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승에도 3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반토막 수준
주가 상승세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
최근 수년 간 주가 급락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던 철강업계가 올해 3월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3년간 철강업계의 주가 동향을 살펴본 결과는 여전히 참담한 수준이지만, 그나마의 회복이 주주들을 위안해주고 있다. 그러나 향후 얼마나 추가로 상승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5일 철강사들 주가 쭉 올라...3월 이후 상승세 뚜렷
5일 철강사들의 주가는 이례적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포스코는 5일 20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전일보다 4.59%(9000원) 상승한 것이다. 현대제철은 전일보다 9.15%(2만6850원)나 오른 2만6850원에 장을 마감했다. 동국제강도 694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전일보다 9.4%(6940원)나 올랐다.
철강업체들의 주가는 올해 3월 바닥을 찍고 서서히 상승해왔다. 철강업체들의 올해 3월 말경 너나 할 것 없이 주가가 최저점을 기록했다.
포스코는 13만3000원(3월27일), 현대제철은 1만2400원(3월27일), 동국제강은 2780원(3월20일), KG동부제철은 4950원(3월20일)을 각각 기록했다.
철강업계가 3월 주가 바닥을 찍은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여파가 철강업체들에게 치명타를 날릴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 전세계 자동차 공장들이 문을 닫으며 포스코, 현대제철 등의 차강판 판매가 대폭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다. 동국제강, KG동부제철 등도 냉연도금재, 컬러강판 등이 코로나19 여파로 판매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2분기 코로나19 영향으로 자동차, 조선, 항공 등 주요 거래처가 어려움을 겪자 철강제품 수요 감소로 실적과 주가에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해 국경이 막히면서 수출길이 막혔던 점이 컸다. 여기에 철광석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올랐다. 철광석은 4월 초 톤당 81달러에서 9월 중순 130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철강업체들이 2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는 이유가 됐다.
이랬던 4개 철강사들의 주가는 7개월 만에 평균 95% 올랐다. 10월 5일 기준 포스코가 20만7500원, 현대제철이 2만6750원, 동국제강이 6810원, KG동부제철이 8260원으로 각각 56.0%, 115.7%, 144.9%, 66.8% 올랐다.
철강업체들은 올해 초 주가가 급락하자 대표이사, 임원진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그룹 등 임원진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어느정도 주가 방어에 효과를 봤다.
추가로 조선업계의 카타르발 LNG선 100척 건조 소식이 6월에 들려오면서 철강업계 주가 부양을 이끌었다. 실제 철강업체가 후판 대규모 수주에 나서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호재로 여겨지면서 주가가 탄력을 받았다.
최근 들어 일어나는 상승세의 배경에는 실적 회복이 있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포스코는 올해 3분기 4595억 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데, 이는 전분기보다 174% 증가하는 것이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가 올 3분기 흑자회복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생산이 감소했던 철강업계는 3분기 들어 자동차, 전자, 조선 등 주요 수요산업의 회복에 힘입어 출하량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7월부터 광양 3고로를 가동을 재개하는 등 철강업계의 생산회복 전망도 밝은 편이다.
4분기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정하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철강제품 판매량이 늘어나기 시작한 만큼 하반기 포스코 실적 회복세는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며 "4분기 가동률 상승 효과로 인한 고정비 절감은 물론 원재료 가격 노출도가 낮다는 점 역시 하반기 실적 회복 강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증권 이현수 연구원은 "현대제철이 4분기에 봉형강류가 다시 한번 계절적 성수기를 맞아 판매량이 늘며 스프레드도 확대돼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도 갈 길 멀어...2018년 초 대비 반토막
그러나 약 3년 전인 2018년 초와 비교해보면 아직 갈길이 먼 게 사실이다. 올해 3월 말 이후 지속 상승해왔다고 해도 대부분 철강사들의 주가가 2018년 초보다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5일 종가를 2018년도와 비교해보면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18년 2월 2일 40만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현대제철은 지난 2018년 6월 1일 7만3600원이었으나 올해 10월 5일 2만6850원을 기록했다. 동국제강은 2018년 1월12일 1만2850원을 찍은 뒤 올해 10월 5일 6940원까지 하락했다. KG동부제철은 2019년 1월11일 1만1450원에 달했지만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주인을 찾는 과정이 이어지며 주가가 폭락하며 올해 10월 5일 8310원을 기록했다.
최근 3년 간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주가 하락은 현재 철강업계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중국발 생산쇼크로 인한 전세계적인 철강재 공급과잉 현상은 철강업계가 제값을 받고 팔지 못하게 만들었다. 현재 철강재 국제 가격은 10년 전 이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중국산의 공세에 내수시장 점유율을 40%나 빼앗기며 국내 철강업체들은 수출로 판매물량을 메우기에 급급했다. 자동차, 조선, 전자 등 주요 수요업계마저 어려움에 처하며 차강판, 조선용 후판, 냉연도금재 등의 가격을 인상하는데 줄줄이 실패했다.
주가 잔혹사 탈출하기에는 역부족...주가 상승세 지속도 미지수
철강업계가 '주가 잔혹사'를 탈출하고, 올해 3월 말부터 이어진 주가 상승세를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냉정한 평가다.
중국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과잉 상태가 여전하고, 중국과 일본은 계속 한국에 저가 수출을 지속하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의 하반기 실수요가향 단가 협상이 완성차향 동결, 가전사향 인하, 조선사향 인하로 결정된 것도 부담이다.
포스코는 확고한 내수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톱 철강사로 군림해왔으나 현대제철의 판재류 시장 진입, 중국산과 일본산 공습 등으로 과거와 같은 시장지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현대기아차에 대한 너무 높은 거래비중이 현대제철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동국제강은 컬러강판으로 뚜렷한 회사 DNA를 정하고 추진 중이나 브라질 CSP 제철소의 실적부진과 외화평가손실이 걸린다. KG동부제철은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이뤄냈으나 여전히 불안요소가 너무 많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산업 생산 위축으로 철강업계 주가가 올해 3월 바닥을 찍었지만, 올해 하반기 실적 개선이 이뤄지면서 주가 반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철강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여전히 어려워 주가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