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2020년 임원인사에서 '변화'보다 '안정' 택한 배경은 "오너리스크 때문"
- "지난 탄핵 정국 당시 폴더블폰 사업 멈췄을 가능성 있어"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에 종사하는 다양한 취재원들에게 ‘올해 가장 큰 이슈’에 관해 물었다. 이들은 주로 ‘경제 갈등’과 ‘4차산업혁명’을 꼽았다.
ICT대기업 고위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국가 간 외교적 갈등 영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도 4차산업혁명에 속도를 냈다”고 올 한해를 평가하기도 했다.
한·일 경제전쟁, 미·중 무역갈등. 올해 경제 이슈를 모두 이 두 단어에 묶기엔 무리가 있지만, 국내 경제를 뒤흔든 대내외적 사건이 유독 많았음을 충분히 짐작게 한다. 경제 대국 간의 갈등은 국내 ICT 업계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4차산업혁명의 속도도 빨라지면서 수많은 신기술 등장했다. 기업은 이에 맞춰 사업구조를 변화하는 등 올해도 국내 경제는 끊임없이 움직였다.
대기업 임원 세대교체, 5G(5세대) 통신 상용화, 폴더블 스마트폰, AI 정부 선언, 디지털 전환, 클라우드 확대, 메모리 반도체 불황, 반도체 소재 국산화, 자율주행차, 대기업 오너리스크, 중국 IT굴기와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 위기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이슈가 터져 나왔다.
기업은 통상적으로 11월과 12월에 통상적으로 그간의 성과를 정리하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구상한다. 한해 이슈를 분석해 내년도 먹거리를 발굴하는 중요한 시기다.
녹색경제신문은 연말 사업전략 구상 시기를 맞아 올해 산업계를 뒤흔든 주요 이슈들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내년도 전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시리즈의 첫 주제는 18년 연속 매출액 기준 재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얘기다.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를 관통한 키워드를 통해 올해 이슈를 정리하고 내년도 움직임을 유추해본다.
녹색경제신문이 꼽은 삼성전자 3대 키워드는 ‘오너리스크’ㆍ‘8K’ㆍ‘폴더블’이다. 삼성전자에 오너리스크는 ‘위기’로, 8K는 ‘경쟁’으로, 폴더블은 ‘기회’로 작용했다. 이번 기사에선 ‘오너리스크’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룬다. 8K와 폴더블 등 기술과 관련된 내용은 [연말결산➀ 삼성전자下]편에서 소개된다. - 편집자주
611억 달러(약 72조4035억원·6위)
367억2000만 유로(약 47조9232억원·21위)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인 인터브랜드(InterBrand)와 유럽브랜드연구소(EBI)가 올해 각각 산정한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와 글로벌 순위다.
양 기관의 평가 금액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다는 것을 살필 수 있는 자료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인터브랜드도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 라이프스타일 TV '더 세로(The Sero)', '비스포크' 냉장고 등 ‘제품 혁신’ △5세대(5G) 통신∙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전장 등 ‘미래 선도 기술 분야 발전 가능성’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확고한 1위 자리 등을 높게 평가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최근 분기 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의 올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은 21%로 1위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브라질, 러시아,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무려 71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메모리 시장에서의 활약은 더욱 뚜렷하다. 디램익스체인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3분기 D램 매출은 71억1900만달러(약 8조2971억원)로 전체의 46.1%를 차지했다. 2017년 2분기 점유율 46.2%를 찍은 이후 최고 기록이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점유율도 33.5%를 기록하며 1위를 지켰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도 반도체 시장 장악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업계의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세계를 주도하는 기업 중 하나이지만, 최근 다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져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윤주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팀장)은 최근 디스플레이 관련 세미나 강연에서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에 관한 내용을 2014년부터 발표해 왔다”며 “그러나 과거 이재용 부회장이 탄핵 정국 이후 재판을 겪을 시기엔 관련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이 기간 사업이 멈췄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다시 재판 국면에 들어서 삼성전자의 사업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녹색경제신문이 삼성전자 올해 3대 키워드 중 첫 번째로 ‘오너리스크’를 꼽은 이유다.
◇다시 법정에 선 이재용...내년도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관련 파기환송심 3번째 공판이 6일 열린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돼 석방됐다. 그러나 대법원이 지난 8월 29일 뇌물액을 추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내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재판부는 이번 파기환송심을 유무죄 관련 부분을 정리하는 기일과 양형에 대해 판단하는 기일로 나눴다. 지난달 22일 2차 공판에서 유무죄 판단 심리가 진행됐고, 3차 공판에서 양형 판단 심리가 이뤄진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 측은 앞서 열린 첫 공판에서 “대법원판결을 존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변론할 생각”이라며 “대법원판결에서 유무죄 판단을 달리 다투지 않고, 주로 양형에 관해 변론하겠다”고 밝힌 만큼 3차 공판은 치열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유무죄 판단을 다투지 않겠다”라던 변호인단이 2차 공판에서 “대법원 판단을 양형 판단에 부정적 요소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종전 판례 등을 살펴보면, 뇌물죄 성립도 부정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3차 공판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정황으로 분석된다.
변호인단은 3차 공판에서 박근혜 정부가 기업을 압박한 정황을 강조, 삼성의 뇌물 공여가 '수동적' 성격이었다는 점을 부각하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최대한 선처를 끌어낼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연말 사업전략이 이 부회장의 공판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16일부터 열릴 ‘2019년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내년도 사업 계획 구상과 전략 수립해야 한다.
이 부회장이 다시 옥살이하게 된다면, 윤주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의 견해처럼 다시금 ‘사업 중단’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2020년 임원인사에서도 이 불확실성 때문에 ‘변화’보단 ‘안정’을 추구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김기남 부회장과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 3인 공동 대표 체제가 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인사 안정’을 택한 배경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삼성전자의 2020년 인사가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할 것이란 업계 전망엔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의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사업을 면밀히 살펴 이뤄진 선택인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오너리스크’ 때문에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조직개편을 적극적으로 단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LG그룹ㆍSK그룹 등 이번 2020년 대기업 임원인사의 키워드는 ‘세대교체’와 ‘신기술 발굴’이다. 60대 임원이 물러나고 50대 임원이 등용되며,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조직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2020년 임원인사 발표가 이 부회장의 재판으로 인해 올해를 넘길 것이란 일부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16일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 이전에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전자가 오너리스크를 극복하고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