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만의 강점 살리기...체험형 매장·그로서리 매장 확대
자연 친화적인 매장 컨셉·식품관 주력 등
설립한 지 채 11년도 되지 않은 신생기업 쿠팡이 대한민국 유통지도를 뒤바꾸고 있다.
지난달 11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쿠팡이 상장하며 시가총액 기준으로 쿠팡은 일거에 100조 가치를 가진 기업이 됐다. 이는 3~6조원 수준인 전통적인 유통 강자 롯데쇼핑과 신세계·이마트, 온라인 쇼핑 플랫폼 1위인 네이버(63조원)조차 넘보기 힘든 위치에 선 것이다.
매출 규모로 따져도 쿠팡은 이들 기업에 뒤지지 않는다. 13일 공시된 쿠팡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쿠팡의 매출은 13조 9000억원 대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이 16조원 대, 신세계와 이마트를 합친 매출이 26조원 대, 오픈마켓이기에 직접 비교 대상으로 삼기에 어렵지만 네이버의 매출은 5조원 대에 그쳤다.
쿠팡이 뉴욕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자 기존 유통업계 ‘빅 플레이어’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더 이상 쿠팡은 “매년 거액의 적자를 내도 주주로부터 보전받는 기업”도, “로켓배송 등으로 유통과 물류 질서를 파괴하고 있는 문제 기업”도 아닌 같은 위치에서 경쟁해야 할 버거운 라이벌로 성장한 것이다.
뉴욕 상장으로 상징되는 ‘쿠팡 쇼크’는 곧 기존 유통업계의 재편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수십년 간 이어온 대한민국 유통지도가 바뀌고 있다.
녹색경제신문은 쿠팡 쇼크로 인한 유통지형의 변화를 ① ‘경쟁기업들의 합종연횡’ ⓶ ‘기존 유통 공룡들의 체질변화’ ⓷ ‘생존 위한 M&A 러시’ 순으로 알아본다.
-편집자 註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쿠팡은 2014년 3월 '로켓배송'으로 배송 경쟁력 차별화에 나섰다. 또한 2019년 4월 신선식품 당일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를 도입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경쟁력으로 여겨졌던 신선식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어 쿠팡은 올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마련한 자금으로 추가적인 물류센터를 설립하는 등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쿠팡의 무서운 성장세에 신세계·롯데·현대 등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형유통기업들은 온라인 사업을 확대하면서도 체험형 매장과 그로서리 매장 확대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쿠팡이 유료회원제인 '와우'로 충성고객을 확보함에 따라 포인트 제도에도 신경쓰는 모습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4년 온라인 통합몰 SSG닷컴을 선보였다. 이어 2019년 6월 SSG닷컴은 '새벽배송'을 도입했다. SSG닷컴은 쿠팡보다 먼저 신선식품 새벽배송에 나서자 물류센터 확충과 오프라인 매장의 모습을 탈바꿈하기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NE.O)' 3개를 운영하고, 추가적인 물류센터 건립을 위해 부지를 물색 중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 이마트 매장을 활용한 피킹&패킹센터(PP센터) 115개를 운영 중이다. SSG닷컴은 또한 오픈마켓 시범 운영을 시작하고 시스템 안정화 기간을 거쳐 상반기 중에 해당 서비스를 정식 론칭할 계획이다.
한편, 이마트는 오프라인만이 제공할 수 있는 '체험형', '고객 맞춤형', '정보 제공형' 매장 강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로서리 매장을 강화하고 비식품 비중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 5월 리뉴얼한 이마트 월계점은 그로서리 공간과 완제품 요리 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식품 트렌드를 반영해 델리(즉석조리) 매장을 크게 확대했다. 또 1~2인 가구와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집에서 조리하는 것보다 반찬을 사먹는 고객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월계점의 지난해 6~12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6% 올랐고, 방문 고객 수는 전년보다 약 15%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리뉴얼한 이마트 광주점도 집기 변경과 동시에 더 많은 그로서리 상품을 진열할 수 있도록 102평가량 면적을 늘렸다.
이에 이마트는 소규모 노후화된 점포를 정리하고 올해 안으로 10여개 점포를 리뉴얼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도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4월 백화점, 대형마트, 롭스 등 7개 계열사 통합 앱 '롯데온'을 선보였다. 2019년 선보인 통합몰 롯데온을 앱으로 재편한 것이다.
또한 롯데쇼핑은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원하는 오프라인 점포에서 제품을 받을 수 있는 '스마트 픽'을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의 '풀필먼트 스토어'와 롯데백화점의 ‘바로배송’ 서비스, 슈퍼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포함해 롯데그룹 내 7000여개 매장의 ‘스마트 픽’ 서비스 중 원하는 배송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인 '옴니채널'의 일환으로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또한 롯데마트는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롯데마트의 점포수는 2019년 124개에서 지난해 111개로 줄였고, 창고형 할인점인 '빅마켓'도 5개에서 2개로 감소했다.
롯데쇼핑은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롯데마트 점포를 물류기지로 활용한 '세미다크스토어'와 '스마트스토어'를 구축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부터 충성고객 확보 전략까지...쿠팡 '와우' 반격 나서
오프라인 유통은 온라인에 비해 가격비교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오프라인 기반 업체들도 온라인 사업을 가속화하면서 가격비교가 가능해진 상태다.
이에 이마트는 지난 8일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최저가격 비교 보상제'를 도입했다. 쿠팡을 비롯해 롯데마트몰·홈플러스몰에 비해 선정한 품목 가격이 비싸면 차액만큼 자사 포인트인 'e머니'로 보상해주는 방식이다.
또한 'e머니'는 이마트몰의 새로운 포인트 제도다. 이마트는 최저가격 보상제를 도입하면서 새로운 포인트제도를 마련했다. 이는 쿠팡이 '로켓와우'라는 유료회원제로 충성고객을 확보한 것처럼 브랜드 파워를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도 통합 포인트 제도인 엘포인트(L.POINT)를 강화했다. 롯데쇼핑은 최근 롯데온의 결제시스템을 재정비에 나선 데 이어, 엘포인트 앱을 개편했다. 각종 할인이나 무료 포인트, 보너스 리워드 등을 받을 수 있는 혜택 채널을 늘렸다.
한편, 현대백화점은 아예 오프라인 강점을 살리는 데 주력해 모객 효과를 노리고 있다. 지난 2월 말 서울 지역 최대 규모의 백화점인 '더현대 서울'을 열었다. 자연 친화적인 매장 컨셉과 식품관 확대, 문화체험시설 등에 집중했다.
그 결과, 더현대 서울의 방문고객 확보 전략이 확실히 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현대 서울의 매출은 개점일인 지난 2월 24일부터 4월 최근까지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현대백화점도 신선식품 배송에 나서고 있다. 지난 2~4월 식품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홈'에서 '한우 정기 구독 서비스'를 시범 론칭한 데 이어 가정식 반찬과 과일 등으로 서비스 상품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지우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