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사막' 흥행 성공하며 IP 다변화 이룰까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여러 면에서 국내 게임업계에 화두를 던진 작품이다.
그동안 국내 게임들이 게임 내 과금에 매출의 대부분을 의존해왔던 수익 구조를 탈피하며 패키지 게임 형태로 출시됐고, 당시엔 생소하던 개념인 '크로스플레이'를 도입해 험지인 콘솔 시장 공략에도 힘을 쏟았다.
이를 놓고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의 도전정신에 찬사를 보내는 업계 관계자들이 많다. '할 수 없다'라는 편견이 가득했던 국내 패키지 게임과 콘솔 게임 시장에 가능성을 열어준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제 정 대표의 앞에는 '검은사막'을 장수 게임으로 만들며 차기 기대작인 '붉은사막'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려놓는 과제가 펼쳐져 있다.
◆ 그날
'검은사막' 크로스플레이 지원하며 서구권 공략 시동
2020년 3월, 검은사막은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PC로만 즐겨왔던 '검은사막을'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4와 엑스박스원으로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국내 콘솔 MMORPG 가운데 처음으로 시도된 사례다.
검은사막의 크로스플레이는 단순히 PC버젼을 콘솔에 이식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크로스플레이를 통해 플레이스테이션4 사용자와 엑스박스원 사용자가 플랫폼에 관계없이 한 서버에서 함께 모여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펄어비스 측은 검은사막 콘솔 이용자가 크게 몰릴 것을 대비해 공성전과 사냥터를 빠르게 개편하는 등 최적화 작업을 진행했다.
업계에서는 정 대표가 '검은사막'을 콘솔 버젼으로 내놓은 배경에는 서구권 유저들을 공략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고 풀이했다.
북미·유럽 시장에서는 게임산업의 중심이 콘솔에 있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검은사막'의 글로벌화를 위해 크로스플레이를 선결 과제로 삼은 것이다.
윤한울 펄어비스 검은사막 콘솔 서비스 리드 프로젝트 매니저는 “크로스 플레이로 양 플랫폼의 이용자들이 전에 없던 새로운 게임 경험을 제공하겠다”며 “앞으로도 흥미진진한 콘텐츠 업데이트와 최적화 작업에 매진하겠다”라고 말했다.
◆ 그후
콘솔 게임 시장서 '탄탄대로'...글로벌 게임업계 다크호스로 떠올라
정 대표의 '검은사막' 크로스플레이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크로스플레이 적용 후 검은사막 콘솔 복귀 이용자가 350% 증가하고 신규 이용자 수는 250%, 동시 접속자 수도 126% 증가한 것이다.
이에 힘입어 검은사막은 모바일과 콘솔 등 플랫폼 다변화에 성공해 현재 150여국에서 약 4000만명이 즐기는 글로벌 게임 IP로 거듭났다.
검은사막 콘솔은 펄어비스의 매출 신장에도 큰 역할을 해냈다. 2020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424억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이는 펄어비스 매출의 10%를 웃도는 수치로 업계의 기대치를 크게 상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에서도 검은사막 콘솔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검은사막 콘솔은 2020년 12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 파트너 어워드 2020 재팬 아시아(PlayStation Partner Awards 2020 Japan Asia’에서 한국 MMORPG 역사상 최초로 ‘파트너 어워드’를 수상했다.
‘PS 파트너 어워드’는 1994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정규 시상식으로 일본, 아시아 지역 내에서 개발된 우수 게임을 선정해 시상한다. PS 게임 중 세계 정상급 높은 판매량을 기록해야만 ‘파트너 어워드’를 받을 수 있다. 판매 집계는 디스크 버전 및 PS 스토어 다운로드 버전 판매량을 합계 산출하고, 후보 선정 기간 이용자 수의 지표를 활용해 선정한다.
더불어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2021년 ‘올해 즐겨야 할 PS5와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용 MMORPG TOP 10’으로 꼽히기도 했다.
포브스는 선정 이유에 대해 '콘솔로 출시된 모든 MMORPG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중 최고의 전투(the best combat out of any MMO)를 구현했다”며 ”모든 캐릭터가 신나는 경험을 제공하고,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평했다.
이와 같은 결과를 놓고 국내 게임 가운데서는 유일무이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검은사막'의 흥행 요인으로 펄어비스의 자체 게임 개발 기술력을 가장 먼저 꼽고 있다.
자체 게임 엔진을 사용해 그래픽 퀄리티가 매우 뛰어났고 유연하게 플랫폼 확장을 이룬 점이 '검은사막'의 흥행을 뒷받침 했다는 의견이다.
결국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IP를 통해 누적 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창립 10주년이자 '검은사막' 출시 5년만에 기록한 결과로, 업계에서는 검은사막이 10년 이상 롱런하는 게임으로 활약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는 “펄어비스는 모든 플랫폼에서 성공한 몇 안되는 글로벌 게임 개발사로 우리가 이룬 성과에 대해 함께한 동료들과 게임 이용자들에게 감사하다”라며 “남들이 상상하지 못한 최고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 임직원 모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그리고, 앞으로
초기대작 '붉은사막' 출시로 연타 홈런 노려
펄어비스는 지난해 매출 4888억원, 영업이익 157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대비 8.8% 하락했지만, 기술력을 기반한 안정적 서비스로 수익성을 개선하면서 영업이익은 4% 증가했다.
펄어비스는 연간 해외 매출 비중을 크게 높였다. 검은사막, 이브온라인의 안정적인 서비스로 해외 매출 비중을 전년 대비 6% 상승한 77%로 늘렸다.
또한 지난 2월 24일부터는 카카오게임즈가 운영하던 검은사막의 북미, 유럽 서비스를 직접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큰 폭의 매출 상승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카카오게임즈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검은사막 북미, 유럽 서비스로 매출한 매출은 약 800억원 규모인데, 이것이 펄어비스의 매출로 연결된다면 큰 실적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자회사 CCP게임즈의 '이브온라인' 또한 지난해 2월 중국 판호를 획득하면서 중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이브온라인 IP를 활용해 만든 모바일 게임 이브 에코스는 지난해 8월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해 이를 통한 실적 상승도 기대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 대표는 '검은사막'에 이어 신작 '붉은사막' 출시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붉은사막'은 대규모 오픈월드 액션 장르로 제작되고 있는 AAA급 게임인데, 오픈월드는 국내 게임사가 그동안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장르인 만큼 펄어비스가 '붉은사막'의 흥행을 성공시키며 한국산 오픈월드 게임의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 게임계가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인해 몸살을 겪고 있기 때문에, 기술력과 게임성에 올인하고 있는 펄어비스의 행보가 다른 국내 게임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한 '붉은사막' 이후에도 '도깨비', '플랜 8' 등 다양한 신작들이 준비돼 있어 펄어비스의 IP는 다변화될 예정이다.
그동안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IP에 지나치게 치중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계점을 지적받아 왔는데, 신작 출시를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조석우 펄어비스 CFO는 “펄어비스는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라이브 서비스는 물론, 유저와의 소통을 강화한 한해였다”며, “2021년은 검은사막 북미·유럽 서비스의 성공적 이관과 ‘붉은사막’의 출시 준비에 집중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펄어비스가 '붉은사막'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려놓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우뚝 설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금재 기자 gam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