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와이어링 수급 차질...공장별 임시 휴무 도입
- 울산 1공장 5~11일, 2·3공장 7~10일, 4공장 4~11일 임시 휴무
- 아산공장 7~11일, 전주공장 중·대형 트럭 6~11일, 전주공장 버스생산라인 8~11일 임시 휴무
현대·기아자동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2019-nCoVㆍ일명 ‘우한 폐렴’)의 여파로 결국 공장 셧다운에 돌입한다.
이번 공장 가동 중단은 와이어링을 공급하는 1차 협력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발생했다.
현대차는 오는 4일부터 11일까지 생산라인 별로 상황을 고려해 공정을 정지한다.
3일 <녹색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중국 도입자재 조달 차질 관련 라인운영 안'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4일부터 11일까지 공장별로 임시 휴업에 들어선다. 휴무 기간 중 임금 지불 정도에 대한 노사 간 협의가 아직 완벽히 이뤄지지 않았지만, 휴무 일정에 관한 내용은 사실상 확정됐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31일에 이 사안에 대한 1차 협의를 진행했으나, 매듭짓지 못하고 3일 오전부터 2차 협의에 돌입했다. 그러나 현재(3일 오후 6시30분 기준)까지도 세부사항을 정하지 못하고 ‘마라톤 회의’를 진행하는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와 사측이 3일 저녁까지도 입장 차이를 줄이지 못하면, 4일 오전으로 회의가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울산 1공장은 5일부터 11일까지, 2공장은 7일부터 10일까지, 3공장은 7일부터 11일까지 임시 휴무를 실시할 예정이다. 팰리세이드 생산라인이 있는 4공장은 이미 앞서 주말 특근(1일)을 취소하기도 했다. 4공장의 임시 휴무는 4일 오후부터 11일까지 진행되지만, 일부 라인은 7일부터 11일까지 임시 휴무가 진행된다.
5공장도 라인 별로 임시 휴무가 상이하다. 4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되는 생산라인과 6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되는 생산라인이 있다.
아산공장은 7일부터 11일까지, 전주 공장 중·대형 트럭 생산라인은 6일부터 11일까지 임시 휴무가 진행된다. 다만, 전주 공장의 버스 생산라인은 8일부터 11일까지 임시 휴무를 진행한다.
현대차는 각 공장 휴가 시작과 종료를 사업부별 노사협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12일 이후에는 자재 도달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공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번 공장 셧다운은 유라코프레이션 등 중국 공장에서 와이어링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운영 차질을 빚으며 벌어졌다. 유라코프레이션은 현대ㆍ기아차에 와이어링을 공급하는 1차 협력업체다. 현지서 이 업체 직원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9일까지 휴업을 결정했다.
유라코프레이션이 현재 계획대로 9일까지 휴무를 진행한다면, 이 업체가 생산하는 와이어링은 빨라야 12일부터 입고가 가능하다. 만약 연휴가 연장되면 수급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어, 현대차는 공장 중단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현대차 자체 조사 결과, 와이어링의 재고는 차종에 따라 빠르면 4일경 소진된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가 확보한 재고는 승용차 일부 6일ㆍ상용차 일부 종류는 최대 11일까지 남아 있으나, 전반적으로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측은 이에 따라 노조에 단체 휴가 등에 관한 협의를 요청했다. 현대차는 통상적으로 시설 공사 등의 이유로 공장 가동을 중지할 때, 휴무자에게 일일 임금의 70%를 지급해왔다. 그러나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수성을 감안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협력사 측과 다양한 방법을 논의하며 부품 조달에 나섰다. 국내서 생산 설비를 확충해 생산량을 늘리거나, 동남아 등의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 들여오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
수급 차질을 빚어 이번 셧다운의 원인이 된 제품은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다. 차량 내 통합 배선 장치로 차량 전체에 전기를 공급한다. 현대차는 중국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3곳(유라코퍼레이션·경신·THN)으로부터 이를 공급받고 있다. 이 중 두 업체의 중국 공장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그간 이 부품의 재고를 약 일주일치 정도 비축해 왔다. 핵심 부품이긴 하나 수급이 아주 어렵지 않았고, 부피가 커 보관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중국 업체들이 춘제(중국 설) 연휴 기간을 늘리고 있어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됐다.
팰리세이드 등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인기 차종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출시한 더 뉴 그랜저 등 신차 보급의 시점도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는 이 같은 비상상황에 ‘노조와 사측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언태 현대자동차 사장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사내 연락망에 올리며 “재난대응에 노사가 따로 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전 임직원이 예방 활동에 동참해 '메르스 청정지역'을 일궈낸 저력이 있다”며 “중국에서 기업 출근 제한을 실시하면서 일부 업체의 생산중단 장기화와 공장·라인별 휴업이 불가피하다, 휴업기간 중 부품 수급이 가능할 경우 즉시 생산을 재개해야 하므로 휴업 종료 시기가 유동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공장 셧다운을 결정하면서 자동차업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피해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쌍용차는 4일부터 12일까지 1주일 동안 평택공장에서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고 지난달 31일 공시했다. 생산재개 예정 일시는 중국 현지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쌍용차는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코리아 중국 옌타이공장에서 전량 공급받고 있다. 이 업체도 휴업에 돌입하며 물량이 끊겼다.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은 쌍용차와 한국지엠(GM), 르노삼성차에도 와이어링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셈이다.
와이어링 외 다른 부품 수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자동차 부품의 종류가 많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피해가 불어날 수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와이어링 조달 차질에서만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며 “실제로 이 때문에 공장 가동 중단이 된 것은 맞지만, 자동차 업체별로 중국에서 수급하는 부품들의 재고 파악과 수급 계획 체크에 나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