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문재인 민정수석, 대통령 가족 관련 업무 담당으소 유영민 상무와 자주 교류
- 유영민, 민주당 입당 "제가 살아온 환경과 인간관계 전반이 민주당과는 거리가 있지만..."
- 비서실장 취임 일성 "바깥에 있는 여러 정서, 어려움을 부지런히 듣고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
- 청와대 586운동권의 '반기업 정서' 극복하고 기업인들 어려움 해결 역할 관심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에 기업인 출신이 등장하면서 재계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5일 재계 관계자는 "기업인 출신 대통령 비서실장은 유영민 실장이 처음일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부터 기업규제3법과 노동관계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기업 규제 관련 법안을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 프렌들리' 전환에 유 실장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월 31일 노영민 비서실장 후임에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취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임명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에 주요 그룹 경영진 출신을 임명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청와대는 586운동권이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영민 비서실장 발탁은 놀랍다는 반응이 다수다.
하지만 유영민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은 물론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기업인 출신이기는 하지만 정치권에 '소프트 랜딩'하면서 이질감이 덜 하다는 것이다.
유영민 비서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간사도 맡았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문재인 인재 영입 11호'로 민주당에 입당했다. 20대·21대 총선에서 부산 해운대갑으로 출마했지만 하태경 의원(현 국민의힘 소속)에게 밀려 낙선했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는 민주당 소재·부품·장비인력발전특별위원장을 맡았다.
유영민 비서실장은 민주당 입당 당시 “제가 살아온 환경과 인간관계 전반이 민주당과는 거리가 있고, 당의 최근 모습 또한 많은 실망을 줬다”면서도 “당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간절한 몸부림을 보면서 희망을 갖게 됐다. 정치가 건강해질 수 있는 일이라면 국가를 위해서도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영민 비서실장은 1951년생 부산 출신이며 부산대 수학과 졸업 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시작해 전문 경영인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는 LG전자 전산실에 입사해 정보화추진실장, LG CNS 부사장, 포스코 ICT 총괄사장, 포스코경영연구원 사장 등을 역임했다. 참여정부 때인 2006년 소프트웨어진흥원장을 맡았다. 이외에도,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 이사장,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 이사, 소프트웨어공개조합 이사, 민주평통자문위원, 지식정보자원관리위원 등도 지냈다.
유영민 비서실장이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은 노 대통령 아들 노건호 씨가 2002년 7월, LG전자에 공채로 입사하면서 시작됐다. 노건호 씨는 당시 유영민 상무가 맡고 있던 정보화담당 산하 IT인프라팀에 배치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대통령 가족문제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이때 'LG맨' 유영민 상무와 자주 교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7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유영민 후보자가 (노무현 정부 때)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으로 임명된 것과 관련 노건호 씨가 관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한국당 강효상 의원도 "노 전 대통령이 당시 '우리 아들 좀 잘 봐주십쇼'하는 인사를 했었느냐"고 물었다.
유영민 후보자는 "(노건호씨의) 결혼식장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났고 식사 한 번 하자는 말이 있었다"며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으로) 취임한 후 부부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식사를 했다"고 답변했다.
'LG맨' 당시 유영민, 유연한 소통과 업무 능력으로 선후배들에게 좋은 평가받아
유영민 비서실장은 LG에 재직할 때 유연한 소통과 업무 능력으로 선후배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LG히다찌 사장 출신 A씨는 "유영민 선배는 1996년 LG전자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임명됐다"며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최고정보책임자라는 개념이 생소했는데, 그는 경영혁신을 주도해 LG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미국 출장을 동행했는데 미국 CIO들을 능가할 정도로 당당하고 실력이 있는 분이었다"며 "재임 기간 중 ERP(전사자원관리) 구축, 글로벌 IT 인프라 구축, 해외법인 표준 프로세스 정립 및 시스템 구축 등 그의 업적은 정말 대단했다"고 덧붙였다.
재계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생존을 건 위기 돌파의 한 해를 맞이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586운동권의 '반기업 정서'로 인해 기업규제가 심각해졌다는 아우성이 나온다. 지난해부터는 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과 노동관계법 등 입법이 폭주하면서 "기업 규제가 도를 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청와대가 민주노총 등 노조에 끌려다니면서 국가 경제를 책임지는 기업들은 예비범죄자 취급한다는 것.
유영민 비서실장은 취임 일성으로 "이른 시간 내에 현안들을 정리하고 속도감 있게 실행력을 높이고 통합과 조정을 통해 생산성 있고 효율 있는 청와대 비서실을 만들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바깥에 있는 여러 정서, 어려움을 부지런히 듣고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영민 비서실장이 바깥에 있는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부지런히 듣고 문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할지 관심을 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문 대통령의 마지막 임기 기간 동안 이뤄질 것인지는 유영민 비서실장에게 맡겨진 숙제인 셈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