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더나 아페얀 의장 만나 '제2반도체' 바이오 사업 협력 확대 논의
- 버라이즌 베스트베리 CEO와 미팅, 미래성장사업 협력 협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년 만에 미국 출장길에 오른 가운데 모더나 및 버라이즌 CEO(최고경영자)를 잇달아 만나 글로벌 경영 행보에 나섰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북미 출장은 반도체에 이어 AI, 바이오, 차세대 통신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키워 '뉴 삼성' 기틀을 다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이 부회장은 앞으로도 글로벌 업체들 CEO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에 공을 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1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6일(현지 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를 찾아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과 회동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아페얀 의장은 지난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243만5000회분 국내 조기 도입 사례를 거론하며 양 사의 중장기적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와 백신 원액 생산 등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삼성은 바이오 의약품뿐 아니라 백신,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모더나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8월부터 생산에 들어가 지난달 국내에 출하됐다. 이 부회장은 백신 생산과 관련해 스테판 방셀 CEO 등 모더나 경영진과 소통하며 신뢰 구축에 힘써왔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3년간 240조 원을 투자해 미래성장 사업을 키우고 특히 바이오 사업을 ‘제2의 반도체 신화’ 창출로 이어가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삼성은 바이오 사업 시작 9년 만에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 3개를 완공했으며, 현재 건설 중인 4공장이 완공되면 이 분야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버라이즌 본사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CEO 등 경영진을 만나 6G 등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베스트베리 CEO는 지난 2010년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각각 삼성전자 부사장과 스웨덴 통신 기업 에릭슨 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것을 계기로 10년 이상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버라이즌과 약 8조 원에 달하는 네트워크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한국 통신 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 단일 수출 계약이다.
삼성은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달성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통신 기술 선행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통신망 고도·지능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나서는 한편 차세대 네트워크 사업 리더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8월 가석방 출소 이후 첫 글로벌 현장 경영 재개에서 AI 현장 방문에 이어 바이오 및 차세대 통신 분야 파트너와 만난 것을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미래 성장 사업으로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 차세대 이동통신 등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행보라는 것.
이재용 부회장은 미국에 앞서 캐나다에 있는 삼성전자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AI를 미래성장 사업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미국 출장 기간 동안 삼성전자의 약 20조원 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 결정 등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공장 부지로는 텍사스주 테일러가 유력한 상황이다. 또 이 부회장은 주요 고객사인 애플이나 구글·페이스북 경영진과의 회동 가능성도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4일 출국 직전 김포공항에서 '파운드리 투자 결정을 하느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러 파트너를 만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이 부회장은 24일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