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진 의원 등 "이재용 기소하라" 검찰 압박
- 권성동 의원 "그간 검찰은 수사심의위 결정을 모두 따랐다"
- 김두관 의원, 인국공 사태 논란 중 '좌충우돌'
- 블룸버그 "검찰, 이재용 기소하면 대중의 분노 유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한 이후 정치권이 불똥이 튀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부는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촉구에 나섰고 삼성전자 출신 양향자 의원은 반대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 개혁의 상징 '수사심의위' 결정을 비난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이중적 행태에 대해 과거 80년대 '반재벌' 운동권 이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 국회의원 18명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10개 시민단체는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를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낸 데 대해 "엉터리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주가조작과 회계 분식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경제 범죄"라면서 "검찰이 이 부회장을 부당한 권고에 따라 불기소한다면 국정농단 사범의 공범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기소돼 공개 재판을 받는 경우에만 범죄행위의 실상이 낱낱이 공개될 수 있다"며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수용하지 말고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라고 촉구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에서는 수조 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수사도 재판도 받지 않는 대상이 있다"며 "무엇이 기업과 시장, 경제를 위한 일인지 잘 생각해달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상당수 의원이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부회장이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증거 입증 자료까지 나온 상황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용진 의원은 지난달 29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기소하지 못하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책임지고 옷을 벗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반면 양향자 민주당 의원은 "4년간 재판을 받아오고 있는 상황이 과연 정상적이냐"며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실상 이 부회장을 옹호한 셈이다.
양 의원은 광주여상을 졸업하고 연구보조원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해 상무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당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영입해 광주에 출마했으나 떨어졌고 이번 선거에서 당선됐다.
양 의원은 지난달 29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첨단 글로벌 기술로 세계무대에서 뛰어야 하는 기업이 오너의 상황으로 인해 의사결정 구조가 예정과 같지 않다"며 "저와 가깝게 일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사결정이 바로바로 되지 않아서 답답하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라"고 전했다.
특히 양 의원은 대검 수사심의위 결정을 비판하는 당내 다른 의원들을 겨냥했다.
양 의원은 "정치인이라고 해서 검찰에게 기소를 해라, 기소를 촉구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모든 과정과 모든 일은 과정에 있어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 아니냐. 모든 과정은 다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치국가에서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은 오너가 됐든 일반인이 됐든 국회의원이 됐든 지면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의당도 이 부회장 논란에 가세하며 양향자 의원을 비판했다.
정의당은 30일 논평을 내고 “양 의원이 지속적으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변호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면서 “아직도 삼성전자 상무인가”라고 했다.
정의당은 “양 의원의 삼성전자 회사 편들기, 이재용 부회장 편들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2017년에는 반도체 노동자들의 산재 해결을 위해 활동해온 시민단체 ‘반올림’에 대해 전문 시위꾼처럼 활동한다며 매도했다가 사회적 질타를 받고 사과한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친문(친문재인) 세력은 수사심의위의 권고가 나오자 이 기구를 마치 '적폐' 취급하며,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검찰로 하여금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하라며 전방위적으로 무리한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다.
비판이 일자 양 의원은 3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며 “이재용 부회장도 예외 없다. 국민 누구도 법앞에서는 평등해야 한다”고 썼다.
검찰 수사심의위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4선 중진 권성동 무소속 의원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제도는 문재인 정부에서의 이른바 '검찰개혁'의 산물이라며, 무작위로 추첨된 일반 국민들이 기소 여부를 통제하는 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권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결정을 내리면 비록 '권고'의 형식이지만 검찰은 위원회 결정을 모두 따랐다. 사실상 구속력을 가진 제도이기 때문"이라며 "잘못된 수사를 통제하고 검찰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제도는 필요하고, 이곳에서 내린 결론은 존중하는 게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사태로 논란의 중심에 선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갑자기 이 부회장 논란을 끌어들였다.
김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 '인국공 불공정 외치던 조중동과 미래통합당은 어디 계십니까?' 제목의 글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를 비호하기 전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를 촉구하라”고 했다.
인국공 보안검색원 1902명을 정규직 청원 경찰로 전환한 것을 두고 청년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 의원은 논란의 원인을 ‘야당 탓’ ‘언론 탓’으로 돌린 것이다.
김 의원은 “거의 모든 정치권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삼성 이재용 수사 중단·불기소 권고를 강력 비판하고 있는데 미래통합당만 묵묵부답"이라며 "인국공 문제에서 연일 '공정'을 외치며 비정규직 전환을 중단하라고 외치던 정치인들은 다 어디 있는가"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인국공 논란과 관련해 “조금 더 배웠다고 정규직이 월급 2배가량 더 받는 건 불공정”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김 의원은 자신의 아들과 딸 해외 유학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흠집 내기”라며 “제가 주장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혁파와 제 아들 유학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학계 등에서는 검찰이 수사심의위 불기소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검찰은 이 사건의 경우 자존심을 버리는 편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며 "압도적 다수가 불기소 판단을 했는데도 (검찰이) 스스로 만든 이 제도를 걷어찬다면 자존심이 아니라 아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블룸버그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수심위의 결정은 권고사항이지만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 중요한 승리를 안겨줬다"라며 "결과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한 자들도 많았지만, 검찰이 만약 수심위의 결론을 무시하고 이 부회장을 기소한다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후 한국 경제를 회복시키는데 삼성이 중요하다고 보는 대중을 분노하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과 정의당의 일부 의원들은 시대가 달라졌는데도 여전히 30여년전 80년대 운동권 이념에 사로잡혀 '재벌=악'이라는 흑백논리에 머물러 있다"며 "검찰 개혁을 외치면서도 정작 개혁의 산물인 '수사심의위' 결정에 대해 비난하는 황당한 주장을 한다"고 비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