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은 유통 물량, 변수 될까…‘따상’ 달성 시 SKIET 시총 19조4862억원으로 훌쩍 뛰어
- 전문가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신중하게 투자해야”
11일 유가증권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IPO대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데뷔 성적이다. 투자자들 관심 속에서 유가증권시장에 이름을 올린 SKIET는 상장 직후 하락세를 타며 불안한 출발을 하고 있다.
SKIET는 공모 과정에서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상장을 앞두고 증권가에서는 잇달아 목표가를 내놓았다. 가장 처음 목표가를 내놓은 메리츠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SKIET의 목표주가를 18만원으로 제시했고 하나금융투자는 14만8000원으로 산정했다.
투자자들은 '따상'을 기대했으나 현재 시장의 흐름은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타고 있다. SKIET에게는 불운한 악재인 것이다. 공모주를 산 투자자들은 "따상은 물건너간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SKIET, 21만원에서 거래 시작…촉각 곤두세운 투자자들
공모가 10만5000원이었던 SKIET의 시초가는 21만원으로 확정됐다. 상장 첫날 공모가의 두 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로 마감하는 ‘따상’의 첫 번째 조건은 만족한 셈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SKIET는 첫 출발부터 불안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SKIET는 11일 9시 40분 시초가 대비 20.95%(4만4000원) 하락한 16만6000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반적인 시장 흐름이 좋지 않아 SKIET의 주가도 이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대형 기술주가 동반하락하며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이 2.55%(350.38) 급락한 1만3401.86으로 장을 마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술주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기본적으로 주식 가격이 고평가됐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결국 인플레이션으로 성장기업들의 미래 수익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기술주 하락을 불렀다"고 분석했다.
지수가 일제히 하락한 뉴욕 증시에 영향을 받아 코스피 역시 부진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11일 9시 40분 전일대비 1.08%(35.07) 떨어진 3214.23을 기록하고 있다. SKIET 입장에서는 불운이 겹친 셈이다.
이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따상은커녕 하한가로 마감하는 거 아니냐” “역대급 경쟁률 뚫고 겨우 공모주를 샀는데 손해만 보게 생겼다”며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따상 가능성, 여전히 남아있나?…최대 변수, 부족한 유통 물량
따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청약 과정에서 경쟁률을 통해 드러났던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에 비해 유통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SKIET는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신기록을 경신하며 단숨에 ‘최대어’로 등극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은 코스피 사상 최고인 1883대 1을 기록했고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서는 80조9017억원의 증거금을 모으며 종전 최대 액수였던 SK바이오사이언스의 63조6198억원을 크게 웃도는 성적을 냈다.
상장일 유통 가능한 주식 물량은 일반 공모주 641만7000주에 기관 물량 중 의무보유확약기간이 없는 430만4198주를 더해 1072만948주가량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발행 주식의 15.04%다. 과거 IPO대어라고 불렸던 카카오게임즈·빅히트 등에 비해 적은 유통 물량이다.
이에 SKIET의 첫날 성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SKIET의 ‘따상’ 달성 여부다. 따상을 기록하면 주가는 최고 27만3000원까지 오른다. 이때 공모주를 받은 투자자들의 차익은 16만8000원 수준이다.
따상 달성 여부에 관심을 갖는 것은 공모주를 받은 투자자만이 아니다. SKIET가 따상을 기록할 경우 SKIET의 몸값은 공모가 기준 7조4862억원에서 19조4641억원까지 단숨에 뛰어오른다. 기존의 시가총액 23위인 엔씨소프트(19조2756억원)를 웃도는 몸값이다.
관건은 상장 이후의 성적…증권가, “신중한 투자해야”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따상을 기록한 후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급락세를 타는 경우가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따상을 기록했던 SK바이오팜 주가는 상장직후 21만7000원까지 올랐으나 현재 반 토막이 난 상태다. 따상상을 달성했던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전 장외가에도 못 미치는 주가에 머무르고 있고 작년의 IPO 초대어 중 하나였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도 상장 첫날 35만1000원까지 급등했으나 한때 22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재는 26만원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상장 직후의 성적에 비교하면 빛이 바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IPO 열풍이 불며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확정하는 기업이 늘었지만 이는 수익률이 부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했다”며 “상장 기업들의 가치평가 수준이 높아지며 강한 유동성이 뒷받침될 때는 고평가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모주 투자에 조금 더 신중해질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노우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