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IT 최고기업 텐센트가 만든 '절예'는 중국 AI 기술력 상징...중국 정부 차원 투자 확대
- 한국 AI기술 수준, 미국의 81% 수준...중국(88%), 일본(86%) 등에 에뒤떨어져
- 미국 'FANG'에 맞선 중국 'BAT'...중국 2030년까지 AI 세계 1위 국가 목표 'AI 굴기' 나서
"나는 부족했지만, 후배들이었으면 한돌을 이겼을 것이다. (한돌은) 중국의 인공지능(AI) 절예와 비교해서 아직 부족하다."
이세돌 9단이 지난 21일 은퇴대국 마지막 경기에서 토종 AI바둑 '한돌'에 2승 1패로 대국을 마친 후 우리나라 AI 기술의 현주소를 지적한 말이다.
이 9단과 '한돌'의 대국은 AI 기술과 관련 지난 2016년 구글 AI '알파고'와 대결의 충격 이후 또 한 번의 충격파를 준 사건이다.
27일 재계 관계자는 "실제로 우리나라 AI 기술은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에 뒤떨어진 것이 현실"이라며 "AI바둑이 그나마 빠른 기간 내 중국과 대등한 수준까지 오른 것도 다행이라고 봐야 한다. 접바둑에서 AI 학습이 덜 된 것이 한계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세돌 9단과 AI 바둑과의 대결을 계기로 우리나라는 중국, 미국 등과 AI 기술력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향후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우선 AI 바둑 기술력부터 본다면 한국은 중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중국은 AI바둑에서 '절예'를 포함해 중국은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지난 8월 중국 산둥성에서 열린 '2019 중신증권배 세계 AI 바둑대회'에서 절예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 칭화(淸華)대 등이 개발한 싱천(星陣)이 2위였다.
한국의 AI바둑을 대표하는 '한돌'은 벨기에 릴라 제로(Lila Zero)를 꺾고 3위를 차지했다.
'절예'(絶藝·줴이)는 중국의 최대 IT기업 텐센트가 개발한 AI 바둑이다. 미국의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이후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AI 바둑이다. 절예는 지난해 텐센트 세계 인공지능 바둑대회에서 7전 전승을 했다.
현재 텐센트는 중국 국가 대표 프로기사들만 접속할 수 있게 하는 등 비공개로 절예를 운영 중이다. 텐센트는 절예 외에도 형천, 여룡 등 다른 AI 바둑 프로그램도 개발해왔다.
'한돌'은 2017년 12월 NHN이 개발한 AI바둑 프로그램이다. NHN은 1999년부터 '한게임 바둑'을 서비스하며 축적해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했다. 2016년 3월 '알파고' 충격을 받아 NHN이 본격 개발에 나선 것.
'한돌'은 지난 1월 신민준·이동훈·신진서 등 9단과 릴레이 대국을 펼쳐 모두 이겼다.
그러나 이번에 '한돌'은 이세돌 9단에 첫 패배를 했다. 한돌은 3.0버전이었다.
한돌은 접바둑에 약했던 이유다. 한돌은 맞대결 방식인 호선만 주로 학습해왔기 때문. 한돌이 이번 대국 전 2점 접바둑을 학습해온 기간은 두 달에 불과했다.
이창률 NHN 게임AI 팀장은 1국 패배 직후 "머신러닝이라는 것은 학습 데이터가 많을수록 성능이 좋아지는데 한돌의 전체 학습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을 것"이라며 "이 9단이 대응을 잘했다"고 패인을 설명했다.
우리나라 AI바둑에는 '한돌' 이외에는 돌바람네트웍스의 '돌바람', 카이스트의 '바둑이', 카카오브레인의 '오지고' 등이 있다. 국산 바둑 AI는 '한돌'이 중국산 AI를 추격 중이지만 아직은 기술력이 뒤떨어진다는 평가다.
'오지고'는 지난해 11월 프로기사와의 첫 대국에서 바둑의 기본인 축을 파악하지 못해 83수만에 불계패 했다. '돌바람'은 한돌이 3위를 차지한 '세계 AI 바둑대회'에서 1승4패로 12위에 그쳤다.
이밖에도 해외 AI 바둑은 미국 페이스북이 개발한 엘프 오픈고(ELF OpenGo)와 대만 국립교통대가 개발한 'CGI 고 인텔리전스',일본의 '글로비스 에이큐제트' 등이 주목받고 있다.
바둑AI 기술력이 곧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을 설명해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AI 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정부 산하기관인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ICT 기술수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AI기술 수준은 지난해 기준으로 1위인 미국의 81% 수준이다. 경쟁국인 유럽(90%), 중국(88%), 일본(86%)에 못 미친다.
미국에 이어 중국의 AI 기술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테크 미디어인 '테크 니들'이 지난 7월 발간한 '인공지능 비즈니스 트렌드'에 의하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국가별 특허출원 비중은 중국이 62%(4673개)로 가장 높다. 미국이 25%(1914개)로 2위였다.
중국이 2015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AI 출원 수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 8%(571개)로 3위였다. 이어 EU 3%(226개), 일본 2%(188개) 등이다.
한국의 AI 기술이 미국, 중국 등에 뒤떨어지는 것은 기초과학 역량, 연구개발 투자 규모, 고급 인재 등 복합인 측면에서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중국 칭화대의 ‘중국 AI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AI 투자 중 60%가 중국에서 발생하고, 2020년 중국 AI 관련 산업 규모는 약 16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에 의하면 중국의 AI 인재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만8,000여명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2,664명)의 7배다. 미국 및 중국을 뛰어넘는 AI 기술을 내놓기 어려운 것은 결국 AI 소프트웨어 인재의 부족인 셈이다.
미국에는 'FANG'이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IT기업인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의 앞글자를 딴 명칭이다.
그런데 중국에는 AI굴기 'BAT'가 있다. 바이두(Baidu), 알리바다(Alibaba), 텐센트(Tencent)를 뜻한다. 중국은 BAT를 AI 대표기업으로 지정해 203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AI 선도국가가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바이두는 현재 AI를 활용한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자율주행 택시를 시험 주행 중이고 100개가 넘는 자율주행 차량 번호판을 취득했다.
알리바바는 항저우에 시티브레인이라는 스마트시티를 구축했다. AI가 교통정보를 실시간 분석해 신호를 조정한다. 한 때 중국 5위의 교통혼잡도시였던 항조우는 57위로 떨어져 쾌적한 도시로 변모했다.
텐센트는 AI바둑 뿐만아니라 헬스케어에서 AI 상업화에 성공했다. 의료 영상분석 AI '미밍'은 중국 병원에 보급돼 식도암, 폐암 등을 분석한다.
또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 인사이츠에 의하면 중국은 '글로벌 AI 스타트업 100' 중에서 10억 달러 이상 시장가치를 지닌 상위 11개 업체에서 5곳을 차지했다. 중국은 스타트업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단 1곳도 없다.
한국은 AI 산업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AI 칩셋 시장 순위에서 중국 화웨이는 지난해 12위에서 올해 7위다. 삼성전자는 9위에서 13위로 떨어졌다. 한국 정부가 구호만 AI를 외치면서 기업들 앞에서는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구글, 텐센트에 이어 한국의 NHN이 AI 바둑에서 3강 구도를 만든 것도 큰 소득 중 하나"라며 "이번 이세돌 9단의 은퇴대국은 우리나라가 AI 기술력에서 아직 부족한 점을 인식하고 앞으로 국가적으로 규제 혁파가 선행되고 인재 육성과 기술력에 집중적인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