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허용수-허세홍 '경영 3년차', GS그룹 3·4세 누가 더 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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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허용수-허세홍 '경영 3년차', GS그룹 3·4세 누가 더 잘했나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01.11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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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 핵심 계열사 GS에너지, GS칼텍스 경영 3년차
미중 무역 분쟁, 코로나19 등 실적 악화 기조 뚜렷
'변화와 혁신' 바람 속 안정적 경영 확보 절실

GS그룹이 조용한 새해를 맞았다. 그룹 내 주력 사업인 정유·에너지 사업의 대외 환경이 녹록지 않아서다.

이들 주요 계열사의 수장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와 허세홍 GS칼텍스 대표는 코로나19 여파가 여전히 거센 올해 취임 3년 차를 맞았다. GS그룹 3세 막내와 4세 선두인 두 사람은 향후 승계 구도에서도 주요한 위치에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이들이 내세울 위기 극복과 새로운 비전 제시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날

2019년 1월, 허용수 GS에너지-허세홍 GS칼텍스 대표 취임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와 허세홍 GS칼텍스 대표는 2019년 1월 정식으로 대표 자리에 올랐다. 한해 전인 2018년 11월 그룹 임원인사에서 주요 계열사 대표직을 맡으면서 두 사람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왼쪽)과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사진=GS그룹]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왼쪽)과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사진=GS그룹]

당시 재계에서는 허용수 대표가 GS그룹 회장이던 허창수 명예회장의 뒤를 이을 후보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됐다. 허용수 대표의 지분율이 5.26%로 허창수 명예회장(4.75%)보다도 높은 점이 반영됐다. 반면 지난해 취임한 허태수 회장의 경우 지분율이 1.98%에 그쳐 존재감이 다소 적다는 분석이 있었다.

허세홍 대표는 4세 중 가장 주목 받았다. 그는 2017년 GS글로벌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그룹 4세 가운데 처음으로 계열사 독자 경영을 시작했다. 이후 2019년 그룹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4세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경력을 갖게 됐다.

다양한 후보군들이 거론되는 가운데 2022년에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여겨졌던 GS그룹 회장 교체는 예상보다 빠른 2020년 이뤄졌다. 허창수 명예회장은 임기를 2년 남겨둔 2020년 후계자로 허태수 회장을 지목하고 떠났다.

허태수 회장 선임은 그룹 체질 개선에 대한 의지로 비춰졌다. 허 명예회장은 "지금은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와 함께 빠르게 변하는 사업 환경에 대응해서 세계적 기업을 향해 도전하는 데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중요한 시기"라는 말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허태수 회장은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에 부임한 뒤 전략적 투자 방식으로 안정적 경영능력과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GS그룹은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할 새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야 하는 기로에 섰다. 체질 개선과 신성장 동력 발굴이 주요 과제다.

GS그룹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단순하다. 정유업 비중이 50% 이상일 정도로 비중이 높다. 이밖에 홈쇼핑, 리테일, 건설 정도가 주력 사업이다. 허태수 회장은 사업 구조가 다변화하지 못한 GS그룹을 변화시킬 책임을 안고 그룹 경영에 나서고 있다.

허태수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디지털'과 '친환경' 경영을 강조했다. 이는 여전히 그룹의 다음 총수 후보로 거론되는 허용수 대표와 허세홍 대표에게도 중요한 키워드다.

그후

대표 취임 2년, 허용수·허세홍의 혁신과 실적 어땠나

GS에너지는 그룹 내 최대 사업인 에너지사업을 총괄하는 중간 지주사다. GS칼텍스는 GS에너지의 주요 자회사로 소속돼 있다. 정유·화학뿐 아니라 전력·집단에너지, 가스, 자원개발 사업 등을 총괄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연결 기준 GS에너지 2018년 1조5030억원에서 2019년 1조3389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1~3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1417억원으로 급감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적자 규모만 1조 가까이 기록한 GS칼텍스 수익 악화의 영향이 컸다.

GS칼텍스 역시 허세홍 대표 부임 이후 실적이 상승 곡선을 그리지는 못하고 있다. 2018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조2342억원에서 부임 첫해인 2019년 8797억원으로 감소했다. 이후 지난해 1~3분기 기준 영업손실 878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지난 2년간의 실적 악화는 외부 요인의 영향이 컸다. 2019년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정유제품 수요가 줄면서 정유업황이 부진했다.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3조1000억원으로 2018년 4조6379억원과 비교하면 33% 이상이 감소했다. 정유4사는 2016년 7조9513억원, 2017년 7조8698억의 합산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018년 4분기부터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2019년 7월15일 서울 잠실 롯데 시그니엘 서울에서 열린 롯데케미칼-GS에너지의 합작사업 계약 체결식에서 양사 대표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진=롯데케미칼]
2019년 7월15일 서울 잠실 롯데 시그니엘 서울에서 열린 롯데케미칼-GS에너지의 합작사업 계약 체결식에서 양사 대표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진=롯데케미칼]

정유 업황이 불안한 여건에서 허용수 GS에너지 대표는 화학 사업을 강화하고, LNG 가치 사슬을 구축하는데 힘썼다. 2019년 7월 롯데케미칼과 함께 합작사인 롯데GS화학 설립 계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합작사 지분은 롯데케미칼이 51%를, GS에너지가 49%를 보유한다.

신규 합작사는 2023년까지 8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비스페놀A(BPA) 제품 20만톤과 C4유분 제품 21만톤 규모의 생산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공장은 롯데케미칼 여수 4공장 내 10만㎡ 규모 부지에 들어선다. 양사가 이를 통해 예상하는 실적 규모는 연간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이다. 직·간접 고용 규모도 77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BPA는 전기·전자제품, 의료용 기구 및 자동차 헤드램프 케이스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PC)의 원료로 사용되는 제품이다. C4유분은 탄화수소 혼합물로 추출과정을 통해 합성고무 원료인 부타디엔(BD)과 인조대리석 원료인 TBA를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당시 합작 발표는 단순한 실적 개선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화학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꾀할 수 있어서다. GS칼텍스로부터 제품 생산원료를 제공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부가 정유제품을 만드는 시너지도 낼 수 있는 장점도 기대된다.

허용수 GS에너지 대표는 당시 "석유화학사업 역량이 뛰어난 롯데케미칼과의 이번 합작사업을 통해 에너지사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동시에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용수 대표는 액화천연가스(LNG) 밸류체인 구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GS에너지와 SK E&S가 지난 2013년 50:50으로 합작 설립한 LNG 직도입용 터미널인 보령LNG터미널이 핵심이다. 보령LNG터미널에는 현재 20만킬로리터 저장능력이 있는 저장탱크 4기가 가동 중이다. 허용수 대표는 저장탱크 2기를 증설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2021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 2019년 1월 양사가 250억원씩 출자하고, 금융으로 4300억원을 조달했다.

LNG 직도입은 한국가스공사를 거치지 않고, 해외에서 저렴하게 들어올 수 있어 원가를 절가하는 효과가 있다. 이번 저장시설 증설 역시 해외에서 LNG를 안정적으로 들여오기 위한 기반마련 작업으로 평가된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는 지난해 11월 에너지플러스 브랜드를 첫 공개하고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플러스 허브’를 선보였다. [사진=GS칼텍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는 지난해 11월 에너지플러스 브랜드를 첫 공개하고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플러스 허브’를 선보였다. [사진=GS칼텍스]

허세홍 대표가 이끌고 있는 GS칼텍스는 주유소를 통한 정유 사업의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정보기술(IT)·자동차 등 기업들과 업무협약(M&A)을 활발히 진행하면서 전통 정유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기차와 디지털 시대로 이동하겠다는 행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2362개 주유소와 393개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 기능 등을 갖추는 것에 더해 다른 기업과의 업무협약(M&A)을 통한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네이버, 현대기아차그룹,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다양한 기업들과 협약을 맺었다. 우선 네이버와 체결한 '디지털 전환 협업·신사업 기회 발굴을 위한 업무협약을 통해 실물카드나 현금 없이도 네이버페이 간편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올해 초 이 서비스를 전국 주유소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과는 '데이터 기반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주유·충전·세차·정비 등 다양한 데이터의 상호 교류를 바탕으로 신규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서비스 개선과 고도화 등을 추진한다.

LG화학과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전기차 배터리 특화 서비스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업무협약은 충전소에서 수집한 전기차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배터리 특화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해 추진됐다. 양사는 배터리 안전진단 서비스 개발 등을 시작해 이를 해외 충전 시장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11월에는 에너지플러스 브랜드를 첫 공개하고,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플러스 허브'를 선보였다. 기존 주유소 공간을 재해석해 주유, 세차, 정비 외에 전기/수소차 충전, 카셰어링 등 모빌리티 인프라와 물류거점, 드론배송, 편의점등의 라이프서비스 콘텐츠가 결합된 새로운 에너지 충전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신성장 동력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테스트베드 성격의 MOU를 추진하고 있다"며 "미래에 대한 준비와 실험이 함께 이뤄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 그리고, 앞으로

2021년은 함께 살아나는 해가 될까

올해도 허용수 대표와 허세홍 대표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세계적 대유행의 기세가 가라앉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극복이라는 시대적 과업 앞에서 정유·에너지 업계가 '친환경' 경영이라는 큰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는 점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양사는 실적 측면에서 보면 어느 한쪽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구도가 아니기도 하다. 계열사 관계인 만큼 GS칼텍스의 영업손실이 GS에너지에도 당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21년 그룹의 안정을 책임질 과업이 이들 앞에 놓였다.

현실이 어둡지만은 않다. 실적 개선의 핵심인 GS칼텍스는 1분기 1조318억원, 2분기 1333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둔 뒤 3분기 영업이익 2971억원을 거두며 반등 기조를 보였다. 코로나19 백신을 통한 집단 면역 효과가 예상되는 하반기에는 정유 업황이 반등세에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GS그룹 '변화와 혁신' 바람 속에서 허용수, 허세홍 대표가 추구할 안정적 경영의 필요성이 더 중요해진 한 해다. GS그룹의 핵심사업을 이끌고 있는 두 대표의 시너지가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서창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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