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진공, 호양회(虎洋會)·위동항운·해운협회 관련 의혹 소명해야
- 기재부·금융위, 191회차 CB전환 관련 의혹 밝히고 HMM 매각 서둘러야
기업의 DNA는 성장이다. 생존과 증식, 성장을 향한 기업 DNA의 투쟁은 오늘의 문명과 과학, 기술, 높은 삶의 질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기업 DNA가 지나치게 치열해 더러는 반사회적, 반인류적이어서 성장에 걸림돌이 되거나 인류를 위기에 빠트리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기업들은 무한성장 DNA에 신뢰와 책임의 강화를 모색한다. 그것은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과 기업이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기업들이 어떻게 ‘ESG’를 준비하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시리즈로 심층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많은 공기업들이 입버릇처럼 ESG경영을 외치고 있지만, 구호만 요란할 뿐 일부 공기업들은 투명한 지배구조와 오히려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공기업의 ESG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민의 혈세가 자본금이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장관 조승환) 산하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김양수)는 최근, ESG경영은 제쳐두고 뜬금없이 2030년까지 자산을 20조원으로 늘리겠다며 '몸집불리기'를 선포했다.
해양진흥공사는 국제해운업계의 치킨게임으로 지난 2017년 한진해운 파산하자 국내 기업들의 수출물류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게 됐다. 해진공은 당시 HMM(舊 현대상선)과 수주절벽에 처한 국내조선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당시 다른 나라들도 일제히 해운업계 지원에 나섰지만, 해양수산부가 있는 나라도 찾기 어렵고, 공기업을 만든 경우는 없었다.
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몸집불리기 행보는 최근 강조되고 있는 ESG경영을 외면하고 '해피아(해수부+마피아) 귀환'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호양회와 위동항운을 중심으로 한 해수부 관료들의 사익 챙기기에 대한 의혹을 털고 사회적 책임과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 2030년 20조원 자산?...뜬금없는 몸집 불리기의 진짜 속내는?
해진공은 지난달 19일 '2030 VISION 선포식'을 개최하고 오는 2030년까지 자산을 20조원 규모로 불리겠다고 선포했다. 해진공은 지난 2018년7월 자본금 5조원으로 설립됐다.
이날 행사에는 송상근 해수부 차관, 안병길 국민의힘 국회의원, 정태순 한국해운협회장겸 장금상선 회장, 김경배 HMM 사장,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강신호 CJ 대한통운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김양수 해진공 사장은 "지난 2018년 7월 해운산업 재건이라는 목표로 설립된 공사가 국민 성원과 해운업계의 도움으로 4년만에 우리 해운업의 위상을 회복하는데 기여했다"며 "2030년 해양진흥공사는 세계를 선도하는 해양금융 리더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정부는 지난 2008년 '해피아(해수부+마피아) 문제'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해양수산부'를 해체해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로 재편한 바 있다.
당시 강무현 전 해수부장관은 여러가지 부패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해진공은 지난 2018년 호양회 출신인 김영춘 전 해수부장관 주도로 설립됐다.
해진공은 '호양회(虎洋會, 고려대출신 해양인 모임)' 출신들이 30년 이상 최고경영자 자리를 독점하고 있고 해운협회와의 특수한 관계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양수 해진공 사장은 조승환 해수부 장관과 같은 '호양회'출신으로, 한중합작법인인 위동항운유한공사(사장 전기정)를 둘러싼 의혹도 해명해야 한다. 창립 이래 32년 동안 중국계기업인 위동항운에 호양회 출신 해수부 고위관료들이 대표이사직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0월 CB전환 관련 법률 개정을 공포하기 하루 전날 영구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의심스운 정황이 있었다. 이는 HMM 경영정상화와 민영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 투명한 지배구조 위해 호양회(虎洋會)·위동항운 관련 의혹 소명해야
HMM 회생 목적으로 시작된 해운재건 과정에서 문재인정부는 2018년 해진공을 탄생시켰다. 해진공 자본금은 5조원으로 책정됐고, 절반이 훨씬 넘는 금액이 HMM 지원에 집중됐다.
당시 호양회 출신인 김영춘 해수부장관과 유창근 HMM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인 황호선 부경대 교수를 사장으로 앉히는 묘수를 썼다. 문 전 대통령 입장에서 해진공 설립을 긍정적으로 판단하도록 유도한 셈이다.
김양수 사장은 조승환 장관과 같은 호양회 출신으로 고려대 1년 선배이자 행시(34회) 동기다. 조 장관은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해진공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이른바 전 정권의 알박기 인사지만, 조 장관은 단 한번도 이에 대해 언급한 바가 없다. 정작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인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대해서는 '알박기 인사'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영춘 전 장관의 후임인 문성혁 전 해수부 장관은 해양대총장을 지낸 오거돈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있다.
호양회 출신인 김영춘 전 장관이 지난해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배경도 해양대동문들의 지지와 무관치 않았었던 것으로 보인다.
호양회는 중국국적의 위동항운유한공사 사장직을 지난 1990년부터 32년간 독점해오고 있다. 초대 사장인 이종순(해운항만청 고위직), 2대 김성수(해수부 차관보), 3대 최장현(국토해양부 2차관), 4대 전기정(해수부 기조실장) 사장까지 모두 호양회 출신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박준영 전 해수부 차관이 5대 사장으로 내정돼 이사회 의결만 남겨둔 것으로 알려져있다. 박준영 전 차관도 호양회 출신이다.
위동항운유한공사는 1990년 한중 합작기업으로 중국의 국영기업인 시노트랜스가 많은 자본금을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한국 지사격인 위동항운은 최대주주인 장금상선을 비롯해 범주해운, DTC 등이 대주주로 있다. 시노트랜스는 장금상선 지분의 82.7%를 보유한 홍콩계 법인 시노코의 지분 50%를 보유해 결과적으로 중국의 국영기업인 시노트랜스는 실질적인 돈줄 역할을 한 셈이다.
중국계 기업인 위동항운유한공사는 매년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대표이사 연봉이 5억원에 이른다. 중국 등록 기업이기 때문에 공시의무가 없어 투명하고 자세한 소득 파악도 쉽지 않은 데다 법인카드 한도도 사실상 무제한이라고 할 만큼 거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기업의 대표이사를 해수부 관료출신들, 그것도 호양회라는 사(私)모임이 30년 넘게 대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한 대목이고, 해수부와 해진공의 수장이 모두 호양회 출신이라는 점도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
▲ 해진공, 외투법인 지원 명분·의도 밝히고 투명경영 실천해야
해운협회(상근부회장 김영무)는 해운재건 과정에서 해진공을 탄생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고, 지금도 해운업계와 해진공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해운업계 최대 인맥인 한국해양대 동문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장금상선은 홍콩 법인인 시노코(지분율 82.7%)가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외투기업이다.
장금상선은 창사이래 지금까지 30년 이상 줄곧 흑자를 이어온 알짜 기업이고, 지난해 말 기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준으로 자산 규모가 10조원에 달한다. 해진공이 장금상선을 지원한 명분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지난해 HMM은 물론, 장금상선, 고려해운, SM라인 등은 모두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다른 해운사들도 기록적인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해운업계의 경영실적은 올해들어 더욱 상승중이며, 연간 고정경비의 수십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해운업계는 향후 수십년 동안 사용할 고정경비를 확보한 셈이다.
▲ 기재부·금융위, 191회차 CB전환 관련 의혹 밝히고 잔여 CB와 HMM 지분 매각 서둘러야
지난해 10월 정부의 금융부문 최고 기관인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는 ‘증권시장 불법·불건전행위 근절 종합대책’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지난해 전환사채(CB) 관련 법규를 개정하고 작년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당시 금융위는 법령 개정이 필요할 만큼 CB전환이 불건전한 이유로 두가지를 들었다. 최대주주에 의한 CB전환으로 기존 지분가치가 지나치게 희석된다는 점과, 전환가액이 낮으면 CB보유자에게 유리해 불공정한 거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이같은 불건전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콜업션 한도를 정하고, 전환가액을 상향조정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결정을 했다. 그러면서 'CB가 최대주주의 편법적 지분확대에 이용되거나, 각종 불공정거래에 악용되는 사례가 억제되고,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보호가 강화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해진공은 지난해 배재훈 HMM 대표를 이용해 법률 공포(10월27일) 하루 전(10월26일)에 CB전환을 공시했다. 이후 12월 6000억원 규모의 CB를 전환해 지분을 늘렸다.
당시 배 대표는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며 6000억원 규모의 191회차 영구전환사채의 조기상환을 요청했으나, 해진공은 공적자금 회수를 포기하고 지분을 늘리는 결정을 했다.
이는 공공기관이 해서는 안되는 '불건전한 금융행위'로, 투명하게 소명할 필요가 있다.
해진공의 사실상 최대주주는 기획재정부(경제부총리 추경호)다. 해수부는 해진공 지분의 약 25%, 기획재정부는 한국산업은행(22.3%), 한국수출입은행(18.8%), 한국자산관리공사(3.6%)를 포함해 70%가 넘는 지분을 가졌다.
또한 금융위는 해진공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가졌다.
해진공이나 해수부가 HMM의 CB문제나 민간에 대한 지분매각 결정권이 있는 것처럼 앞장서는 것은 기재부와 금융위의 직무유기로 보일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기재부와 금융위는 민영화 경험이 없는 해수부와 해진공에 HMM의 미래를 맡기지 말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HMM을 살리기 위해 수조원 규모의 공공기관을 만들었다면,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해진공이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지 못하면 해운업계 전반이 이권 카르텔에 휘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해운물류 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과 무역 중심의 한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크게 약화시키는 위험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