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잡겠다는 6.17 대책...되레 서울 집값 밀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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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잡겠다는 6.17 대책...되레 서울 집값 밀어 올렸다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0.07.01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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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25개 구 중 17개 구에서 18일 이후 신고가 거래비율 증가...강남구 35%에서 45%로 높아져
- 금천구 18일 이후 신고가 거래비율 78% 기록 ...'노도강'·'금관구' 신고가 속출
- 수도권 규제지역에서는 지자체장 반발도...청주시는 거래 급감, 신고가 실종
- 전문가 "시중에 풀린 돈, 부동산 말고는 갈 데 없어"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전경 [녹색경제신문 DB]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전경

국토교통부가 지난 17일 '주택시장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한 이후 전국에서 서울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정부가 표적 겨냥한 특별거래허가구역과 강남지역의 상승폭이 컸다. 실수요가 많은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국토부 실거래가 등록 자료에 따르면 6.17규제가 발표된 지난달 17일 이후 신고가 거래가 급증했다.

종로구는 지난달 17일 이전까지 전체 거래 중 신고가 거래비율이 37%에 그쳤으나, 18일 이후 거래에서는 64%로 높아졌다.

이처럼 6.17 규제 발표 이후 신고가 거래비율이 크게 늘어난 곳이 전체 25개 구 중에서 17개 구에 달했다. 성동 광진 서대문 마포 양천 동작 노원구 등 7개 구에서는 지난 18일 이후 신고가로 거래된 비율보다 높았고, 도봉구는 같았다.

서울 지역별 아파트 신고가 거래 비교자료. 빨간 색이 18일 이후 거래, 검은 색이 17일 이전 거래. [자료=국토부]

이번 규제의 최고 표적인 강남지역은 신고가 비율이 35%에서 45%로 높아졌다. 특별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 지역에서는 23일 이후 거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고가 거래가 늘었다. 또한 특별거래허가구역과 유사 지역인 도곡 논현 압구정 잠원동 지역에서의 거래에서 신고가가 속출해 풍선효과도 관측됐다. 

서초구에서는 신고가 거래비율이 지난달 17일 이전 44%에서 18일 이후 56%로 높아졌고, 송파구에서는 28%에서 37%로 높아졌다. 인근 강동구는 46%에서 63%로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서울 지역별 아파트 신고가 거래 비교자료. 빨간 색이 18일 이후 거래, 검은 색이 17일 이전 거래 [자료=국토부]

이같은 풍선효과는 경기도 김포시와 파주시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지난달 17일 부동산 조정지역에서 제외된 지역으로, 지난달 18일 이후 거래의 신고가 거래비율이 높아졌다. 

김포의 경우는 지난달 1일부터 17일까지 전체 거래에서 신고가가 차지한 비율이 11%였으나, 전달 18일 이후 거래된 794건 중에서 193건이 신고가로 거래돼 신고가 비율이 24%로 두배이상 늘었다.

파주는 6%에서 8%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국토부에서는 김포와 파주를 추가로 규제지역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거듭 발표했다. 

반면 조정지역으로 지정된 인천광역시 일부지역과 대전광역시, 충청북도 청주시에서는 거래가 급감했다.

인천광역시 동구에서는 이달 1일부터 29일까지 아파트 거래가 63건 있었는데, 이중 신고가는 단 1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62건의 거래는 이전 거래가격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 청주시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급감했다. 대전에서도 전체적으로 신고가 거래가 감소했다. 

청주시 아파트 신고가 거래 비교, 18일 이후에는 거래도 급갑했고, 신고가 거래는 12건에 불과하다. [자료=국토부]

이 지역과 마찬가지로 조정지역이 된 경기도 양주 의정부 안성시는 지자체장들이 직접 나서서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 지역들은 미분양 우려지역으로 이번 규제에 포함된 것은 지나친 조치라는 것이 이들의 호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서울의 경우 전주 대비 아파트값이 0.12% 올랐다. 규제 전인 2주차의 0.05%, 규제 직후인 3주차의 0.10%보다 가격 오름세가 더 커졌다.

결과적으로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이 오른 곳은 강남을 위시한 서울 지역인 셈이다. 지난달 17일 이후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거래량도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계약이 신고된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5619건으로, 이미 지난달 거래량(5479건)을 넘어섰다. 

한편, 상승률이 높게 나타난 지역은 일명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대출 규제선인 9억원 밑으로 매입할 수 있는 중저가 아파트들이 많은 지역이다. 특히 금천구에서는 18일 이후 매매된 아파트의 78%가 신고가로 거래돼 서울에서 가장 높은 신고가 비율을 기록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 아파트 전용 57㎡의 실거래가는 7억원을 넘어섰고, 중계동 경남아너스빌 84㎡는 올해 첫거래로 20일 신고가인 6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PB출신으로 KEB하나은행 지점장을 지냈던 김모 씨는 "처음에는 두더지잡기식으로 규제를 시작했지만, 비규제지역의 풍선효과로 규제지역이 자꾸 넓어지다보니 지금은 동가홍상(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의 형국이 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수도권 대다수 지역이 규제지역이 되다보니 굳이 경기도에 집을 사기보다는 서울에서 최소한의 규제로 집을 살 수 있는 지역으로 매수세가 몰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모 전 지점장은 "내년까지 50조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린다. 추경으로 하반기에 30조원이 넘는 돈이 또 풀린다"면서 "이 돈이 주식시장으로 가기는 어렵게 됐다. 위험을 감수하고 주식으로 돈을 벌어도 세금을 내야 한다. 은행으로 가기에는 예금금리가 너무 낮다. 결국 부동산으로 흡수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저금리와 풍부한 부동자금들을 고려할 때 적어도 강보합 또는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역시 유동성 문제를 꼬집었다. 

정부가 22번째 후속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서는 '51번째 대책은 뭘까'라는 뼈있는 농담이 회자되고 있다.

김의철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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