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스버그 등 유럽 및 미국산 맥주, 신제품 출시로 일본맥주 빈자리 노려
일본 제품 불매운동 효과로 아사히와 기린 등 일본맥주의 판매량은 급속히 줄어들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그 빈자리는 국산맥주가 아닌 다른 수입맥주의 차지가 되고 있다.
26일 유통 및 주류업계에 따르면, 수입맥주의 주력 판매처인 편의점에서 일본맥주의 판매율은 6월 대비 약 40%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 3년간 부동의 수입맥주 1위 자리를 지켜온 아사히맥주는 1위 자리를 칭따오맥주에 내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 CU의 집계에 따르면, 일본맥주 판매량은 6월 대비 7월(7월 1일~21일) 40.3% 내려갔다. GS25 역시 비슷한 기간 일본맥주 판매량은 38.7% 감소했다고 밝혔다.
수입맥주가 많이 팔리는 또 다른 유통 채널인 마트의 경우도 비슷하다. 지난 25일 롯데마트는 대형 마트 중 처음으로 아사히와 기린 등 일본 대표 맥주 6종에 대해 신규 발주를 26일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신규 발주 중단 등의 가시적 조치는 아니지만, 일본맥주 판매가 급감하면서 재고가 많이 쌓여 당분간 신규 발주를 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업계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주요 편의점들은 맥주 수요가 가장 많은 8월에 ‘4캔에 1만원’ 등 수입맥주 할인이벤트에서 일본맥주를 모두 제외하기로 했다. 특히 GS25는 필스너 우르켈과 코젤 등 아사히맥주가 소유한 유럽 맥주 브랜드도 이벤트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처럼 일본맥주의 하락세가 뚜렷해지지만, 의외로 국산맥주의 상승세는 눈에 띄지 않는다. 편의점에서 일본맥주가 약 40% 감소할 동안 카스와 테라, 피츠 등 국산 레귤러 맥주는 2% 대 상승에 그쳤다. 편의점 전체 맥주 판매량은 6월 대비 4% 가량 늘어났으니, 일본맥주의 빈자리는 거의 다른 수입맥주의 차지가 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일본맥주와 국산맥주는 대체재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맥주의 주력 판매는 ‘4캔에 1만원’으로 상징되는 편의점과 대형마트 수입맥주 코너”라면서, “일본맥주가 그 대상에서 빠진다고 해서 그 자리에 국산맥주가 들어가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즉, 세금체계부터 다른 국산 맥주와 일본맥주는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는 제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도리어 일본맥주 불매운동으로 인해 아사히맥주를 수입하는 롯데칠성음료(롯데아사히맥주 지분 50% 차지), 기린이치방을 수입하는 하이트진로, 산토리맥주를 수입하는 오비맥주 등 국산 맥주기업에겐 이번 일본 맥주 불매운동이 악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본맥주의 빈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유럽 등 수입맥주 브랜드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가장 먼저 25일에는 수입맥주 순위 15위에 그치고 있는 칼스버그가 대형 미디어 컨퍼런스를 갖고 ‘칼스버그 대니쉬 필스너’ 출시를 알렸다. 지난해부터 골든블루를 한국 파트너로 삼은 칼스버그는 신제품 출시와 동시에 공격적 마케팅으로 3년 내 수입맥주 순위 5위 안에 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아사히를 밀어내고 수입맥주 1위에 등극한 칭따오는 부산과 전주에서 열리는 뮤직페스티발에 참여해 이 기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밖에도 하이네켄은 150ml 초소형 캔을 출시했고, 기네스는 홍대 근처에 대규모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일본맥주의 빈자리를 노리고 있어, 일본맥주의 판매 급감은 국산맥주와는 상관없이 다른 수입맥주만의 경쟁으로 귀결되고 있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