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감시위)가 오는 10일까지로 제시했던 권고안 답변 기한을 5월11일로 연장했다고 8일 밝혔다.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1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부절절한 경영승계 행위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준법감시위는 과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 준법의무를 위반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준법감시위는 또 삼성전자ㆍ삼성전기ㆍ삼성SDIㆍ삼성SDSㆍ삼성물산ㆍ삼성생명ㆍ삼성화재 등 7개 관계사에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의 사안을 중심으로 시민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 발표할 것을 제안했다.
준법감시위는 이런 권고안을 보내면서 답변을 30일 이내로 달라고 요청했다.
오는 10일이면 준법감시위가 정한 답변 기한이 모두 끝나, 재계의 이목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입에 쏠려있던 상황이다. 이번 결정으로 이 시점이 한 달 뒤로 미뤄졌다.
준법감시위는 이재용 부회장 ‘대국민 사과’에 구체적으로 △삼성 계열사에서 수차례 노동법규를 위반하는 등 노동관계에서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에 대한 반성과 사과 △노동 관련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의 재발방지 방안을 노사 간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약속 △ 삼성그룹 사업장에서 무노조 경영 방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 등의 내용이 담겨야한다고 제시했다.
준법감시위는 또 경영권 행사 및 승계에 준법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국민들에게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공표할 것을 권고했다.
준법감시위의 답변 기한 연장은 삼성의 요청을 수용한 결정이다. 삼성 측은 최근 준법감시위에 “회신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삼성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 되면서 국내외적으로 사업영역 전반에 걸쳐 심각한 위기 국면을 맞았다”며 “삼성의 모든 경영진 및 임직원들이 이에 대처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로 대응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 계속 되어 권고안 논의 일정에 불가피한 차질이 생겼다”고 회신 연장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권고안 이행방안을 최종 도출하기 위해선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데, 코로나19로 인해 이 시간이 부족했다는 입장이다. 준법감시위는 이에 삼성이 보다 충실한 이행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답변 기한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은 “위원회가 원래 정해준 기한을 삼성 측에서 지키지 못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면서 “권고안 회신에 높은 관심을 가진 분들을 다시 기다리게 한 것은 결과적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 측은 비록 어려운 여건 이기는 하지만 최대한 노력해서 하루라도 빨리 앞당겨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 내는 것이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준법감시위는 후속 논의를 위한 임시 위원회 회의를 오는 21일 오후 2시에 사무국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준법감시위는 이에 앞서 2일 서울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제4차 회의를 열고, 삼성피해자공동투쟁의 요구 사항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삼성에 보낸 권고안엔 노동과 관련된 사안이 있어, 삼성 측이 보낸 답변을 보고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답변 회신 기간 연장에 따라 이 사안에 대한 논의도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권고안이 나왔을 당시 ‘충실히 검토한다’고 밝힌 입장에서 아직 크게 변화한 것은 없다”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의 권고는 의무사안이 아니다. 수용여부는 삼성 측에 달려있다. 이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현재 삼성전자 내부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진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수위와 내용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란 준법감시위의 권고를 받지 않기엔 대내외적 부담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이 준법감시위의 권고를 받아 대국민 사과에 나선다면, 이번이 2번째가 된다. 이 부회장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국내에 유행했을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전했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한 점에 대한 사과였다. 삼성서울병원은 당시 접촉자의 연락처가 포함된 명단을 제때 제출하지 않는 등 부적절한 조처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제기됐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