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failing us.”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23일(현지 시각) UN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전 세계 지도자를 향해 내놓은 거침없는 목소리이다. UN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면서 툰베리는 16세로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물었다고 발표했다. UN은 툰베리를 ‘기후 행동학자’로 소개했다.
툰베리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앞서 진행된 연설에서 “(전 세계 지도자들은)지금의 현실을 정확히 말하기에는 성숙하지 않는 행동을 보인다”고 질타했다. 이어 툰베리는 “만약 전 세계 지도자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우리를 실망시키고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우리(미래 세대)는 당연코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전 세계 지도자들의 배신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쏘아붙였다. ‘논의’만 할 게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행동’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툰베리는 이날 수십 명의 각국 지도자 앞에서 이 같은 연설을 하면서 “우리의 미래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며 “그 원인은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지도자들의 잘못”이라고 가감 없이 전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Antonio Guterres) UN 사무총장은 이번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개최한 배경에 대해 “단호한 행동과 그 어느 때보다 구체적 기후변화 행동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구테헤스 사무총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소집하면서 “우리는 충분한 대화를 나눴다. 이번 정상회의는 기후 협상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다. 이번 회의는 논의가 아니라 행동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우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부터 줄곧 ‘논의를 위한 논의’만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이제 ‘그것은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구테헤스 사무총장은 “우리의 삶을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고 계속 내버려 둔다면 이제 우리 스스로 위험한 지경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 순간”이라고 경고했다. ‘논의’가 아니라 ‘행동’만이 기후변화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거듭 주문했다,
이날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네 가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행동’을 강조했다. 첫째 한국형 지탱 가능 발전목표 수립을 비롯해 지탱 가능한 저탄소 경제로 조기에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은 석탄화력발전소 4기를 감축했고 2022년까지 6기를 더 감축할 예정이라고 전 세계에 소개했다. 수소 경제 로드맵을 실천하고 재생, 수소에너지 확대를 넓혀 나가고 있음을 역설했다,
두 번째로 녹색기후기금 공여액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2019년 유엔 개발계획 집행이사회 의장국으로 활동해온 것처럼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다짐했다. 세 번째로 2020년 ‘제2회 P4G 정상회의’ 한국 개최를 선언했다. P4G는 ‘녹색성장과 글로벌목표 2030을 위한 연대(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를 말한다. 내년 6월 우리나라 서울에서 개최되는 ‘P4G 정상회의’는 파리기후변화협약과 지탱 가능 목표 이행을 위해 국제사회의 결속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푸른 하늘의 날’ 지정을 제안했다.
한편 여전히 ‘기후변화를 사기’라는 자기 착각 속에 빠져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잠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애초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뉴욕 등에서 젊은이들이 기후변화와 관련해 대규모 시위를 벌이자 마지못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별다른 언급 없이 다른 정상들이 관련 연설을 하는 동안 무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 전 세계에 타전됐다. 자신 의지로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으로 비쳤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