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용진 "신규 프로젝트 본격화 한편 내실경영 집중"
현대百 정지선, 격변의 시대 '리프레이밍' 당부
CJ 손경식 "재무안정성 도모해 적절한 때 과감한 투자"
계묘년 새해 유통 대기업 총수들이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올해는 고금리·고물가 상황 속 경기침체가 전망된 만큼 위기 대응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당부를 전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성장동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유통 빅3 오너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변화’와 ‘혁신’을 공통된 화두로 던졌다. 글로벌 경기위기 속 혁신을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의지를 다진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정기 임원인사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새로운 롯데’를 위한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 미래 경쟁력 창출을 강조했다. 기업환경이 격변하는 가운데 단순한 내실경영 보다 끊임없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기존의 틀을 깨자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먼저 “(지난해) 기업 환경이 격변하는 상황에서도 도전과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며 “대내외 환경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기존 사업 영역과 신규 분야에서 이뤄낸 값진 성과들은 임직원 여러분의 열정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임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어서 올해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긴 안목으로 10년, 20년 후를 바라보며 기업가치를 높이고 고객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한편 우리 사회를 더 이롭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불확실한 미래라도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한데 모은다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우리는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특히 “생존을 위해 자기 혁신은 필수 불가결하며 회사를 성장하게 하는 열쇠 또한 혁신하는 용기”라는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예측하기 힘든 영구적 위기의 시대, 끊임 없이 변화하고 혁신하면서 함께 도전하고 노력한다면 올해는 새로운 롯데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되기도 한다”며 올해 경기위기를 정면 돌파하자고 밝혔다. 특히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 시대에 “고객과의 접점이 큰 리테일 비즈니스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당부했다.
그는 “지난해 신세계그룹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또 한 발 앞으로 나아갔고 신세계 유니버스는 더욱 확장됐다”면서 “2023년에는 모든 관계사들의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한편, 수익성이 담보된 사업구조를 만들어 내실을 다지는 데에 집중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격변의 시대 성장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을 ‘리프레이밍’해 실질적인 효율성을 높이자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신년 메시지를 통해 “글로벌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수요 둔화 등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산업 패러다임 변화 주기가 빨라지는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면서, “위기 극복의 저력을 바탕으로 고객 신뢰를 더욱 확고히 하고, 남들이 가는 길을 따르기보다 우리만의 성장의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당장의 이익에 집중하기보다 '고객이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본원적인 고민을 하면서, 바뀐 경영환경에 맞게 사업의 내용과 방식을 변화시켜야 생존이 가능하다”며 “고객과 시장, 경쟁자의 변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리프레이밍'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잘 살피고 변화의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CJ그룹도 글로벌 경기침체를 도약 삼아 기회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올해 경기 불확실성을 예상하면서도 오히려 큰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 평가했다.
그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정점을 지나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미국 등 주요국 금리 인상 기조는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환경은 위기이자 아주 큰 도약의 기회”라며 “퀀텀 점프해서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로 가느냐, 아니면 단순히 국내시장에 안주해 존재감 없이 쇠퇴해 가느냐는 올해 담대한 미래 전략을 구상하고 철저히 실행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구체적으로 세가지 전략에 방점을 찍었다. 첫째 재무안정성을 공고히 해 적절한 시기에 과감한 투자를 실행할 계획이다. 둘째, 인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육성해나간다. 마지막으로 핵심사업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 지표를 정교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관해 그는 “미래 기술과 고객의 트렌드를 신속히 파악하는 것은 물론 효율성을 위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과감한 R&D투자와 첨단 기술도 확보해야 한다”며 “최고 인재가 오고 싶고, 일하고 싶고 함께 성장하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일 <녹색경제신문>에 “금리인상 영향이 본격화되면 투자감소와 경기침체가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유통업계는 지난해부터 디지털 전환 작업에 박차를 가한 만큼 투자 행보 자체를 멈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는 업계 전반이 투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기존 사업을 효율화하는 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