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에게 직권 환불 처리에 대한 별도 알림 없어
환불 완료된 후라 고객과 연락 두절·반품 회수도 어려워...까다로운 이의제기 신청 과정에 손해 감수하는 판매자들 다수
"주문한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포장할 필요 없이 문 앞에서 돌려보낼 수 있다. 쿠팡친구(배송기사)가 문 앞에서 버튼 몇 번 눌러 물품을 스캔하면 바로 환불이 완료되는 구조다. 아마존을 포함한 해외에서도 대단히 부러워하는 서비스다"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이후 한 인터뷰에서 김범석 쿠팡 의장이 환불제도에 대해 소개한 말이다.
22일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 쿠팡의 간편 환불 제도와 관련된 '직권 환불 처리'로 인해 다수의 입점 판매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권 환불 처리란 구매자가 ‘판매자 귀책 사유’로 환불을 신청할 시 판매자 동의 없이 쿠팡이 직권으로 환불 처리해주는 것을 말한다.
판매자들은 쿠팡이 직권 환불을 진행한 건에 대해 판매자에게 별도 알림을 제공하지 않아, 뒤늦게 환불 사실을 접하거나 물건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갑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쿠팡은 올해 3월 2일부터 고객이 판매자 귀책으로 반품 접수 후 영업일 4일 경과 시까지 반품 상품이 회수되지 않을 경우, 쿠팡은 직권으로 환불승인 처리를 시행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판매자 입장에선 반품 물건을 회수하고 확인하기도 전에 환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당 공지 이전에도 직권 환불 처리 제도로 인한 피해로 판매자들의 불만은 꾸준히 발생해 왔다.
"판매자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무더기 반품"
# 판매자 A씨는 최근 반품 내역에서 직접 환불 처리하지 않은 반품 수십 건을 발견해 놀랐다. 쿠팡이 직권 환불 처리해 A씨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자동 환불 처리된 것이었다. A씨는 물품을 회수한 적이 없어 해당 구매자들에게 연락했지만, ‘이미 물건을 회수해 갔다’, ‘물품을 받지 못했다’, ‘쿠팡과 해결보라’는 등의 말만 들어야 했다.
A씨는 "다른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판매자가 반품 수거해 물품을 확인할 때까지 환불 처리를 보류할 수 있다"며 "쿠팡이 물건을 회수해 갔다는데 반품 상품의 행방조차 알 수가 없다. 적어도 물건을 회수할 수 있게는 해 줘야 하지 않나"고 억울함을 표했다.
# 판매자 B씨는 쿠팡 측에 직권 환불에 대해 항의한 후 2개월 연속 검색 페이지에 상단에 노출되던 상품이 하루아침에 해당 페이지에서 사라졌다. 쿠팡 측에 문의하자, "구매율이 저조하면 그럴 수 있다"며 "직권 환불 처리 이의제기와 관련 없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해당 상품이 구매율이 꾸준히 유지되던 터라 B씨는 "이의제기를 여러 차례 했음에도 직권환불처리에 대한 보상은 어려웠다“며 ”항의한 것에 대해 쿠팡이 패널티를 부과한 것 같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배송비를 판매자가 부담하느냐, 고객이 부담하느냐도 혼란
쿠팡은 홈페이지에 반품 사유에 따른 배송 추가부담 비용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배송 완료된 상품을 반품할 경우, 배송비 부담은 두 가지로 나뉜다. 고객의 단순변심이라면 반품비는 고객 부담, 상품 불량이나 오배송 등 판매자 귀책 사유는 무료 반품에 해당된다.
통상 온라인쇼핑에서는 물품 오배송·하자 등으로 반품 신청이 접수되면 판매자가 물품을 회수해 이상 여부를 확인한 후 환불을 진행한다. 그러나 쿠팡은 구매자의 환불 편의를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특히 구매자가 배송지연 등의 판매자 귀책사유로 반품을 신청하면 쿠팡이 직권으로 환불 처리를 진행한다.
이경우 배송비는 고스란히 판매자 부담이다.
판매자들은 물품을 회수하지 못한 채 고객과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환불받았으니 전화통화를 굳이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다시 물건을 쓰겠다고 통보하면서 환불 철회를 하지 않으면, 결국 상품은 상품대로 회수하지 못하고 판매자는 환불 금액이 차감된 채 정산받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직권 환불처리 과정에서 판매자가 직접 계약을 맺은 택배사가 아닌 쿠팡이 임의로 택배사를 통해 반품을 회수하는데, 판매자가 계약하지 않은 타 택배사에 대한 배송료를 지불하게 되거나, 판매자가 취급하지 않는 타 업체 반품이 전달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매자들이 판매자 귀책사유로 많이 선택하는 내용 중 하나는 쿠팡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빠른 배송’과 연관이 있다. 구매자는 배송예정일 내로 상품이 도착하지 않으면 '배송지연' 등의 판매자 귀책사유로 반품을 신청한다.
"판매 예정일안에 배달 못하면 손실 감수할 수밖에 없어"
쿠팡에 상품을 등록할 때는 출고 예정일을 입력하게 돼 있다. 이를 반영해 도착예정일이 책정된다. 판매자가 출고일에 맞춰 물품을 발송하더라도 택배 사정 등으로 배송 지연이 발생하면 구매자는 판매자 귀책사유로 여기고 환불을 요청한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설 연휴 기간 택배사 사정으로 인해 물품 배송지연이 발생했지만, 판매자 귀책사유로 환불 요청 건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애초에 판매자가 배송예정일을 넉넉하게 잡으면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한 판매자는 “쿠팡 시스템에는 빠른 배송일수록 판매율이 높다며 배송예정일을 앞당기라고 안내해 감수하고 예정일을 짧게 잡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구매자가 환불제도를 악용해 판매자 귀책사유가 아님에도 '품절', ‘파손’, '상품 오배송' 등을 선택해 환불을 신청할 경우, 쿠팡이 어떠한 확인 없이 구매자 말만 믿고 직권 환불 처리를 진행해 판매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배송 도중에도 배송 지연이라며 직권 환불 처리되는 경우도 있다고.
쿠팡의 이의신청 제도도, 물품이 회수못하면 무용지물
현재 쿠팡은 '강제로 반품 완료해 상품이 환불됐으나 입고 상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판매자가 이의제기를 신청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의신청은 상품이 판매자에게 입고된 후 영업일 기준 72시간까지로, 시간이 경과된 접수 건은 처리가 제한된다. 쿠팡은 ▲국내 반품지 및 택배사 계약코드가 등록된 상품 ▲국내 반품지 및 택배사 계약 코드 미등록된 상품이나 고객귀책으로 회수 불필요 환불된 경우에 대해 취소비용을 접수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판매자들은 이의신청 시 증빙자료를 필수적으로 첨부해야 하지만 물품이 회수되지 않을 경우 이를 증빙할 방도가 없다고 지적한다. 설령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증빙사진, 고객과의 연락기록 증명 등 복잡한 절차로 인해 손해를 감수하는 판매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반품을 회수하지 못한 채 고객과 연락도 두절됐지만 쿠팡 측에 수차례에 증빙과 문의 끝에 겨우 택배비만 보상을 받았다거나 쿠팡 측이 한 달 반가량이 다 지나도록 수차례 꾸준히 문의했지만 ‘확인해봐야 한다’, ‘담당부서에서 검토 중이다’라는 등의 동일한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판매자들은 토로한다. 심지어 쿠팡이 직접 회수한 반품의 행방도 알 수 없을 때도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자들이 쿠팡을 입점을 선택하는 이유는 쿠팡의 시장 점유율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쿠팡의 지난해 거래액은 24조원, e커머스 시장점유율은 13%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구매자들이 관심 있어 하는 온라인 플랫폼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입점할 수밖에 없다는 게 판매자들의 입장이다.
직권 환불 처리로 인한 판매자 피해 사례에 대한 입장을 묻자 쿠팡 측은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지우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