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명처리 통한 재식별 불가능 데이터로 연구 등의 목적으로 이용
- 국내 소비자에 맞는 건강보장 모델 개발 및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 가능
4년만에 보험회사들이 가명처리된 공공의료 데이터를 보험상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2017년 국정감사 이후 보험사에 보건·의료 빅데이터 제공이 전면 중단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6개 보험사(삼성생명, KB생명, 한화생명,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KB손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공공의료데이터 이용을 위한 최종 승인을 획득했다고 9일 밝혔다.
다만 해당 데이터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가명처리한 정보로 연구 등 목적으로 이용 가능하다. 엄격한 가명처리를 거쳐 특정 개인의 재식별이 불가능하며 만약 재식별 시도 시에는 형사벌·과징금이 부과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업계와 함께 '국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공공데이터 개방의 본래 취지를 잘 살리겠다"며 "향후 보험업권 빅데이터 협의회를 구성해 공공데이터의 안전한 이용을 위한 관리체계 구축, 모델사례 공유·발표 등 책임성 있는 공공데이터 이용 문화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9일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데이터3법 등 법적·제도적으로 보험사들의 공공 의료데이터 사용이 가능했지만 데이터 접근에는 제한을 받아왔다"며 "이번 승인으로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을 통한 다양한 헬스케어 상품과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승인에 앞서 보험업계는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의 IRB 심사를 거쳤으며 공공데이터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따라 연구, 모델개발 등을 위해 공공데이터 이용을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는 '생명윤리법'에 따라 특정 연구가 윤리적·과학적으로 타당한지 여부 등을 심의하는 절차로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 운영한다.
그간 보험사들은 공공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어 모델개발시 호주 등 해외의 자료를 이용함에 따라 국내 소비자에 맞는 건강보장 모델 개발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 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정보 개방 후 보험사들이 의료 수요 분석이나 보험상품 개발을 위해 비식별 처리한 환자진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었으나 2017년 국정감사에서 민간보험의 가입차별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 제기로 보험사에 대한 데이터 제공이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승인을 통해 6개 보험사는 공공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존 보험시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자·유병력자 등을 위한 모델개발을 중점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 보장하지 않았거나 보장시에도 보험료가 높았던 질환 등에 대한 정교한 위험분석이 가능해 보장범위를 확대하고 보험료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로 당뇨 합병증 보장상품 개발이나 고령자 대상 치매장기요양 관련 상품, 뇌혈관 질환환자 관련 연구·분석을 통한 보장상품 개발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미 일본, 핀란드, 미국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공공데이터 활용을 통해 희귀질환 보장 강화, 헬스케어 산업 성장 등 효과가 확산 중이다.
미국의 보험사는 의료데이터 분석을 통해 복부대동맥류 같은 희귀질환 고위험 환자를 사전예측, 조기 치료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일본에서는 고령화에 대응해 정부 주도로 의료데이터센터의 공공의료데이터를 개방하고 보험사는 이를 기반으로 건강나이 기반 보험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핀란드 역시 헬스케어, 바이오 등의 산업 육성을 위해 전 국민 의료정보를 암호화해 개방하고 있다.
향후 금융위와 보험업계는 '보험업권 헬스케어 활성화 TF' 논의를 거쳐 '보험업권 빅데이터 협의회' 구성·운영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윤덕제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