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물병 2만 1천 개 건져올릴 수 있어
강 속에 상어 한 마리만 풀어 놓으면 매일 버려진 플라스틱 물병 2만 1천 개를 수거할 수 있게 됐다.
이 상어는 그 무서운 바다의 포식자 진짜 상어가 아니라 로봇 상어로, 최근인 3월 중순부터 영국 런던의 신흥 금융 비즈니스 지구인 카나리 워프(Canary Wharf)를 끼고 흐르는 템스강(江)에 투입돼 화재가 됐다.
올 3월 18일 세계 재활용의 날(Global Recyling Day)을 기념해 런던 시 정부는 그보다 며칠 앞선 13일에 카나리 워프 미들독(Middle Dock) 부두에서 자율주행 로봇 상어를 처녀 진수시켰다.
카나리 워프는 하루 평균 12만 여명의 사람들이 일과 쇼핑 등 경제 활동을 하기 위해 방문하는 번화 지구인 만큼, 특히 일회용 커피잔과 점심식사용 음식 포장재 쓰레기가 많이 배출되는 곳이다.
‘웨이스트샤크(WasteShark)’라는 이름의 이 로봇 상어는 환경 테크 혁신 솔루션 스타트업 랜 머린(RanMarine Technology)을 창업한 남아공 출신 사업가 겸 엔지니어인 리처드 하디먼(Richard Hardiman)이 고안한 수상 드론이다.
하디먼 씨는 고향인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지내던 시절, 어부들이 배 타고 바다에 나가 그물로 바닷속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느라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해양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과 해양 쓰레기 수집법 개선의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해양 쓰레기 수거에서 가장 큰 애로 중 하나는 수거 작업꾼들이 한 군데로 모아 놓은 바닷물 위 쓰레기 더미가 약간의 해풍에 쉽게 다시 흩어져 버리는 것이다. 인부들이 애써 한 수고가 말짱 도루묵이 되는 기존 해양쓰레기 수집 방식의 비효율성 개선이 절실했다.
해양 쓰레기란 인간이 무분별하게 내버린 각종 플라스틱 용기와 어부들의 조업 시 바다에 내버리는 어망이나 낚시도구 외에도 해양 생태계에 해로운 해양 조류(藻類)가 두루 포함된다.
웨이스트샤크 로봇 상어는 헤엄치는 동안 활짝 연 입 속으로 흘러들어오는 모든 것을 삼켜 흡입할 수 있는 고래 상어의 커다란 입 모양에서 영감 삼아 디자인됐다.
비유하자면, 룸바(Roomba®) 청소기 로봇이 건물 실내의 바닥을 혼자 돌아다니며 먼지를 빨아들이고, 팜봇(FarmBot, 오픈소스) 정원용 로봇이 알아서 잔디를 깎고 잡초를 제거 작업을 해 주는 것처럼, 웨이스트샤크는 물속의 룸바 즉, 바다와 강 속에 떠다니는 일회용 쓰레기와 잔해물을 건져내는 수중 부상 로봇이라 할 수 있겠다.
영국 내 생태계 보호 표준에 적합하게 청정 수질을 유지하는 수역은 14%에 불과하다고 한다(자료: Thames Water 英 민영 상하수 처리기업).
영국의 강들은 도회 환경의 편의적 소비 생활에서 배출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외에도 농경지 배출되는 화학 오염 물질, 하수도 망에서 유입된 오물, 육상 도로 및 교통망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웨이스트샤크는 강 수질에 환경적 유해 요인이나 오염 ‘제로’를 목표로 설계됐다.
예컨대, 강가에 인접해 있는 카나리 워프의 경우, 이 구역을 진입하는 모터보트나 요트를 포함한 청소용 배는 보통 디젤 연료 구동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강 물에 연료유 잔유물을 배출한다.
반면, 웨이스트샤크는 전지 충전 100% 전력 구동식이며 1회 충전으로 약 5km 주행 가능하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한 번 충전으로 하루 8~10시간 물 청소 작업을 통해 무려 500kg 부피의 수중 잔여물을 수집할 수 있다. 2만 1천 개 플라스틱 물병을 건져 올릴 수 있는 청소력이다.
이렇게 건져올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문 자원재활용 업체에 의해 수집 분류된 후 영구 폐기되거나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재생산된다.
또, 웨이스트샤크는 스마트 수질 환경 정보 수집기 역할도 겸한다.
쓰레기 수거 과정에서 수질 정보를 수집하는데, 예컨대 강, 호수, 운하, 바다를 포함한 모든 수역((水域)의 공해 수준과 해조(algae)량을 측정해 수질 감시 기관이 문제 식별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재 웨이스트샤크 수중 청소 로봇은 두바이, 인도, 태국, 싱가포르, 호주,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작동 시 소음이 거의 없고 강 속과 주변 생태계 야생 서식 동물 침해를 최소화하는데 신경 썼다고 하디먼 씨는 주장한다. 오리나 백조 같은 해상 조류는 수상 로봇을 피하는 습성이 있고, 웨이스트샤크는 물고기 보다 느린 속도로 움직이며 해상 쓰레기를 수거하기 때문에 물고기의 신경을 거슬리지 않는다.
랜마린은 지난 2016년 미래 지속가능한 해양 생태계와 수자원의 활용∙보존∙재생을 통한 경제 성장을 추구한다는 EU 집행위원회 주도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 비전의 모범적 기업 사례로써 인정받아 재정 후원을 받기도 했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