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M&A 업계에서 대어로 손꼽히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에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무적 투자자(FI)인 대형 증권사와 전략적 투자자(SI)인 건설사의 관계가 주목 받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대형 증권사들이 초대형 IB로 진입하고 자본확충에 나서면서 든든한 자금력을 배경으로 부동산 PF 분야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형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가 커지고 PF 참여도 크게 늘면서 IB사업 부문의 이익 기여도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렇듯 부동산 PF가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대형 증권사뿐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들까지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자 PF 관련 핵심인력 확보도 힘들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건설사나 부동산신탁사에서 PF를 담당했던 인력들을 증권사들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 건설사와 사업적 교류가 잦아지면서 PF라는 상호 이익에 기반한 밀월 관계는 M&A와 같은 인수금융으로도 이어진다.
미래에셋대우와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은 지난 3일 마감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각각 FI와 SI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투자업계에서는 현산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에 미래에셋대우의 적극적인 참여 제안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건설업계 강자인 현산의 국적 항공사 인수전 참여 발표는 시장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증시에서 현산 주가는 발표 이후 3일 간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발표 당일 10% 가까이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산 주가가 이토록 약세를 보이는 것은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은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31%와 경영권 프리미엄, 6개 자회사 등을 신주 발행을 통한 유상증자를 합쳐 대략 1조 원에서 많게는 2조 원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주택업계 호황으로 쌓아둔 현금성 자산이 지난 상반기 말 기준 약 1조 6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풍부하고, 부채비율도 114.7%로 건설사 가운데 낮은 편인 것으로 나타나 재무상태가 우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부채가 9조 원에서 10조 원 수준인 것으로 추산돼 인수회사의 재무적 부담을 크게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도 일제히 부정적 전망 내놨다. 증권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부채와 항공사 경험이 없는 운영 리스크를 떠안고 추진하는 비관련 사업 투자라는 이유로 목표주가를 내렸다.
시장에서도 최근 분양가상한제로 건설업에 비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되는 상황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차원으로 추진되는 수익 다각화 전략으로 이해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한편, 현산 측은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면세점, 호텔, 유통, 그리고 최근 인수한 골프장(오크밸리)과의 관련성을 강조하며 인수 후 충분히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현산은 이전부터 영창, 현대EP, 아이파크몰 등 비관련 사업 다각화로 그룹의 사세를 확장해 왔다.
하지만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전 참여가 정몽규 현산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의기투합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현산은 지난해 초 미래에셋금융그룹으로부터 부동산정보 제공기업 '부동산114'를 인수하면서 사업적 관계를 맺기도 했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