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원격의료 등도 특수서비스 포함하는 등 기준 더 명확히 해
인터넷 품질 유지, 망 지속적 고도화 등 조건으로 내걸어 보완책 마련
2012년부터 시행되어 온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에 일부 예외 사항이 생긴다. 자율주행, 원격의료 등 5G 융합서비스의 도입이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 이하 과기정통부)는 5G 등 네트워크 기술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여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이하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27일 밝혔다.
망 중립성은 통신사업자(ISP)가 합법적인 인터넷 트래픽을 그 내용·유형·제공사업자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예컨대 넷플릭스, 유튜브 등의 콘텐츠 사업자가 다른 업체들보다 상당량의 트래픽을 유발한다고 해서 추가 비용을 물리는 등의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망 중립성 원칙의 주요내용을 규정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시행해 왔다.
그러나 5G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의 발달로 상황은 달라졌다. 5G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하나의 물리적 네트워크를 독립된 다수의 가상 네트워크로 분리해 개별 기업이나 서비스에 맞춰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자율주행 등 초저지연 네트워크 성능이 요구되는 서비스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나, 이 과정에서 일반 사용자의 인터넷 품질이 저하될 수 있고 현행 법령 상 서비스 요건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2019년 6월부터 망 중립성 연구반을 구성·운영해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정책자문질의를 시행하는 등 폭 넓은 논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해관계자 간 공감대를 형성하여 다음과 같은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마련했다.
먼저 현행 망 중립 예외서비스 제공요건을 보다 명확히 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EU, 미국 등 해외와 같이 특수서비스(specialized service) 개념을 도입했다. 특수서비스에는 자율주행은 물론 IPTV, VoIP, 실시간의료(원격수술 등), 텔레메틱스, 에너지 소비 센서 등 기기 간 연결(M2M) 등이 포함된다.
특수서비스는 ▲특정한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일정 품질수준(속도, 지연수준 등)을 보장하여 특정용도로 제공하되, ▲인터넷접속서비스와 물리적 또는 논리적으로 구분된 별도의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로 정의했다. 이번 특수서비스 개념 도입으로 신규 융합서비스 제공이 일정한 요건 하에서 가능해져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수서비스 제공조건도 구체화했다. 특수서비스가 제공될 경우에도 일반 이용자가 이용하는 인터넷의 품질은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특수서비스의 남용 가능성을 차단했다. 통신사업자가 ▲인터넷접속서비스 품질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며, ▲망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도록 하고, ▲특수서비스를 망 중립성 원칙 회피 목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한 통신사업자와 콘텐츠사업자 등 이용자 간 정보비대칭성을 완화하기 위해 투명성을 강화했다. 통신사의 인터넷접속서비스, 특수서비스 운영현황과 품질영향 등에 대한 정보요청, 모니터링 등을 통해 이용자 등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통신사의 ▲정보공개대상을 확대하고, ▲정부가 인터넷접속서비스 품질 등을 점검하며, ▲관련 자료제출을 통신사에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안은 망 중립성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특수서비스 제공요건을 갖춘 경우 자율주행차 등 신규 융합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통신사업자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도록 규정한 것에도 의미가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개정안은 EU가 망 중립성 원칙을 엄격히 유지하면서도 일정 요건 하에 특수서비스 제공을 허용한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망 중립성 원칙을 복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계적인 정책 동향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개정 가이드라인을 2021년 1월부터 시행하고 현장에서 원활히 적용될 수 있도록 해설서를 마련하는 한편, 시장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장경윤 기자 mvp5757@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