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성공, 어민 마음 잡는 데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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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 성공, 어민 마음 잡는 데 달렸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12.04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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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업과 해상풍력발전 공존’ 주제로 국회 토론회 열려
입지선정 단계부터 어민 등 주민참여 하게 해 수용성 높여야

수산업과 해상풍력이 공존하려면 주민 수용성을 반영하는 절차부터 충분한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바다가 삶의 터전인 어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나서 불안감을 해소하고 보상 절차를 세밀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 제기다. 주민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역이용협의 제도를 개선하는 등 해결 방안도 제시됐다.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수산업과 해상풍력발전, 공존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정운천(바른미래당), 윤준호(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수협중앙회와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주관했다.

‘수산업과 해상풍력발전, 공존 가능한가’ 정책토론회가 정운천(바른미래당), 윤준호(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서창완 기자]
‘수산업과 해상풍력발전, 공존 가능한가’ 정책토론회가 정운천(바른미래당), 윤준호(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서창완 기자]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해상풍력은 지난달 기준 약 10.6기가와트(GW)가 추진되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전기사업 허가를 받은 20곳이 3.2GW, 전기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곳이 7.5GW다. 현재 제주 탐라해상풍력발전이 대표적 사례로 제주도민 약 2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해상풍력은 산림 훼손과 주민 주거지 근접에 따른 이격거리 설정 등 육상풍력이 처한 문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유럽에서도 육상풍력의 성장이 제한되면서 해상풍력이 연간 10% 이상의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육근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4500여 기의 풍력 터빈이 연결돼 누적 설치용량이 18.5GW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원자력발전소 1기의 설비용량이 1~1.2GW인 점을 따져보면 원전 15기 이상 정도의 발전량이다.

그러나 어민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공유수면은 소유주가 특정되지 않는 만큼 토지이상으로 권리 관계가 다양해 이해 관계의 충돌이 더 큰 측면이 있다. 어민들로서는 우려되는 지점도 많다. 대를 이어 지켜온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해상풍력발전기 한 대의 크기가 80m 이상인 만큼 어업권이 보존되지 않으리라는 우려가 크다.

토론회를 주최한 정운천 의원은 “대규모 해상풍력에 대한 경험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급격한 정책 전환이 이뤄지면서 근거법과 제도, 정책 등이 부실하다”며 “입지 선정부터 사회적 수용성 확보까지 미흡한 근거법과 정책을 개선해 진통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어민들이 해상풍력이 들어서게 됐을 때의 우려를 표출했다. 결사항전의 각오(?)까지 다지는 어민들도 눈에 띄었다. 주민 수용성 문제는 해상풍력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동의를 얻어야 할 사안이다. 2010년 ‘해상풍력 추진 로드맵’ 발표 뒤 대규모 발전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던 서남해해상풍력 역시 10년 가까이 흐른 지금 60메가와트(MW)의 실증단지만 개발됐다.

이성태 서남해해상풍력 비대위원장은 “에너지 사업이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다. 어민들은 충분한 대화와 논의, 의견 수렴 과정이 철저히 무시당한 데서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어민들은 보상만 바라는 게 아니라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다가와 우리를 설득하고 이해시켜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공장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민 수용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주민의견 수렴과 반영이 안 되는 절차 ▲일반적 소통방식과 주민참여 ▲정보 공유 부족 ▲불투명한 의사결정과정 ▲해상풍력에 대한 이해부족 등을 꼽았다.

조 위원은 수용성을 확보하려면 입지선정단계부터 어민 등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성 향상, 풍향·환경·어업 정보 데이터를 구축하는 과학적 입지선정 기준 마련 등을 개선점으로 언급했다. 그는 정부가 만든 계획을 주민이 수용하는 게 아니라 수용성 있는 계획을 함께 만들어가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근형 위원은 계획입지 제도 과정에 기존 해역이용자인 어민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을대표 동의서 등의 대표성이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주민 수용성 고려 과정에서도 조업의 축소와 안전사고 우려, 지가의 저평가, 발전구역 외 남획 가능성 등 두루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 신재생에너지 3020 정책의 주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주민 영향 부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면서도 풍력 산업이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언급했다. 국내 풍력 산업이 여전히 낮은 단계의 보급률을 보이고 있고, 발전 용량도 적어 산업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상풍력이 환경 훼손이나 어민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 일이 아닌 공존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심진수 산업부 재생에너지산업과장은 “환경을 훼손하는 발전 방식이 아닌 온실가스(CO2)를 감축하는 등 환경을 보존하는 차원에서 풍력발전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온 어민과 인근 주민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사업이 추진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순욱 해양수산부 해양공간정책과장은 “해양 공간을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팀을 꾸려 용역을 추진하는 등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가고 있다”며 “해상풍력 발전 단지 내 입장 차 등을 두루 고려해 다층적 이해 관계를 포괄하는 정책을 꾸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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