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집단(그룹) 가운데 총수 일가 이사 등재 회사 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대기업집단은 한화·현대중공업·신세계 등 19개나 됐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49개 그룹 소속 1801개 계열사 중 총수 일가 이사 등재 회사는 321개사(17.8%)로 드러났다.
총수 일가는 주력회사(41.7%), 지주회사(84.6%),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56.6%)에 집중적으로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5년 연속 분석 대상 대기업집단 21곳의 경우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14.3%로 2015년 18.4%보다 4.1%포인트 줄었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도 2015년 5.4%에서 4.7%로 0.7% 하락했다.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대림, 미래에셋, 효성, 금호아시아나, 코오롱, 한국타이어, 태광, 이랜드, DB, 네이버, 동원, 삼천리, 동국제강, 유진, 하이트진로 등 19개 집단은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계열사가 전혀 없었다.
이 가운데 10개 집단은 총수 2~3세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도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 CJ 태광 등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후 총수 일가가 이사 등재에서 빠지면서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경우다.
반면 네이버의 경우 이해진 총수는 GIO(글로벌투자책임자) 직함을 갖고 네이버 그룹 운영에는 개입하지 않고 해외 투자 분야에만 관여하고 있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총수일가가 이사를 하지 않으면서 실제 경영활동에 참여하고 지배력 행사하려는 경우가 있다”며 "이들 대기업이 책임경영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내부거래의 경우 내부에서 통제할 수 있는 내부거래위원회가 늘고 있지만 유명무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내부거래위원회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나 감사위원회와 달리 법상 설치 의무가 없다.
하지만 상장사 기준 2015년 24.7%에 불과한 내부거래위원회 비율은 지난해에는 41.6%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이사회 안건 중 원안 가결률을 보면 내부거래위원회는 99.8%에 달한다.
임원추천위원회(99.6%), 감사위원회(99.4%), 보상위원회(98.6%)의 원안 가결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공정위가 이사회에 상정된 대규모 내부거래 안건 337건을 뜯어보니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내부거래 안건(331건) 중 수의계약 사유를 기재하지 않은 안건이 268건으로 전체 안건의 80.9%에 육박했다.
시장가격 검토·대안비교 및 법적쟁점 등 거래 관련 검토사항이 별도로 기재되지 않은 안건도 231건으로 68.5%에 달했다.
거래 상대방, 계약체결방식, 계약기간 및 계약금액만 기재된 안건도 21건이었다.
대규모 내부거래의 경우 그룹 시너지 차원에서 허용되긴 하지만, 총수일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공정위가 사후적으로 제재를 하고 있다.
총수일가 사익편취를 견제하기 위한 내부거래위원회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다는 게 공정위의 지적이다.
특히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중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반면 실제 운영실태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56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250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810명으로 전체 이사 중 51.3%를 차지했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2016년 50%를 넘어선 이래 지속 증가 추세였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5%였다.
지난해 5월1일부터 올해 5월15일까지 1년 간 이들 회사의 이사회 안건 총 6722건이었다. 하지만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24건(0.36%)에 불과했다.
안건 가운데 대규모 내부거래 관련 안건은 755건(11.2%)으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해당하는 상장회사의 경우에도 이사회 원안 가결률이 10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내 위원회의 원안 가결률은 총수 없는 집단(97.0%)보다 총수 있는 집단(99.6%)에서 2.6%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사실상 이사회가 총수 일가의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총수의 전횡을 감시하고 제어해야 하는 이사회 본연의 기능에 대한 개선이 요구된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