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금융접근성 제고 필요성 강조"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몇 년 동안 금융권에서 진행 중인 디지털 전환과 점포 효율화 바람을 두고 소비자 금융 접근성 보장 여부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업계가 디지털화와 점포 축소 등의 환경 변화 과정에서 효율화 혜택의 이면에 있는 장애인과 디지털 취약계층 등의 금융접근성 제고 필요성을 형성하고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에서다.
2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은 디지털 전환과 비용 절감에 집중하며 물리적인 점포 등은 축소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이런 현상은 불가피한 추세로 볼 수도 있으나, 금융산업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고려하면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산업은 엄격한 규율 체계의 보호 속에서 국민에게 필요한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도록 위임받은 산업이며, 소비자들의 금융서비스 접근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금융산업이 당연히 수행해야 할 책무"라며 "지난 5년여간 약 1,000개의 점포가 사라지고 약 1만 개의 ATM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금융업계가 소비자의 금융서비스 접근권리를 보장하는 책무를 충분히 고민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본래 취지에 맞게 충실히 이행하고 공동점포, 이동 점포와 같은 다양한 대체 수단을 활성화하는 한편, 고령층 등 취약계층을 위한 디지털 금융교육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26일 은행회관에서 6개 금융협회장과 각 업권 금융회사 소비자 보호 담당 임원, 소비자단체, 장애인단체 등 총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접근성 제고를 위한 금융권 공감의 장'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디지털화와 점포 축소 등 최근 금융업계가 맞이한 환경 변화 과정에서 금융소비자의 접근성 제고 필요성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에서 열려 최근 금융 환경 변화에 관한 분석 등 다양한 주제가 폭넓게 논의됐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접근성 관련 주요 이슈로 은행 점포 폐쇄 추세와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장애인의 금융거래 애로 등을 제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 가운데 최근 5년간 문을 닫은 국내 은행 점포 수는 총 1189개로, 이 중 수도권의 비중은 59.5%(708개), 비수도권의 비중은 40.5%(481개)로 집계됐다. 또한, 이 가운데 4대 시중은행의 비중이 전체 폐쇄 점포의 6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전 세계적으로 금융의 디지털화와 비대면 거래 증가 등으로 오프라인 영업점 축소가 진행 중이나,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 당 은행 점포 수는 지난 2023년 말 기준 12.7개로 OECD 국가 평균(15.5개)을 소폭 밑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향후 은행권과 공동으로 실효성 있는 점포 및 ATM 대체 수단 마련과 이동 점포 활성화 등 점포 폐쇄에 따른 대안을 적극 모색하는 한편, 고령층 디지털 교육 강화와 AI 금융상담 불편 해소, 장애인 응대 매뉴얼 정비, 장애인용 인프라 확충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금융협회장들도 금융접근성 제고를 위해 관행을 개선하고 인프라 확충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점포 축소에 따른 불편 최소화를 위해 창구제휴, 공동 ATM 등의 대체 수단을 적극 강구하고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보조수단 운영과 고령자 교육 확대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과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도 소비자들을 배려하기 위한 고령자 콜센터 대리 안내 제도 마련 등 접근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이행하고 당국과 협력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은 "수어와 채팅 상담, 시각장애인 전용 카드 발급센터 운영, 점자 상품 안내장 제공 등의 노력과 함께 간편 모드를 연말까지 출시하는 등 향후 소비자의 애로와 건의 사항을 적극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도 "모바일앱 간편 모드 도입, 영업점에 고령층과 장애인을 위한 전담 창구 마련 등의 노력을 하고 있으며, 향후 소비자가 저축은행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보이스피싱 예방과 금융교육에 힘써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