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 발표...사업지원TF '관심'
- 향후 삼성 계열사 인사...이부진·이서현 역할 변화하나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사업부장으로 한진만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미주총괄(DSA) 부사장을 선임하는 등 '인적 쇄신'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5일 경영권 승계 관련 2심 재판 최후진술에서 '삼성 위기'를 처음으로 직접 언급한 바 있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인사가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예년 보다 빨리 오늘(27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로운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으로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DSA) 부사장을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만 부사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1989년 삼성에 입사한 후 D램 설계에서부터 개발 및 마케팅 등 반도체 전반 두루 경험을 쌓았다. 지난 수 년간 미국에서 일하면서 엔비디아 등 주요 메모리 고객사와 쌓은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북미 '빅테크' 기업에 대한 집중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과 가전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컨트롤타워인 사업 지원 태스크포스(TF)의 사령탑인 정현호 부회장도 1년 더 삼성을 이끌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의 최대 관심사는 DS부문이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남석우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 송재혁 반도체연구소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주요 사장 중 상당수가 물갈이될 전망이 나온다. DS부문 사업부장 전체가 교체되는 '인적 쇄신'이다.
삼성전자가 DS부문 경영진을 대폭 교체하는 것은 HBM 등 차세대 메모리에서 경쟁력 회복 등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의 '초격차' 위상을 되찾기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일반적으로 12월 초에 사장단 인사를 실시해왔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는 11월 말로 앞당겨 사장단 인사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사장단 인사와 함께 주요 사업부 임원들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오는 29일 임원인사 및 조직 개편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의 역할 변화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서는 '톱다운' 방식 의사결정의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권한과 책임을 분산하는 형태로 쇄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 10월 '2023년 연간보고서 발간사'를 통해 컨트롤타워 재건과 이재용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가 마무리되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 사장단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열사 대부분은 올해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기록해 사장단은 대부분이 유임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생명은 올해 3분기만에 영업이익 '2조 클럽'에 가입하는 등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에서는 4월 경영에 복귀한 이서현 전략기획담당 사장의 역할 확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이서현 사장은 4개 사업부문으로 이뤄진 삼성물산 내에서 현재 특정 사업부를 맡고 있지는 않은 상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범삼성가인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최근 인사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는데 이부진 사장은 정유경 회장보다 두 살 많다.
한편, 이재용 회장은 지난 25일 2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삼성전자 위기론’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쇄신 의지를 내비쳤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안다"며 "누군가는 근본적 위기라고 하면서 이번에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걱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저희가 맞이한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다"며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참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2심 재판 최후진술 최후진술 전문
존경하는 재판장님, 두 분 고법 판사님
올 한 해 동안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변호인과 피고인들에게 충분한 변론 기회를 주시고 양측의 주장을 사려 깊게 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수사와 재판에 관여하셨던 검사님들과 원만한 재판 진행을 위해 애써 주신 법원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최후 진술을 준비하면서 올해 초 1심 판결을 선고받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3년이 넘는 오랜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사실 안도감 보다는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삼성과 저에게 보내 주신 애정 어린 비판과 격려를 접하면서 회사 경영에 대한 새로운 각오도 마음 속 깊이 다졌습니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 곳곳의 여러 기업가들과 각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고 국내외 현장에서 뛰고 있는 여러 임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삼성의 미래를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올해가 저물어 가는 지금 다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간 진행된 항소심 재판은 다시 한번 제 자신과 회사 경영을 되돌아 보고 성찰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하며 많은 시간 자책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업가로서 회사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 왔습니다. 이 사건 합병도 마찬가지 입니다. 합병 추진을 보고받고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주주들께 피해를 입힌다거나 투자자들을 속인다든가 하는 그런 의도는 결단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오해를 받은 것은 저의 부족함과 불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재판부께서 보시기에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온전히 제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평생 회사만을 위해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두 분 고법 판사님
최근 들어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근본적인 위기라고 하면서 이번에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걱정하십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어려움도 삼성은 이겨낼 것이라고 격려해 주시기도 합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걱정과 응원을 접하면서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또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녹록치 않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습니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습니다. 부디 저의 소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말씀드릴 기회를 주시고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재용 회장 삼성물산 합병 1심 최후진술 전문
충분한 변론 기회를 주신데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기 계신 검사님들과 7년 전부터 지금까지 수사와 재판에 관여하셨던 모든 검사님께도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원만한 재판 진행을 위해 애써주신 차 변호관님, 실무관님, 기사님, 저 때문에 오랜 기간 고생하신 법원 경비대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삼성가족 주주님,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도 많은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제가 40대 중반이던 2014년 아버님께서 병원으로 쓰러지신 뒤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번의 영장실질심사와 1년 6개월에 걸친 수감생활도 겪었습니다. 어느덧 저도 이제 50대 중반이 되었고, 1심 재판이 마무리되는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늘까지 106차례의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합병과 로직스의 회계 처리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일들과 목소리들을 보다 세밀하게 보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어쩌다 일이 어떻게 엉클어져버렸을까 하는 자책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와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훨씬 높고 엄격한데 미처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절감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1등 기업,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더 높고 엄격한 기준과 잣대로 매사에 임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 회사 일을 처리하면서 한 번이라도 더 신경 쓰고 더욱 신중하게 살펴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두 분 부장판사님 저에게 많은 불찰과 부족함이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외람되지만 지금 세계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그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하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 기술이 반도체 시장은 물론 전 세계 사업에 영향을 끼치는 등 상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술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일들은 사전에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 전부터 사업의 선택과 집중, 신사업, 신기술 투자, M&A를 통한 모자란 부분의 보완, 지배 구조 투명화 등을 통해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회사의 존속과 성장을 지켜내고, 회사가 잘 되어 임직원과 주주, 고객, 협력회사 임직원,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사랑을 받는 것이 저의 목표였습니다. 두 회사의 합병도 그런 흐름 속에서 추진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차원에서 제가 외부경영자, 저의 주요 주주님들, 그리고 투자기관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이 재판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오해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허무하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이 사건 합병 과정에서 저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습니다. 더욱이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들께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습니다. 저와 다른 피고인들은 이 사건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배구조를 투명화, 단순화하라는 사회 전반의 요구에도 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재판장님과 두분 부장판사님 앞에서 검사님들이 주장하시는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든가, 다른 주주들을 속인다든가 하는 그런 의도가 결단코 없었던 것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두 분 부장판사님. 삼성이 세계 수준의 인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에 몸담아왔던 수많은 임직원들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때로는 비판의 목소리로 삼성을 바라보는 주주님들과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 덕분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 기본적인 책무가 있습니다.
이병철 회장님이 창업하시고 이건희 회장님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신 삼성은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분 회장님들이 경영하실 때와 지금의 경영 환경이 많이 다르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정말 기라성 같은 글로벌, 초강, 초인류 기업과 경제를 협업하면서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를 더욱 선진화시키는 경영, 소액 주주분들에 대한 존중, 성숙한 노사관계를 정착시켜야 하는 새로운 사명으로 주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습니다.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오랜 기간 재판을 받으면서 제 옆에 계신 피고인분들께 늘 미안하고 송구스럽습니다. 만약 이 사건에 대해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말씀드릴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