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차질보다 시장 축소, 판매망 마비 우려 더 커...신차 출시도 연기
- 재택근무 전환, 주재원 가족 귀국 등 대응...현지 코로나19 극복에도 적극나서
인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섭게 퍼지고 있다. 인도 보건부는 13일 사망자 수가 412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 수는 36만2727명에 달했다. 인도의 누적 확진자 수는 2370만명을 훌쩍 넘어섰으며, 누적 사망자는 25만8317명으로 늘었다. 인도의 지난 1일 신규 확진자 수는 40만1993명으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40만 명 이상을 기록했고, 7일에는 41만4188명을 기록하며 최대규모의 확진자를 냈다.
이에 따라 인도에 진출한 전자, 자동차, 철강 등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 비상'에 걸렸다. 국내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최대한 장려하고, 공장 가동도 멈추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코로나로 인도에 진출한 전 산업에 마비가 걸릴 정도여서 인도 법인들의 실적 악화도 우려된다. 인도 진출 기업들의 현 상황과 향후 전망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현대차그룹이 인도의 코로나19 대확산으로 비상상황에 놓였다. 최대 신흥시장인 인도에서 판매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현지 코로나19 발병이 폭증하면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도에선 지난달 중순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2차 확산기가 본격화됐고, 정점이 언제일지도 예단하기 힘든 실정이다. 걷잡을 수 없는 코로나 대유행에 인도 주요 지방정부들은 지난달 말부터 봉쇄령을 연장하고 있다. 현대차 공장이 위치한 첸나이 지역도 최근 확산세가 거세 지난 10일부터 2주간 전면 봉쇄 조치가 내려졌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 10일부터 첸나이 공장을 멈춰세웠다. 통상 여름 휴가철에 하던 설비 보수 공사를 앞당겨 진행한 것이다. 공사는 오는 15일까지 진행된다. 첸나이 공장은 연간 70만대 생산 규모를 갖췄으며 현지 전략 모델인 소형 SUV '크레타'와 '베뉴'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생산량은 68만대 수준이고 현지 인력은 1만명에 육박한다.
기아의 현지 공장에서도 위기감이 팽배하다. 아난타푸르 지역에 위치한 기아 공장에선 최근까지 누적 확진자가 20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난타푸르 공장은 연간 17만대의 생산 규모를 갖췄으며, 기아가 2019년 현지 시장에 진출한 이후 셀토스와 쏘넷을 중심으로 생산량 확대에 주력해왔다.
딜러사 판매 중단 속출...시장 축소 우려도
현대차그룹은 생산차질보다 판매망 마비에 따른 타격이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재고 차량도 있고 공장 가동에 필요한 최소 인원으로 공장을 돌리고 있어 당장 출고 자체에 문제가 없지만, 봉쇄 지역 확대로 인해 정상 근무하는 현지 딜러가 5분 1 수준이기 때문이다.
봉쇄령이 내려지면 필수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통행이 금지된다. 현지 1차 유행기였던 지난해 4월 전면 봉쇄 조치가 내려지자 현대차그룹의 판매 실적은 0에 수렴했다. 현대차그룹이 인도 봉쇄령 강화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기 악화 및 시장 축소다. 지난해 인도의 대표 자동차 업체이자 로컬 브랜드인 마힌드라는 코로나19 여파로 98%의 매출 감소를 경험한 바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인도의 코로나 대확산으로 현지에 진출한 현대차그룹은 시장 축소에 따른 매출 타격이 불가피 할 것"이라며 "다만 (현대차는) 인도가 향후 세계 제1의 인구대국으로 발돋움하게 되면 시장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사태가 1~2년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출혈을 감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차 대유행 타격 가시화...5월 실적 더 쪼그라들듯
현대차는 최근 코로나 확산에 따른 실적 타격이 감지되고 있다. SUV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 실적이 고무적인 상황이었으나 지난달에는 판매량이 전월 대비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현대차는 지난달 인도에서 4만9002대를 판매해 전달(5만2600대)보다 6.8% 줄었고, 기아 역시 지난달 1만6111대를 판매해 전월(1만9100대)보다 18.5% 감소했다. 이달에는 봉쇄 지역 확대로 판매 감소가 한층 도드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시장 부진을 인도 판매 확대로 보완하고 있던 터라 인도의 2차 대유행은 더욱 뼈아프다. 인도는 지난해 해외 주요 시장 중 유일하게 성장한 시장이기도 하다.
인도 점유율 2위인 현대차는 올 1분기 현지에서 15만6205대를 판매하며 중국(9만3197대) 판매량을 크게 웃돌았고, 기아도 같은 기간 6만6778대를 팔아치우며 중국(3만4825대) 판매량의 2배 수준을 기록했다.
신차 출시 일정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차는 코로나 여파로 지난달 29일로 예정됐던 현지 전략 모델 '알카자르' 출시 행사를 연기했다. 이달 출시도 힘들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룬다. 현지 선호도가 높은 초소형 SUV 'AX1' 출시도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AX1은 마힌드라 'KUV100'과 스즈키 마루티 'S-프레쏘' 등과 경쟁하게 된다.
업계에선 다시 찾아온 대확산 여파로 현지 판매 목표 수정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인도 현지에서 전년 대비 12.6% 증가한 47만7000대 판매를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재택근무 전환, 주재원 가족 귀국 등 대응나서...현지 코로나19 극복에도 힘써
현대차·기아는 아직 생산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사전 대응에 나섰다. 봉쇄 지역에서 근무 중인 주재원들을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첸나이 공장의 주말 특근을 중단했다. 또 일부 주재원 가족을 특별기편을 통해 귀국시켰다. 추후 귀국 희망자와 기저 질환자 등을 추가로 귀국시킬 예정이다.
또 인도 중앙정부와 공장이 위치한 주정부 등에 의료물품과 식량 등을 지원하는 등 코로나19 극복에 동참하면서 현지 상황에 대응할 방침이다. 지난달 28일에는 인도에 3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 금액은 현지 병원에서 산소 발생 시설 구축에 쓰이고 의료 인프라와 인력 확충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앞서 현대차는 현지에 코로나19 치료용 산소가 부족하자 일부 자동차 생산 라인을 산소 발생기 생산으로 긴급 변경하기도 했다.
김선섭 현대차 인도권역본부장은 "인도는 코로나19 2차 유행으로 인해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며 "현대차는 가용 자원을 최대한 동원해 인도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작년 초 인도 내 코로나 대확산을 경험하면서 방역 대응 체계 등이 구축돼 비교적 혼선없이 일사분란하게 현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현지 확진자 및 사망자 폭증이 심상치 않아 성장세가 크게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