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아사히·아지노모도 등 식음료 및 ‘유니클로’ 에프알엘코리아 직격타
- 소부장도 수출규제 영향…한국기업 매출·이익 감소 반면 일본기업 매출 성장
- 게임 수요 증가에 따라 닌텐도 소니 등 IT업종 실적 상승
- CEO스코어, 소부장·소비재 기업 수출규제 이후 매출액·이익률 변화 분석
지난해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행한 지 1년 만에 한국에 진출한 일본의 주요 기업 매출이 급감했다.
한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의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줄었다.
식음료와 자동차·부품, 생활용품업종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기업별로는 일본의 대표 맥주 브랜드 ‘아사히’를 유통하는 롯데아사히주류의 한국 매출이 반 토막 났고, 일본의 종합식품기업 한국아지노모와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 매출이 30% 이상 축소됐다.
5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일본의 대한민국 수출규제 전·후 한국에 진출한 일본 소비재 기업 31곳의 경영성적을 비교한 결과, 이들 기업이 지난해 한국에서 올린 매출액은 전년 대비 6.9% 줄었고 영업이익은 71.3%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IT전기전자를 제외한 모든 업종의 실적이 악화했다.
식음료업종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9.5% 줄어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했다. 식음료업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적자 전환했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해 매출이 50.1%(624억 원)나 줄었고, 308억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를 냈다. ‘아사히’를 비롯한 일본 맥주는 대표적인 ‘NO 재팬’ 리스트에 오르며 고전하고 있다.
즉석 수프 ‘보노’로 알려진 한국아지노모의 매출도 34.2%(109억 원) 감소했다.식음료에
이어 자동차·부품(-16.8%), 생활용품(-14.5%), 기타(-11.4%) 업종의 매출이 1년 전보다 10% 이상 쪼그라들었다. 혼다코리아의 작년 매출은 22.3%(1041억 원) 줄었고 146억 원의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생활용품업종 중 ‘유니클로’를 전개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이 31.3%(4439억 원) 급감했고 영업손실은 2402억 원을 기록했다. 일본 의류브랜드 데상트코리아(-15.3%), 세탁세제 ‘비트’를 판매하는 라이온코리아(-12.9%), 생활용품 브랜드 ‘무지’를 운영하는 무인양품(-9.8%)도 매출이 일제히 축소됐다.
화장품업종 매출은 7.3%, 유통업종은 3.4% 각각 줄었다. 다만 화장품업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82.5%, 순이익은 493.9% 폭증해 불매운동 여파를 피해갔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 ‘시세이도’를 판매하는 한국시세이도는 불매운동 초기에만 판매가 잠깐 부진했다가 이내 회복하며 지난해 영업이익이 512.3%(238억 원) 증가했다.
편의점 한국미니스톱의 매출은 3.1% 줄었다. 한국미니스톱은 일본 미니스톱이 96.06%, 전범기업으로 알려진 미쓰비시가 3.94%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일본 제약사 한국코와의 매출 역시 18.2% 감소했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반면 지난해 IT전기전자업종 매출은 10.8% 성장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2.1%, 10% 늘었다.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26.6%), 파나소닉코리아(-18.8%), 니콘이미징코리아(-12%) 등 매출이 부진했다.
반면 한국닌텐도(36.6%), 한국히타치(27%), 소니코리아(19.5%) 매출이 확대됐다.
일본 기업은 불매운동 확산으로 한국에서 부진한 성적을 낸 반면 현지에서는 모두 매출 성장을 하며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아사히주류의 일본 본사인 아사히그룹홀딩스 매출액은 2018년 대비 3.4% 확대됐고, 아지노모도 일본법인 매출도 8.6% 증가했다.
이밖에 해태가루비 본사 칼비 매출이 13.2% 증가한 것을 비롯해 ABC마트(12.5%), 교세라(8.3%), 린나이(7.6%), 코와(6.5%), 라이온(4.4%), 미니스톱(3.8%) 등의 일본 현지 매출이 일제히 늘었다.
한국법인과 일본법인 모두 매출이 감소한 곳은 에프알엘코리아(패스트 리테일링), 데상트코리아(데상트),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캐논), 니콘이미징코리아(니콘) 등 네 곳뿐이었다.
한편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플루오린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도 일본의 對한국 수출규제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다만 일본기업보다 한국기업의 피해가 더 컸다.
CEO스코어가 일본이 수출을 제한한 소부장 관련 기업의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누적 실적을 집계해 2018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한국 8개 기업의 매출은 6.4% 감소한 반면 일본의 8개 기업 매출은 4.6% 증가했다.
한국과 일본의 소부장 기업 모두 수익성은 악화했다. 한국 소부장 기업 8곳의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4.3%, 순이익은 42.9% 각각 줄었다. 일본 소부장 기업 8곳의 영업이익은 14.3%, 순이익은 15.8% 감소해 한국기업보다 선방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