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박정원 두산 회장이 새로운 동일인(총수)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이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대림 효성 코오롱 동원그룹은 기존 이준용 명예회장, 조석래 명예회장, 이웅열 전 회장, 동원 김재철 회장은 총수 자리를 유지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자산 5조원 이상 59개 공시대상기업 집단의 총수를 지정해 발표했다.
지난해와 올해 별세한 전 회장이 속한 3개 그룹은 구광모 LG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이 공정위에 의해 공식 총수 자리에 올랐다.
한진그룹의 경우 조양호 전 회장의 작고 이후 내부적으로 동일인을 정하지 못하자, 공정위가 직권으로 조원태 한진칼 사장을 동일인, 즉 총수로 지정했다.
반면 대림 효성 코오롱 동원그룹은 기존 이준용 명예회장, 조석래 명예회장, 이웅열 전 회장, 동원 김재철 회장은 동일인 자리를 유지했다.
이들은 아들에게 경영 승계를 한 후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라는 점에서 공정위의 잣대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제기된다.
이들 그룹은 신임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부친이 생존해 있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그룹 관계자는 “이미 경영승계를 완료했고 전 회장은 지분을 넘기고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음에도 동일인으로 지정한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공정위 측은 “경영권을 내려놨다고 하더라도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 처럼 경영권을 다시 회복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규제기관으로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동일인 지정은 대기업집단 규제를 위한 기초 작업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동일인을 중심으로 친·인척이 최대주주인 계열사까지 대기업 범위를 확정한 뒤 대기업 집중 억제 및 남용 방지 규제를 한다.
현재 자산 5조원 이상의 그룹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자산 10조원 이상 그룹은 상호출자금지, 신규순환출자금지, 채무보증제한,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그렇지만 이같은 규제가 현실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많다.
이번에 공개된 대기업집단을 보면 삼성(414조5000억원) 현대자동차(223조50000억원), SK(218조원), LG(129조6000억원) 롯데(115조3000억원)등 상위 5대그룹이 차지하는 자산 비중은 전체 대기업집단 중 54%나 된다.
자산 10조원이 넘는 기업은 34곳에 불과하고, 30조원이 넘는 기업은 14곳이다.
상위 5대그룹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비중은 각각 57.1%, 72.2%에 달한다.
상위 5위그룹과 다른 대기업집단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음에도 동일한 잣대로 규제하고 있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순환출자 문제는 소멸했고, 채무보증 역시 국제통화기금(IMF)외환위기 이후 사실상 문제가 되는 기업은 거의 없다.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은 사실상 삼성만의 문제다.
실효성 있는 규제는 일감몰아주기 등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정도 뿐이다.
1987년에 생긴 대기업집단 규제 문제는 30년이 지난 이제 시대 변화에 맞게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공정위는 여전히 대기업집단은 재벌개혁과 연동돼 우려가 있는 만큼 제도 폐지나 변경을 검토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 국장은 “기업들이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현재 규제가 기업을 경영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다만 동일인 지정에 관해서는 투명성이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검토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