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세대 정·관계 집안과 혼사 28%, 자녀 7%로 급감…일반인과 혼인 급증
- 대기업 간 혼인 GS·LS 8곳 최다…두산·금호아시아나 6곳으로 많아
- CEO스코어, 총수가 있는 55개 대기업집단 부모세대 및 자녀세대 혼맥 분석
대기업 오너일가 절반이 다른 대기업 가문과 혼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세대에 비해 자녀세대의 대기업 가문 간 혼인사례가 더 늘어난 반면 정·관계 가문과 혼인은 크게 줄었다. ‘정경유착’ 보다는 대기업간 혼인을 통한 ‘부의 대물림’이 심화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대기업 오너일가의 경우 자녀세대의 일반인과 혼인도 부모세대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아 집안보다는 개인을 중시하는 문화가 사회 주도층으로까지 확산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16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총수가 있는 55개 대기업집단의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중 경영에 참여했거나 참여 중인 인물의 혼맥(이혼, 재혼 포함)을 분석한 결과, 총 317명의 오너일가 중 대기업간 혼인한 비중은 48.3%(153명)로 절반에 육박했다.
부모세대의 대기업간 혼사가 46.3%(81명)였던 것이 자녀세대에선 50.7%(72명)로 비중이 더 높아졌다. 부모세대에서 정·관계 집안과의 혼사가 28%(49명)로 대기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던 반면 자녀세대에선 7%(10명)로 크게 떨어졌다.
대기업 오너일가가 일반인과 결혼한 비중은 부모세대에서 12.6%(22명) 수준이었지만 자녀세대에 와서는 23.2%(33명)까지 확대됐다. 기업 경영에 대한 정·관계 영향력이 상당했던 과거와 달리 갈수록 정·관계 혼맥의 필요성이 낮아지면서 대기업간 또는 일반인과의 혼인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현상은 최근 혼맥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대기업 오너일가의 최근 2년간 총 5건의 혼인 가운데 3건이 일반인과 이뤄졌고, 대기업과 학계는 각 1건이었다.
한화그룹의 3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는 사내연애를 통해 만난 일반인 정 모씨와 지난해 결혼했다. 셀트리온 서준석 이사도 올해 일반인 여성과 혼인했고, 김대헌 호반건설 대표는 전 SBS 아나운서 김민형씨와 최근 결혼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올해 7월 교육자 집안 여성과 혼인했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장녀 서민정씨는 10월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의 장남 홍정환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대기업 오너일가와 법조, 학계, 의료계와의 혼인은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법조계와의 혼사는 부모세대가 5.1%(9명), 자녀세대가 5.6%(8명)로 비슷했고 학계는 각각 8명(부모세대 4.6%, 자녀세대 5.6%)으로 같았다.
의료계와의 혼인은 부모세대가 2.9%(5명), 자녀세대가 4.2%(6명)로 큰 차이가 없었다. 대기업 오너가와 언론계와의 혼사는 부모세대에 0.6%(1명)에 불과했지만, 자녀세대에선 3.5%(5명)로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다른 그룹과 사돈을 맺은 ‘혼맥 수’는 GS그룹와 LS그룹이 각 8곳으로 가장 많았다. GS그룹은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해 세아, 태광, LIG, 벽산, 아세아, 삼표, 부방 등과 사돈을 맺었다. LS그룹은 두산, 키스코홀딩스, OCI, BGF, 천일여객, 사조, 현대자동차, 삼표 등의 대기업과 연을 맺었다.
이어 두산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각 6곳과 사돈을 맺어 대기업 간 혼맥 수가 많았고 △현대자동차·동국제강 각 4곳 △코오롱·태광·애경·아모레퍼시픽 각 3곳 △LG·OCI·세아 각 2곳 △한화·효성·KCC·DB·한국타이어·금호석유화학·삼성·대림·영풍 각 1곳 등으로 조사됐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