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매장들, “비상식적 수색 방식...불법 ‘성지’ 만연한데, 영세한 개인사업자만 잡아”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KAIT 회장 맡아...“정작 SKT는 단통법 위반하는 지원금 살포”
SK텔레콤이 회장사로 들어가 있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개인휴대폰판매점을 대상으로 월권 수준의 개인정보보호법(개보법) 위반 단속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세 사업자들은 불시에 펼쳐지는 협회측의 강압 제재에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18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개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KAIT의 개보법 과잉 단속 논란이 대두된다.
KAI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산하기관으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권한을 위탁받아 판매점들이 영업 시 필요한 사전승낙제를 관리하는 한편, 단말기유통법(단통법)·개보법 위반 조사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다만, 강제 수색 등을 직접 펼칠 수는 없으며 모니터링 방식의 조사 수준에서 가능하다.
그런데 실상은 KAIT가 직접 매장을 강제 수색하는 것은 물론, 점검 불응 시 영업제한에 준하는 제재를 내리는 등 월권 단속을 강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개인휴대폰판매점을 운영 중인 A씨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오래전부터 KAIT라는 협회에서 2~3명씩 조를 이뤄 휴대폰 매장들을 돌아다니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그러고 매장을 하나 찍고 들어와서는 KAIT에서 나왔다며 당장 컴퓨터에서 손을 떼고 하던 일을 멈추라고 지시한 뒤 수색을 시작한다”라며, “컴퓨터에다 USB를 꽂아 조사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컴퓨터에 개인정보가 있는지 없는지 조사하고, 매장 안에 있는 서랍들도 모두 열어 개인정보가 담긴 서류가 있는지 뒤적인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살펴보다가 개인정보가 기재된 파일이나 서류가 하나라도 적발되면 상점의 코드(각 통신사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인증, 사실상 판매 권한)를 삭제해버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매장에 점주가 쉬는 날이어서 자리를 비워두기라도 하면, ‘지금 당장 나와서 매장 문 열지 않으면 사전승낙서를 날려버리겠다’라는 식으로 협박을 일삼는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A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KAIT의 조사 강도가 사실상 검찰 압수수색 이상의 수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KAIT측은 이에 대해 “판매점주분들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라고 반박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러한 부분은 방통위에서 시장이 과열되거나 대란이 있을 경우 기간을 정해놓고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부분이지, 우리는 아무 권한이 없으며 그런 일이 있다면 경찰에 잡혀가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미스터리 쇼핑’이라고 판매자를 가장해서 매장에 들어가 상담을 받고 그 과정에서 단통법·개보법 등 위반 여부를 감시하는 방식의 모니터링만 진행할 뿐이지, 정부 기관이 아니므로 판매점에 대한 조사권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방통위에서 현장 조사를 나갈 때 조사 지원 차원에서 협회측이 같이 나가는 부분은 일부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피해를 호소하는 개인 판매점주들의 주장은 달랐다. 또 다른 휴대폰 판매점주 B씨는 “방통위가 주도적으로 하고 KAIT 직원들이 같이 나와 조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상 방통위 인원에 한계가 있다 보니 협회측 단독으로 나오는 경우도 파다하다. 심지어 KAIT는 조사 인원들을 민간업체에 외주로 주기도 한다”라고 폭로했다.
실제 단통법 제13조 3항에 따르면, 아무리 방통위에서 주도하는 실사라 해도 조사일 7일 전까지 조사 기간·이유·내용 등에 대한 조사계획을 해당 사업자에게 알려야 한다. 다만, 긴급한 경우나 증거가 분명할 경우로 인정되는 경우만 예외에 해당한다.
“코로나로 건물 폐쇄됐는데 매장문 못 여니까 영업정지라니, 말이 됩니까?”
B씨의 경우 몇 년 전 KAIT로부터 부당한 사전승낙서 철회 처분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B씨는 “코로나 규제가 심할 때 KAIT에서 불시에 우리 매장을 찾아온 적이 있다. 당시 같은 건물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건물 자체가 폐쇄돼 매장문을 열지 못하는 처지였는데, KAIT측에서는 점검에 불응했다며 즉시 사업승낙서를 철회 조치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KAIT에 전화하자 직원이 하는 말이, 협회에서 하는 조사는 코로나와 상관없으며 이런 경우가 어디 있냐고 따져봐도 영업을 그만두라고 되풀이할 뿐이었다”라며,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 없어 국민신문고에 이 일을 신고했으며, 당시 방통위와 과기부, 노동청까지 안내받은 뒤에야 방통위 단말유통조사과에서 직원이 전화와 민원을 받아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 KAIT측에서도 다시 연락이 와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사전승낙서를 복구해달라는 요청에는 불응하며 재실사를 받아야 한다고 안내했다”라며, “자영업자는 억울해도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재승낙을 받았다”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재승낙을 받은 뒤 어렵게 매장 운영을 다시 시작한 뒤에도 KAIT의 실사는 계속됐다고 한다. 한번 낙인을 찍힌 뒤 집중 감시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B씨는 “너무도 분통이 터져 KAIT측에 전화해 ‘자영업자 다 죽으라는 거냐’고 호소한 적도 있었다. 그러자 협회 직원은 ‘협박하는 거냐’고 되묻더라. 방통위는 또 KAIT가 이런 식으로 수사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장사도 안 되는데 장사를 못 하게 하는 정보통신진흥협회가 어디 있는지 답답할 뿐이다”라고 읍소했다.
불법 성지 비롯해 SKT도 단통법 위반 만연...“왜 선량한 영세사업자만 잡나요?”
KAIT가 방통위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는 주된 업무는 사실 전국 휴대폰 판매점들의 단통법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이른바 ‘불법 성지매장’을 적발하는 일이다.
개인휴대폰매장을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KAIT가 집단적으로 운영되는 불법 성지매장은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성지매장도 개인사업자이지만 자체적으로 매장끼리 뭉쳐서 만든 연합 형태로, 집단이다 보니 개인으로 운영하는 영세사업자들보다 입김이 센 편”이라며, “KAIT가 하는 주된 일은 이렇게 단통법을 위반하는 불법지원금을 일삼는 성지매장을 잡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대놓고 당근마켓이나 네이버 카페 등을 이용해 단가를 올리는데, 사실 단통법상 이런 단가표를 올리면 법에 걸리게 돼 있다. 매번 우리 자영업자들이 모인 이동통신협회에서 성지매장을 신고하고 제보해봐도, 바뀌는 건 없다. 일반 매장만 불시 수사로 잡고 다니면서 영업정지를 시키고 과태료를 물리는 등 제한을 주고 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문제는 KAIT의 회장사를 맡은 SK텔레콤조차도 이미 단통법을 위반하는 불법지원금이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KAIT는 현재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회장을 맡고 있으며, 앞서 2008년부터 8대째 이 회사가 회장사를 맡고 있다.
실제 기자가 SK텔레콤의 공식 온라인 판매처인 ‘T다이렉트샵’ 고객센터에 전화해 갤럭시S22 기종을 구매할 시 받을 수 있는 추가 지원금 액수를 문의했을 당시, 고객센터 측은 공시지원금 55만원에 24만 7900원을 추가 지원금으로 더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홈페이지상으로는 추가 지원금 명목이 안나와있지만, 유선으로 본인인증시 이를 안내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지난해 개정된 단톡법상 사업자는 공시지원금의 최대한도 30%까지만 추가 지원금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최대로 지원할 수 있는 추가 지원금은 16만 5000원 수준이다. 명백히 단통법을 위반한 사안이다.
A씨는 “가입자에게 20~30만원을 추가 지원해주는 일들이 매장에서 암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매장을 규제하는 곳이 KAIT이고, KAIT는 SK텔레콤 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협회인데, 개인매장들은 득달같이 잡으면서 정작 본인들은 그렇게 불법지원금을 살포하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인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KAIT는 회장사 SK텔레콤을 비롯해 KT와 LG전자가 부회장사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이 이사사를 맡는 등 임원사로 구성돼 있으며 이외에도 삼성전자, 삼성SDS, SK텔링크 등이 일반 회원사로 들어가 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여기저기단가표 올리는데
그런건 단속안하고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