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넷마블 품에 안긴 코웨이, 그 후 1년의 '메르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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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넷마블 품에 안긴 코웨이, 그 후 1년의 '메르헨'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0.10.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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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깜짝 놀란 게임회사 ‘넷마블’의 렌탈업계 1위 기업 ‘코웨이’ 인수
이해선 대표 체제 유지... AI 기술력과 게임기업의 창의성으로 ‘순항 중’
코웨이 본사(왼쪽)와 넷마블 본사(오른쪽) 전경.
코웨이 본사(왼쪽)와 넷마블 본사(오른쪽) 전경.

역사는 가끔 무대에 전혀 등장하지 않았던, 그래서 관객들이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배역을 메르헨의 주인공으로 선택한다. 그리하여 역사는 더 흥미로워지고, 새로운 동력을 얻는다.

2013년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위기를 맞은 웅진그룹은 핵심 계열사 웅진코웨이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다. 회사이름에서 '웅진'이 떨어져나간 코웨이는 2018년 10월 절치부심한 웅진그룹으로 돌아가 다시 '웅진코웨이'가 됐으나, 과다한 인수 차입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 새 주인을 찾아 나섰다. 그 후 1년 뒤인 2019년 10월, 코웨이는 '구독경제 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세운 넷마블의 품에 안겼다. 

넷마블 인수 후에도 재신임을 받은 이해선 코웨이 대표
넷마블 인수 후에도 재신임을 받은 이해선 코웨이 대표

 

그날

아무도 예상치 않았던 주인공, '넷마블'의 등장

1년 전 코웨이를 잡기 위한 인수전은 반전에 반전을 더한 한편의 드라마였다. 모든 전문가들이 유력 인수 후보로 예측했던 SK네트웍스는 물론 유수의 글로벌 사모펀드가 본 입찰 참가를 포기한 10월 10일까지 코웨이의 새 주인을 찾기는 어려워보였다.

그 순간 갑자기 넷마블이 등장했다. 단 한 번도 코웨이 인수전 과정에서 언급된 적이 없었고, 누가 봐도 이질적인 게임기업 넷마블의 등장에 렌탈업계는 물론 재계 전체가 술렁였다. 결국 지난해 10월 14일 넷마블은 코웨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이 대형 M&A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넷마블은 코웨이 인수와 관련해 “코웨이는 정수기·공기청정기 등 실물 구독경제(렌털) 1위 기업”이고, “코웨이 기존 비즈니스에 넷마블의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력이 결합될 경우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에서 메이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업”이라고 평가하며 인수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27일 코웨이 주식 1851만1446주(지분 비율 25.08%)를 주당 9만4000원씩, 총 약 1조7400억원에 매입한다고 공시한 넷마블은 그해 12월 30일 웅진그룹과 인수협정을 체결하고 정식으로 코웨이의 모기업이 됐다.

코웨이 공기청정기와 공기질 연구 모습.
코웨이 공기청정기와 공기질 연구 모습.

그후

창립 30년 만에 매출 3조 돌파... 국내 최초 800만 계정 시대 개막

그렇게 코웨이는 창립 30주년(1989년 설립)에 구독경제 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세운 넷마블에 인수됐다.

넷마블은 그간 축적한 빅데이터 및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 기술을 코웨이에 접목해 ‘스마트홈’과 ‘구독경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아직 눈에 띄는 기술 접목 사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코웨이의 성적표가 인수 후 지속적으로 순항 중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2019년, 창립 30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기록한 코웨이는 올해부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스마트홈 구독경제 시장 넘버원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해 코웨이 매출액은 3조189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1.5% 증가한 수치다. 올해는 2분기 기준 국내외 고객 총 계정 수 801만 계정(국내 633만+해외 168만)으로 렌탈 업체 최초로 800만 계정 시대를 열었다.

현재 국내에서 코웨이 제품을 사용하는 가구 수는 약 350만 가구. 대한민국 5가구 중 1가구는 코웨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또 코웨이 고객 중 약 50%는 10년 이상, 약 70%는 5년 이상 코웨이 제품을 렌탈로 사용하는 장기 고객이다. 이처럼 코웨이 제품에 대한 높은 만족도와 충성도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가장 먼저 ‘원조’라는 자신감에서 비롯한 혁신 DNA가 눈에 띈다. '렌탈의 역사는 곧 코웨이의 역사'로 불릴 만큼 코웨이는 국내 최초로 생활가전 렌탈서비스를 도입하며 생활가전의 대중화를 이끈 선구자로 기억되고 있다. △1998년 정수기를 시작으로 △2000년 비데 △2001년 공기청정기 △2011년 매트리스 △2018년 의류청정기 △2019년 전기레인지 렌탈 서비스를 론칭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해온 도전 정신이 지속 성장의 비결로 손꼽힌다. 시장선도적 위치와 익숙한 분야에 안주하지 않고 신규 카테고리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며 끊임없는 혁신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코웨이 제품 및 서비스 경쟁력은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2016년부터 매년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 참가해 국내 대표 혁신 제품과 서비스로 ‘CES 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 해 코웨이 해외 사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한 7491억원(K-IFRS 연결기준)을 기록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넷마블은 코웨이 인수 후 급격한 변화 추구 보다는 현 경영진의 능력을 인정하고 연속성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뒀다. 눈에 띄는 변화는 사명을 ‘웅진코웨이’에서 ‘코웨이’로 바꾸는 것에 그쳤을 뿐, 이해선 대표를 재신임하고 힘을 실어줬다.

이해선 대표의 재신임은 이 대표의 경영능력과 실적을 인정함과 동시에, 넷마블이 코웨이 경영에 깊숙히 관여하지 않겠다는 시그널로 읽혀 시장에서도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호재로 작용했다.   

넷마블로 인수된 후 코웨이는 당면 과제였던 ‘CS닥터’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인수 이전부터 노사갈등을 빚어왔던 CS노조와의 관계는 넷마블 인수 후에도 코웨이의 가장 큰 불안요소였다.

코웨이는 지난 8월 24일 수리·설치 기사인 CS닥터 1500여 명을 업계 최초로 본사에서 직고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임단협에 합의하고 조인식을 가졌다. 정규직 전환은 물론, 자회사가 아닌 본사 소속이 된 CS닥터들은 코웨이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업계 1위 코웨이의 CS닥터 본사 직고용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렌탈기업 노사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코웨이 최대 해외 법인인 말레이시아 코디 모습.
코웨이 최대 해외 법인인 말레이시아 코디 모습.

그리고, 앞으로

넷마블의 첨단 ICT기술 접목... 스마트홈 구독경제 선도기업 자리매김

코웨이는 지난 30년 동안 쌓은 업계 1위의 경쟁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핵심 경쟁력을 더욱 견고히 다지며 미래지향적인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해 국내외에서 질적 성장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업계 최초로 환경가전에 사물인터넷을 접목해 고객 가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코웨이는, 향후 모기업인 넷마블과의 시너지를 사물인터넷·빅데이터·인공지능 등 첨단 ICT기술을 제품과 서비스에 접목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누구도 예측하지 않았으나 깜짝 등장으로 미인과 맺어져 ‘그 후로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메르헨’처럼, 지난 30년간 코웨이가 차곡차곡 쌓아온 업계 1위의 경쟁력과 게임 기업 넷마블의 ICT기술력 및 창의성의 결합이 앞으로도 렌탈업계의 ‘역사’를 선도하는 혁신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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