기술 중 ‘암호키 분배(QKD)’ 기술과 비교해 별다른 장비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암호키 교환, 데이터 암·복호화, 무결성 인증 등 핵심 보안요소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LG유플러스는 QKD에 집중하는 SK텔레콤·KT와의 차별화를 위해 PQC를 선택했다. PQC 분야에서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동시에 장비개발과 디지털뉴딜 사업을 통해 양자내성암호 기술의 실증사례도 늘려가고 있다.

올해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주관하는 ‘양자암호통신 시범인프라 구축·운영’ 사업에서도 LG유플러스는 코위버(10G급 전송장비), 서울대학교 크립토랩 등과 함께 수주받아 추후 공공·민간 부문 양자암호통신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