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위사업청 개청, 신설 이후 열한 번째 수장 임명
지난 25일 제11대 방위사업청장으로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 차장이 임명됐다.
방위사업청은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 1월 1일 국방부 산하 국방조달본부를 개청해 신설됐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문민화를 추진하면서 정부조직법상 국방부 외청으로 독립한 중앙정부기관이다. 국방획득 관련 대형 무기체계 도입 과정에서 방위사업 비리를 근절하고자 방위사업청이 출범하게 되었던 것이다.
현 정부의 국방개혁 2.0 추진과제와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88번째로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방위산업 육성과 방산비리 근절’ 과제를 중간 점검하는 중요한 기로에서 막중한 사명과 책임을 짊어지게 된 강은호 신임 청장은 방사청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표적인 방위사업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앞으로 그의 행보와 역할에 기대가 큰 이유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방위산업은 정부의 각종 규제 환경에 따른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분류된다. 이는 방위산업의 고유한 특수성, 즉 정부가 유일한 수요자로서 정부 수요 맞춤형 산업이라는 특성과 무기체계 획득 및 조달에 있어 사업관리, 방산원가 제도 등에 따른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최근 정부는 방산업계를 위한 적극적인 관련정책과 제도 개선 노력을 추진 중이며, 이는 분명히 과거 정부와는 크게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방산업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보다 더 실효적이면서 강력한 국가 방위산업 육성 정책과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른바 ‘방위산업 대참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즉, 기본으로 돌아가 근본 원인과 개선방안을 강구하고, 사후적인 제도 개선이 아닌 사전예방과 육성을 통해 건전한 국내 방위산업 생태계를 조성함에 있어 더욱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K-방산 육성 위해 폐습 지양하는 혁신 추진해야
해외 선진국들이 시행하는 자국의 방위산업 육성 및 지원 정책과 제도를 살펴보면, 현행 우리 정부에서 추진하는 노력의 수준과는 확연히 비교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향후 방산수출 확대를 위한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정부는 방위산업에 대한 규제 접근을 지양하면서 지원 및 육성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일시적인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나 보신주의, 부작위로 대표되는 소극적인 업무자세 등 정부 관계자들의 사고와 의식을 전향적으로 전환하고, 단기적 성과와 효과보다는 체계적이면서 장기적인 산업적 차원의 발전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방위산업 발전을 위해 방산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레드팀(Red Team)과 같은 조직 내부에서 건전한 비판과 지적이 제기되더라도 겸허히 수용할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하다.
또한, 산업발전법 제27조 제1항에 근거한 생산성경영인증(PMS) 제도의 일몰기한 폐기 검토와 확대 적용을 통해 방위산업 분야의 생산성과 경영 효율화를 극대화할 수 있는 측면도 검토해야 한다.
이외에도 해외 선진국의 ‘리니언시(Leniency)’ 제도와 같은 선진적인 내부 고발자 제도 도입과, 최근 국가계약법 개정에 따른 기존에 ‘협상에 의한 계약’ 방법을 보완한 ‘경쟁적 대화에 의한 계약’ 제도를 방위사업의 신속획득사업 제도에 시범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K-방산 생태계에 있어 민-관-군-산-학-연 거버넌스(Governance) 구축을 위한 ‘방산클러스터’ 확대 노력과 더불어 미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 부설 링컨랩(Lincoln Lab) 사례와 같이 국내 대학과 연구소, 학계 등이 정부와 방산업체 등과 공동연구가 가능하도록 제도화할 필요도 있다. MIT 링컨랩은 지난 1951년 창립되어 3700여명의 연구원이 항공분야 등 8개 기술분야 연구개발을 수행하면서 미국 정부의 공식지원을 받는 대표적인 국방 및 방위산업 관련 대학 부설 연구소다.
또한, 무기체계가 진화할수록 작전운용성능(ROC)에 대한 운용요구서(ORD) 상에 무기체계 운용개념이 보완되어야 하는데, 기술과 정보가 주도하게 될 하이테크 시대의 미래전에서는 기존의 전장 영역이 복잡 다양해져 다층 및 다영역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4세대 전쟁에서는 임무형 지휘(Mission Orders)가 중심이 되는 중앙집권적 군수기능의 필요성이 강조될 것이다. 따라서, 신축적이면서 유연한 무기체계 획득 및 조달체계로 변모해야 한다.
미국의 무기체계 전략가(Military Strategist)이자 현대 전쟁 이론의 대부로 불리는 존 보이드(John Boyd)는 ‘The Pantagon Wars’에서 혁신적인 무기체계의 발전과 전장에서의 운용개념이 중요함을 강조했으며, ‘존재할 것이냐 행동할 것이냐(To Do or To Be)’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긴 바 있다. 미군의 현대전 수행에 있어 무기체계 중심의 기술 우위 전략을 강조하면서, 현존하는 전 세계 최강 기술군으로 거듭난 배경에는 미국의 천재적인 전략가들과 무기체계 사상가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무기체계 전략가와 전문가 태부족이며, 이는 깊은 고민과 반성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즉, 국내 방위산업 분야에서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만 양성되고, 정작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는 찾아볼 수 없는 모순된 상황이다. 또한, 이같은 상황은 국내 방위산업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불편한 이야기로만 치부되어 정작 외면받고 있다.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이 수반되는 복잡한 무기체계획득 분야에서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므로, 전문가 부재와 전문성 부족에 기인하는 방산비리 발생 개연성도 높다. 이 때문에 미국 사례와 같이 DAU(국방획득대학) 신설 및 국방획득인력 전문자격법(DAIWA) 제정 외에 방위사업교육원(가칭) 설립도 속도감 있게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한국 방위산업이 혁신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기체계 획득 및 조달의 중심에서 방위사업 분야에 있어 최첨단 무기체계 확보와 함께 전력화된 무기체계의 한국군 특성에 맞게끔 운용개념이 정립되어 발전되어야만, 비로소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밀리테크(mili-TECH) 4.0’이 확장성을 갖고 혁신적으로 진화될 수 있을 것이다.
▲ 한국 방위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소통에서 시작
정부는 단순히 방위사업을 방위산업 육성보다 우선시하거나 책임감 없이 방관하는 입장을 과감하게 버리고, 방산업계와의 상호 정례화된 소통창구를 통해 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시너지(Synergy)를 확대함으로써 장차 해법과 방향을 찾아가는 노력과 의지를 가져야 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 해외 선진국 사례같이 정부와 방산업계 종사자 간의 수직적 ‘갑을관계’를 초월한 수평적인 동반자(Counter Partner)로서 발전적인 상생 및 협업 관계를 지향하도록 제도적 지원과 관련 정책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소통(疏通)’은 막히지 않고 뜻이 서로 잘 통해 오해가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 정부와 방산업계가 소통과 교감을 통해 상생, 협업의 길을 열어 모색해 나가야 할 때다.
앞으로 정부와 방산업계는 ‘원팀(One Team)’으로 이인삼각(二人三脚) 경기처럼 함께 호흡을 맞춰서 한국 방위산업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도록 K-방산 중흥의 퀀텀점프(Quantum Jump)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쓴이 최기일(40) 상지대 교수는 21대 국회의원 선거 때 더불어민주당이 영입한 '영입인재 11호'로 잘 알려졌다. 대한민국 방위사업학 박사 1호다. 국방대, 건국대, 미드웨스트대 교수를 거쳐 현재는 상지대 군사학과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국방부장관 표창 수상을 비롯해 다수의 수상실적이 있고, 고등학생 시절부터 50회가 넘는 헌혈로 대한적십자사로 부터 헌혈유공자 금장과 총재표창을 수상했다.
김의철 기자 re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