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매각금액 최대 1조원 수준으로 올라...매각 완료시 사실상 구조조정 완료
숙제 마친 두산그룹 내부 "급하게 팔지말고 제 값을 받자"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속도조절을 할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자본확충 계획이 계획대로 진행되면서 매물 중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해 '제 값 받기'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그룹이 지금까지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으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총 3조6000억원이다. 이 빛을 갚기 위해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은 지난 6월 3조원 이상의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연내 1조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자산 및 계열사 매각 등의 자본 확충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두산중공업은 오는 12월 1조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했다. 1억2150주를 신규 발행해 투자자 자금을 모은다. (주)두산은 두산모트롤과 두산솔루스 지분 등을 매각한 금액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만약 투자자들이 없을 경우 주관 7개 증권사가 나눠서 인수하기로 했다. 유상증자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빚의 절반 가까이를 털어낼 수 있다.
여기에 유휴자산 매각 등의 자본확충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두산그룹이 사업부와 유휴 자산 매각에 집중한 결과 현재 매매계약이 체결된 건만 ▲두산솔루스 6986억원 ▲㈜두산 모트롤사업부 4530억원 ▲클럽모우CC 1850억원 ▲네오플럭스 730억원 등 총 1조4000억원이다. 추가로 8000억원 수준의 동대문 두산타워 매각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두산그룹은 이 자금을 1조3000억원으로 예정된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투입하고 나머지 금액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대주주들도 책임경영 차원에서 약 5700억 원가량을 사재출연했다.
이제 자본확충 계획의 핵심과제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됐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의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시중 매각가격은 당초 수천억원대로 예상됐으나 지금은 최대 1조원 수준으로 올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그룹의 몇 안되는 알짜 계열사다. 최근 2년 연속 7~8조원의 매출과 8000억원 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이 10%를 넘는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기준 165.69%로 2017년 말 200%를 넘었으나 지속적으로 낮춰왔다. 중국 굴삭기 시장 성장성이 높아 향후 비전도 좋다.
두산타워 매각 자금까지 포함하면, 자산 매각으로 확보한 두산그룹이 유동성 규모는 2조2000억 원에 달한다. 두산인프라코어를 1조원 수준에 매각할 수 있다면 두산그룹을 괴롭혔던 부채에서 해방되며 사실상 구조조정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두산그룹 내부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를 "빚을 갚기 위해 싸게 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초 두산그룹은 4월까지만 하더라도 "돈 되는 것은 다 팔아서 빛을 갚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채권단과의 숙제를 다 마쳐가는 지금은 제값을 받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오는 28일 두산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에 대한 예비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후보로는 현대중공업그룹, MBK파트너스, 한화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 실행을 서둘러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향후 남은 가장 중요한 구조조정 과제인데 급하게 매각하기 보다 제 값을 받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