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일제히 소비자들의 일일 식료품, 외식비, 교통비, 소비재에 지출 비용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0월 14일 자 기사에서 이제부터 소비자들은 지난 20년 동안 누려온 저렴한 식료품 시대를 마감하고 두 자릿수대 식료품 가격 인상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 보도했다.
글로벌 경제가 높은 실직율과 경기정체 상태에서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상승과 공급망 체증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접어드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재닛 옐런 美 재무부 장관은 인플레는 일시적인 현상이란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現 루비니 매크로어소시어츠 회장/CEO)는 최근 10월 12일 블룸버그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은 예상 보다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경제 5위의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이후 창고 및 물류 노동자, 화물트럭 운전기사, 육류가공 노동자 수 부족으로 수퍼마켓 선반에 식료품이 동나는 현상이 빈발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정상적 경제 회복의 어려움을 시사한다.
유럽연합은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 급상승으로 인한 파급효과로써 급격한 소비자 물가 급등을 겪고 있다. 스페인, 아일랜드, 스웨덴 등 국가들을 위시로 13년 이래 가장 높은 소비자 물가인상율을 보이고 있다.
농산물과 돼지고기 생산국인 폴란드와 슬로베니아 등 중부유럽 국가들에서는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따른 비료 가격과 가축사료 가격 인상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도 생산가 대비 낮은 정부 수매가에 항의하는 농부들의 불만 확산되자 EU가 긴급 대응에 나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물가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며 내년 안으로 안정을 되찾을 것이고 따라서 가격인상에 준한 임금인상 또한 없을 것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경제관련 전문가들은 2022년 까지 EU존 목표치인 4% 이내 인플레율 억제는 여의치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포스트 코로나 보복소비심리는 왕성
그런 가운데 10월 14일 목요일, 스웨덴의 세계최대 글로벌 DIY가구 및 인테리어 기업인 이케아(IKEA)는 매년 발표하는 기업연례보고서를 발표하고, 공급망 차질과 물류 혼란은 코로나-19로 따른 일시적 어려움으로 곧 해소될 것이란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2022년 말까지 재고물량 부족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혀서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재차 확인시켰다.
이케아는 2019년까지 해오던 대형 리테일 매장 판매방식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이커머스와 도시중심가 소매로 전환한 후로 매출 증가 18%(2020년)와 30%(2021년 상반기)를 거두며 흑자영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소비자 주문 수요를 다 충족시키지 못하는 공급측 병목현상을 겪고 있다.
유럽과 북미는 이케아가 제품 재고부족 현상을 가장 극심하게 겪고 있는 시장이다. 조 바이든 美 대통령은 리테일 업계 최대 매출대목인 10월 말일 할로윈과 성탄절 연말기에 대비해 각종 소비재가 순조롭게 공급될 수 있도록 물류 항구와 민간부문의 협조를 당부한 바 있다.
물가인상, 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직결
지구 북반부의 수많은 국가들이 추운 겨울철을 앞두고 있는 지금, 세계적 에너지 부족 사태도 가파른 물가인상에 일조하고 있다. 브렌트유 선물가격이 배럴당 84달러를 넘어선데다 다가오는 겨울 난방철 연료 수요 증가는 천연가스 가격을 더 상승시킬 것이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 본부: 파리)는 10월 14일 목요일 발표한 월간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부족 현상은 특히 아시아와 유럽의 에너지 소비가 집약적인 지역에서 광범위한 타격을 주고 물가인상을 조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이산화탄소 감소 정책 속에서도 여전히 석탄 연료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과 인도가 공업용 발전용 석탄 연료를 앞다퉈 비축하고 있는 가운데 석탄은 25년 이래 최고가(2021년 9월 기준)를 경신했다.
영국 주간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다룬 ‘공급부족의 경제(The Shortage Economy)’ 칼럼은 지금 전세계가 경험하고 있는 공급부족과 물가인상은 1) 탄소→재생 에너지 기반 경제로 이행하는 탈탄소화 과도기, 2) 경제적 이해를 우선한 글로벌 무역 시대→정치적 목적 추구를 우선한 보복적 무역 정책에 뒤따른 보호주의에서 비롯된 결과라 분석하고, 과도한 정부개입과 보호주의 무역은 자칫 공급부족 경제를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