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개월 간 끈질긴 노력 끝에 인도 인도 이륜차 연료탱크용 편면도금 전기아연도금강판 양산 성공
- 과거 우월적인 시장지위를 바탕으로 영업적인 노력이나 중소기업과의 협업 등에는 등한시...갑질 행태도
- 경영환경 최악 속 '위드 포스코' 앞세운 최정우 호, 노력과 협업으로 '뉴 포스코' 거듭나나
포스코(대표 최정우)가 '노력과 협업의 포스코'로 거듭나고 있다. 우월적 지위를 자랑하며 손쉽게 영업을 펼치던 관행을 깨고 고객사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한편, 적극적인 협업 유도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2분기 별도기준 적자를 내는 등 최악의 경영환경 속에서 포스코는 살아남기 위해 노력과 협업을 선택했다. 과거 일부 고객사, 협력사들에게 갑질을 해 원성을 사던 모습과는 딴 판이다.
협업의 포스코...고객사와 함께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활동까지
포스코의 최근 눈에 띄는 행보는 고객사들과 함께 하는 협업이다. 최근 개발에 성공한 '강관철근망'이 대표적 사례다.
포스코는 최근 고객사 MS파이프, 한국소재와 치열한 협업 끝에 강관철근망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인력 의존도가 높은 철근 가공 작업에서 무거운 철근은 현장 작업자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에 착안해 철근을 대체할 경량 강관 개발에 나선 것이다.
오랜 기간 파트너를 물색하던 중, 차량 부품용 강관을 주력으로 생산하던 MS파이프㈜(대표 박중호)에서 답을 찾았다. 고강도 경량 강관 생산 경험이 풍부했던 MS파이프와 본격 연구에 착수했다. 강관을 가지고 최종 제품인 철근망을 제작해줄 고객사도 발굴이 필요했다. 이미 터널의 고강도 강관 적용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경험이 있는 ㈜한국소재(대표 양철진) 두번째 파트너가 됐다.
포스코의 고강도강 PosH690으로 MS파이프가 STG800 강관을 생산하고, 한국소재는 STG800 강관으로 최종 SP-CIP 강관철근망을 제작하는 프로세스가 완성됐다.
이 연구성과는 강건재마케팅실과 고객사가 공동 마케팅을 펼친 끝에 지난 1월 종로구 숭인동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에 초도 적용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에도 6개월간 추가 4개 현장에 적용 실적을 쌓으며 건설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강관철근망은 현장에서 기존 일반철근망 대비 훨씬 가벼우면서도 경제적이고, 강도 또한 안정적이라는 완벽한 피드백을 얻어냈다.
강관철근망은 포스코가 지난해 11월 론칭한 프리미엄 강건재 브랜드 ‘INNOVILT(이노빌트)’를 통해 탄생한 것이다. 이노빌트란 고객사와 함께 제품을 개발하는 프로세스를 말한다.
현재까지 세차례의 브랜드위원회를 통해 총 46개사 72개 강건재가 INNOVILT 인증 제품으로 선정됐는데 이중 절반인 36개가 고객사와 공동 개발한 것이다. 강관철근망 말고도 대한가설산업의 고강도 잭서포트, NI스틸의 스틸커튼월, 도건이엔텍의 DIB 등이 이노빌트 후보 제품에서 인증 제품으로 거듭난 사례다.
철강사가 자사의 철강재가 아닌 고객사의 제품에 브랜드를 부여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일이다. 여기에 자사의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 고객사를 위한 제품 개발까지 힘쓰고 있다.
이 밖에도 포스코는 중소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허 기술을 무상 제공하는가 하면, 기술지도, 컨설팅 후속 사업화지원 등도 제공한다. 협력사에게는 해외시장 개척과 공동마케팅, 생산노하우 지원도 하고 있다.
노력의 포스코...6개월 간 끈질긴 집념으로 인도 이륜차 연료탱크 시장 뚫어
포스코는 과거 공급자 우위의 시장에서 '노력 없는' 영업으로 유명했지만 이제는 신규시장 개척을 위해 열성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9일 인도 이륜차 연료탱크 시장에 진출했다. 수출품은 '편면도금 전기아연도금강판'으로 지난 8월 포항제철소 냉연부에서 초도 양산품을 출하했다.
포스코는 인도 이륜차 연료탱크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6개월간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그 동안 인도 이륜차 시장은 일본의 독무대였지만 올해 인도 정부가 배기가스 배출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포스코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연료탱크 소재도 강화돼 부식과 마모에 강한 전기아연도금강판 수요가 필요해진 것.
포스코는 현지 수요를 파악한 후, 생산부터 판매·연구부서까지 긴밀히 협업에 들어갔다. 인도 가공법인과 기술서비스센터(TSC)를 적극 활용해 공정 온도 제어, 생산가능 범위 조정 등 고객의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빠르게 파악했다.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포항제철소, 연구소, 마케팅, 해외법인 등 관련 부서와의 비대면 협업을 진행했고, 결국 부식, 마모에 강한 '편면도금 전기아연도금강판'개발과 양산에 성공했다.
공급과잉 속 우월적 시장지위 없어져 '노력'과 '협업'해야 살아남는다 판단
이러한 노력으로 신규시장을 개척하는 포스코의 모습은 과거와 비교하면 낯선 게 사실이다.
2010년 이전만 포스코는 우월적인 시장지위를 바탕으로 영업적인 노력이나 중소기업과의 협업 등에는 등한시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 것 없이도 '잘 나갔기' 때문이다.
철강 최대 호황기였던 포스코는 2000년대에 공급자 우위 시장의 절대적 혜택을 입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년간 포스코는 영업이익률이 20% 내외를 기록하며 최대 호황을 누렸다. 철강 수요보다 공급이 딸리다보니 벌어진 결과다.
상황이 이렇자 영업에서도 협력, 노력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2000년 대 후반 조선업 호황으로 조선용 후판 가격이 140만 원에 달할 당시 조선업계가 포스코를 찾아와 '후판 좀 달라'며 읍소할 정도도 '알아서' 비싼 값에 사갔다.
국내 유통시장에서는 포스코산이라고 하면 웃돈을 주고도 사가려 애썼다. 지금은 철강재 가격발표가 완전히 사라지고 수요가 개별협상으로 바뀌었지만 과거 철강재 가격조정을 발표하는 날에는 전 수요산업이 숨을 죽였다.
협력은 커녕 포스코는 과거 갑질 행태로 물의를 일으켰다. 2013년 '라면 상무' 사건이 대표적 일화다. 당시 포스코에너지에 다니던 A상무는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고 출장을 가던 중 기내식 서비스에 불만을 표하며 잡지책으로 승무원의 눈두덩을 때렸다. 포스코에너지는 파문이 걷잡을 없이 커지자 즉각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임원을 보직 해임했다.
2016년에는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켐텍이 갑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하도급 대금을 깎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는 일이 이어나는 등 포스코의 갑질 사례는 무수히 많았다. 이 밖에 포스코 그룹장이 포스코 대리점 격인 코일센터 사장들을 소집하면 모조리 집합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공급과잉 속 우월적 시장지위가 사라지면서 '협업'과 '노력'이 중요해진 시대가 도래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중국의 신규설비 가동이 우후죽순 이뤄지며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 사태를 초래했고, 이는 전세계 철강업계에 큰 어려움을 불러왔다. 철강부문 글로벌 1등 경쟁력을 가진 포스코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였고, 올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최악의 경영환경을 맞이했다. 포스코도 지난 2분기 사상최초로 별도기준 적자를 내며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변해야 산다는 일념으로 최정우 호 포스코는 과거 갑질 행태와는 완전한 단절을 꾀하고 있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은 지난 2018년 7월 취임 후 가진 인터뷰에서 "러브레터가 하루에 130건씩 와서 2000건 정도 있다고 들었다. 기억나는 것은 포스코에 아직도 갑질이 많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부분은 신속히 문화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2월 인공지능(AI)로 불공정 하청갑질을 막겠다며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약관 공정화 시스템’을 구축, 가동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최정우 호는 경영철학의 양대 축으로 '기업시민'과 위드 포스코(with POSCO)을 내걸었고, 변화 중이다. 이노빌트 등 중소 고객사와의 협업을 통해 나온 제품들이 위드 포스코의 산물이다. 최정우 호 포스코는 고객사와의 협력과 시장개척을 위한 여러 노력을 통해 '뉴 포스코'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혁신적인 제품들이 끊임없이 개발될 수 있도록 고객에 먼저 손을 내밀어 비즈니스 파트너의 성공을 유도하고 있으며,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영업부서과 개발, 생산부서가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과거 갑질 행태로 욕을 많이 먹었었지만 최정우 호 이후 이런 부분을 없애기 위한 협력사례들이 많이 발견된다"며 "과거엔 노력 없이도 회사가 잘나갔지만 최악의 철강업계 경영난이 지속되며 시장 개척을 위한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는 점도 달라진 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