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2P대출, 혁신금융 총아에서 부실 온상으로···금융위·금감원 "네탓" 공방
상태바
사모펀드·P2P대출, 혁신금융 총아에서 부실 온상으로···금융위·금감원 "네탓" 공방
  • 황동현 기자
  • 승인 2020.07.09 1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금융위 규제 완화 원죄론
- 당초 5억이라던 최소 투자 요건, 1억으로 낮춰 사모펀드시장 과열
팝펀딩 사모펀드 환매 연기로 피해를 겪고 있는 투자자들이 지난달 20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상품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에게 상품 판매 책임을 묻는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녹색경제신문)
팝펀딩 사모펀드 환매 연기로 피해를 겪고있는 투자자들이 지난달 20일 여의도금융감독원 앞에서 상품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에게 상품 판매 책임을 묻는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녹색경제신문)

 

일부 은행과 증권사에서 판매된 금융투자 상품의 중단 사태가 줄잇고 있는 가운데 P2P 대출도 치솟는 연체율로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혁신금융의 총아로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규제완화가 따랐던 조치들은, 투자자들의 피해와 업계불신으로 깊은 상처로 되돌아 왔다

기본적으로 사건을 저지른 운용사와 대출회사에도 잘못이 가장 크지만 금융당국과 금감원, 판매사 등 주변 기관의 잘못도 적지않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그동안 금융위는 최근 연이어 불거지는 사모펀드 부실 사태의 원인이 제도 자체에 있다기 보다는, 이를 악용하는 금융사들과 감독당국의 감시 소홀에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지난 2월 금융위는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 발표 당시 지난 2015년 단행한 규제 완화에 일부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모험자본 공급 등 순기능을 먼저 보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2일 금융소비자 피해 집중 분야 점면점검 합동회의에서 "사모펀드의 경우 일부 운용사가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펀드 설계·운용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했다"며 "은행, 증권사 등 판매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의혹도 지속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감원 측은 무리한 규제 완화를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금융위가 지난 2015년 시장 진입장벽을 대거 낮추면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모운용사들을 난립하게 됐고, 일반인들도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피해가 급증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가 지난 2일 제시한 사모펀드 전수계획을 두고 "전형적인 책임회피에 불과하다"며 연일 날을 세우는 모습이다.

이어 "이번 사태와 전혀 무관한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증권금융 직원까지 동원하면서, 정작 금융위는 뒤로 빠져 책임을 피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금융위 고위직 인사들의 재산보유현황을 보면, 강남 아파트는 필수이지만 위험한 사모펀드에는 아무도 투자하지 않았다"며 "사모펀드가 그렇게 좋으면 금융위 고위직들이 먼저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게 상식이다. 모험자본, 데스밸리 극복 등 온갖 미사여구를 붙이더니 정작 투자하지 않은 것은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처사"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규제 완화와 인력·조직 부족으로 사모펀드 운용사를 제대로 감독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금감원의 부실 감독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전국사무금융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사모펀드 실태점검을 했는데도 옵티머스운용 계약서의 문제점도 파악하지 못했다”며 “자산운용사 관리·감독 책임을 방기하고 부실한 감독시스템을 방치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올 1월 사모펀드 1786개에 대한 검사를 했지만 당시 “대부분 운용사가 큰 문제 없었다”는 결과만 내놨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 금감원, 판매사가 크든 작든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 제공자라고 지적한다. 우선순위의 문제일 뿐, 책임은 모두 져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최근 일부 개인 간 대출(P2P) 업체들의 불건전 영업 행위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전체 업체들에 대해 집중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와 더불어 P2P업계에 칼을 빼든 배경으로는 최근 벌어진 '팝펀딩' 연계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꼽힌다.

연체율이 치솟는 상황도 문제로 꼽힌다. 누적투자액 1조1292억원 규모의 업계 1위 회사인 부동산 대출전문 P2P금융업체 테라펀딩의 지난 6월 말 기준 연체율(대출 잔액기준)은 지난해 말(12.97%) 대비 7.21% 포인트 상승한 20.18%에 달했다. 총누적 대출 기준 연체율은 4.95%에 달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움직임은 '때늦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동산 금융의 모범사례”라고 내세웠던 '팝펀딩' 마저 자금을 돌려막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오는 8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피해가 대량으로 양산되기 전에 유관기관들의 '선제적이고 면밀한'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