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가 해외 문화마케팅을 강화하며, 실적부진 타개에 나섰다.
해외에서 아직 긍정적으로 남아 있는 ‘대우’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가전 판매 활로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7일 대유그룹에 따르면, 대우전자가 최근 중국ㆍ칠레ㆍ스페인ㆍ멕시코 등에서 진행한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잇따라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 각 나라별 시장 특성에 따라 드라마ㆍK-pop 행사ㆍ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 등을 홍보 채널로 활용한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대우전자 관계자는 녹색경제와의 통화에서 “국가별 성격에 적합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현지의 문화적 성향에 따라 홍보 채널을 달리 적용하는 등 대우전자의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부드럽게 접근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기의 대우전자...대유그룹 편입 후에도 ‘낙제점’
대우전자는 최근 적자를 면치 못하며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문화마케팅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2006년 파산한 대우전자는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과 매각을 거쳐 대우일렉트로닉스, 동부대우전자로 바뀌는 풍파를 겪었다. 지난해 4월에는 대유그룹이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하면서 대우전자 이름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시장에선 대유그룹 가전 계열사인 대유위니아와 대우전자가 서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대우전자는 지난 편입 1년간의 성적표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업계에선 대우전자가 지난해 69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추정하고 있다. 상장회사는 3월 말까지 실적 등을 공시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대우전자는 비상장사여서 정확한 금액을 발표하지 않았다.
매출은 지난해 8666억원으로 전년(1조145억원) 대비 약 14% 감소했다. 영업손실(408억원)도 70% 늘었다. 연리 10%를 웃도는 고율의 해외 자금을 조달하며 발생하는 이자비용도 적잖다. 대우전자는 지난해 이자비용으로만 218억원을 사용했다고 알려졌다.
회사는 이에 따라 지난 4월25일 “늘어나는 적자로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하기 벅찬 상황에 이르렀다”며 “인건비 절감차원에서 인원 감축을 실시하겠다”는 골자의 공문을 노조에 전달했다. 정리해고는 앞서 3월에 실시한 '희망퇴직'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됐다.
해외 시장서 아직도 통하는 대우의 ‘브랜드파워’...문화마케팅으로 더욱 강화
대유그룹은 현재 대우전자가 겪고 있는 위기 상황을 ‘대우’의 브랜드파워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과거 ‘세계 경영’을 목표로 국내외 시장을 호령했던 ‘대우’의 브랜드파워가 아직 해외에선 남아있다. 실제로 대우전자는 연매출의 70% 이상을 해외 100여국에서 올린다.
이는 파산 후 대우일렉트로닉스, 동부대우전자로 이름이 바뀌면서도 회사가 '대우'를 버리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유그룹은 아예 해외에서의 대우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고려해 12년 만에 대우전자 이름을 부활시켰다.
대우전자가 현재 해외에서 펼치고 있는 각종 문화마케팅도 이 같은 배경에서 기획됐다. 문화마케팅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탁월한 방법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안태혁 창원대학교 문화테크노학과 교수는 최근 논문 ‘기업의 문화마케팅 활동이 긍정적 감정을 통해 고객만족과 고객시민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문화마케팅 활동의 4가지 요인 중 문화판촉 요인을 제외한 문화지원, 문화연출, 문화기업 이상 3가지 요인이 소비자의 긍정적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이어 “문화라는 개념을 광고수단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문화 활동의 전개, 문화 기반의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화, 문화를 강조하는 기업문화의 형성 등을 실천하는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이 소비자들의 긍정적 감정의 형성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대우전자도 이런 문화마케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당장의 판매 실적을 올리는 목적보단 브랜드 제고를 통해 미래 소비자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우전자 관계자는 “가전의 특성상 실구매자의 연령대가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10대와 20대가 주로 참여하는 SNS나 K-pop 행사를 홍보 채널로 활용했다”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켜 미래의 소비자층을 확보하려한다”고 말했다.
점진적으로 브랜드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추후 구매까지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대우전자 관계자는 “문화마케팅이 현재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일정부분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도 “문화 마케팅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추후 반등을 위한 도구로 현재 형성된 이미지가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K-Pop 파티ㆍ유튜브 홍보대사ㆍ왕홍 마케팅ㆍ드라마 제품 노출...온라인 중심의 문화마케팅
대우전자가 문화마케팅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다. 멕시코 시티에서 ‘K-Pop 파티’를 열고 커버댄스 공연, 강남스타일 댄스 콘테스트, 사물놀이 공연과 함께 서예 및 한복 체험 이벤트 등 한류를 소개했다. 당시 1만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이 행사를 찾았다.
올해 2월에는 멕시코시티 파르케 메히코에서 '페스티벌 오리엔탈(Festival Oriental)'을 공식 후원했다. 이 행사는 아시아 문화의 종합적 소개를 목적으로 열렸다.
이 행사에서도 K-Pop 커버 댄스 공연, 사물놀이 공연 등 한류 공연이 펼쳐졌다.
대우전자는 두 축제에서 행사장 전역에 제품 브랜드를 노출시키고, 브랜드 홍보 공간을 운영하는 등 이미지 구축에 적극 나섰다.
대우전자 관계자는 “최근 확산되는 한류 열풍을 고려해 한류 마케팅 이벤트를 주기적으로 기획할 계획”이라며 “현지 특화 가전을 앞세운 밀착 프로모션을 진행, 멕시코 시장에서 인지도 및 판매량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칠레에선 현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유튜브 홍보대사를 공개 선정해 소통 채널을 넓히고 있다. 2명의 홍보대사 모집에 3200명이 넘는 참가자가 몰렸다.
대우전자는 전체 선발 과정을 바이럴 영상으로 제작했다. 전체 동영상 조회수는 70만 건을 돌파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선정된 홍보대사 2명은 신문 및 잡지 광고 모델로도 활동하며, 냉장고와 세탁기 등 대우전자 대표제품 체험 영상도 제작했다. 영상은 SNS를 통해 배포됐다.
지난 2일 중국에서 진행한 왕홍(중국 인터넷 스타를 일컫는 말) 마케팅에선 미니건조기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SNS 유명인이 제품의 소비자 사용기를 올리는 식으로 진행됐다. 1달 동안 370만뷰를 기록했다. 가장 큰 SNS 채널인 웨이보에서는 약 300만뷰를 기록하며 미니건조기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가 높았다.
대우전자 측은 “미니건조기 ‘왕홍 마케팅’을 진행하며 1인 가구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젊은 여성으로부터 다양한 반응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스페인에선 올 초부터 방영 중인 ‘데레쵸아소냐르’란 스페인 공영방송 TVE 제작 드라마에 냉장고,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를 협찬했다. 인기 드라마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고, 기업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구축했다.
대우전자 관계자는 “이런 마케팅 효과가 직접적으로 판매 수익에 어떻게 반영 됐는지는 산정하기 매우 어렵다”며 “ 추후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판매 실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