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이 재생에너지 진출하면 재생에너지 산업생태계 망가질 것"
- "한전 전력시장 독점은 법률적으로도 문제...전력시장 강제주의는 위헌"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국내 환경운동을 이끄는 젊은 리더 중 한명이다.
김주진 대표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8년 동안 여러 건의 에너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리고 지난 2016년 기후솔루션을 설립해 국내외의 여러 환경단체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 제안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녹색경제는 17일 성수동에 자리한 기후솔루션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나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 대안을 물었다...<<편집자 주(註)>>
▲태양광 풍력 등 여러가지 재생에너지 중에서 현재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태양광이다. 해마다 발전단가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검증이 됐다는 의미다.
일반인도 부동산 투자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그만큼 잠재력이 있다.
국내 태양광 발전사업의 보급 용량은 최근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100MW(메가 와트) 단위 이상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의 본격화와 함께 여러가지 지원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태양광 발전 신규 보급 규모는 지난 2016년 909MW에서 지난 2019년에는 3789MW로 4배 정도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크다.
▲태양광 발전이 지금보다 충분히 이뤄지려면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한지 지적하신다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이격거리 규제다.
이격거리 규제가 확산되면서 1MW이하의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 개발이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이격거리를 최소화하고 각 지자체별로 각기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 (규제) 기준을 일원화해야 한다. 그러면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도 활성화될 수 있다.
이격거리가 멀어지면 그만큼 전력생산 단가가 높아지게 되고, 전력생산 효율이 떨어진다.
산업자원부에서도 이 부분을 개선하고 싶어하지만, 지자체가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강제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는 중앙정부에서 법률로 정해달라는 입장이다. 지자체장은 선거로 선출되기때문에 지역주민들의 민원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지역주민들 입장에서는 태양광발전을 애써 해야할 이유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중앙정부에서 법률로 정해주면 주민들에게 할말이 있다는 얘기다. 산업부 담당자들도 하고 싶어하는데, 현재는 권고적 규정밖에 없어서 청와대에 얘기를 했는데, 단칼에 거절당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해 행정편의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중앙정부의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이 없고, 인센티브는 미흡하다. 지역주민들은 민원을 제기하고 결정권은 그들이 선거로 뽑는 지자체장에게 있다.
그러니까 토지비용과 이용료가 낮은 농촌에서 태양광 발전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그게 어려운 구조다.
태양광 불모지였던 베트남은 불과 2~3년만에 이미 우리나라를 훨씬 추월했다. 주택 옥상에서 하는 태양광 발전 규모가 우리나라 전체 태양광 발전과 맞먹는다.
태양광 발전 기술이나 토지가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태양광 발전을 하기 위한 법률과 제도, 사회적 인식같은 소프트한 부분이 더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최근, 한국전력의 재생에너지 시장 진출에 대해 적극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유가 궁금하다.
한전의 전력시장을 독점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만일 SKT와 LG 유플러스가 없는 이동통신시장에서 KT가 망과 전화서비스를 독점한다고 전제를 하고, KT가 컨텐츠 시장의 80%를 과점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때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절대강자인 KT와 경쟁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해 넷플릭스가 도망갈 것이다. 그러면 재미있는 컨텐츠가 성장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우리가 만든 좋은 컨텐츠를 해외에 알릴 수도 팔 수도 없게 되고, 해외 컨텐츠도 제한적으로 접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만일 한전이 재생에너지 시장을 독점하면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혁신은 없어지고, 산업생태계는 망가질 것이다. 한전을 제외하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자는 거의 없게 된다.
이런 논의가 정치권에서 진행되는 것 자체가 비극적이고 이해하기 어렵다.
대개의 나라에서는 전력망과 발전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권한을 하나의 기업이 독점하게 하지 않는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는 오래 전에 언번들링(unbundling)을 해서 (발전·송전·배전)망을 소유는 하되 운영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송·배전망 소유와 발전을 분리해야 하고 전력 판매권도 분리해야 한다. 지금은 한전이 다하고 있다. (한전이) 재생에너지 시장까지 진출하게 되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다.
재생에너지산업 생태계가 망가질 것이다. 환경단체들 뿐 아니라 민간발전협회 같은 곳에서도 극구반대하는 입장이다.
▲한전의 전력시장 독점은 법률적 관점에서 문제가 없는지
법률적으로도 독점에 대한 문제가 있다. 전기판매사업을 독점하는 것과 전력시장 강제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전력시장 강제주의는 주식거래로 치자면 장외거래는 허용하지 않고 장내거래만 허용하는 것이다. 현재는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해서만 극히 일부 허용하자는 법안이 올라가 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현재는 전력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전력을 판매하면 형법으로 처벌된다. 국내에서 전기사업자가 강제전력시장 외에서 전력을 거래하는 경우 3년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지난 2001년 한전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발전과 판매 등으로 분리할 당시에는 전력시장 개편을 조기정착하자는 이유로 한시적인 전력시장 강제주의를 만들었다. 당시 4단계까지 전력시장 개편 계획을 마련했지만, 실제로는 1단계에서 멈춘 채 지금까지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흐르다보니 이 (강제주의) 구조에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생겼다.
원래는 전력시장 강제주의를 지속하자는 것이 아니라, 전력시장의 조기정착 및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산자부가 1999년 2월 발표한 '전력산업구조개편 참고자료에 나와 있다. 같은 자료에는 장기적으로는 전력공급과 가격에 대한 소비자선택권의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전력직거래의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했다. 자유로운 직거래로 전환하자는 계획을 마련했는데, 1단계에서 멈춰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분석해보니 위헌소지가 있었다. 소비자의 자기결정권과, 전기사업자 계약의 자유와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력시장 강제주의를 폐지하고 자유계약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김주진 대표는 >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 미국 조지타운대 환경법 박사를 취득했다. 사법시험 47회, 사법연수원 37기로 8년 동안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했다. 지난 2016년 기후솔루션을 설립했다.
<기후솔루션은>
효과적인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지난 2016년 한국에서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다. 에너지 ∙ 기후변화 정책과 관련한 법률, 경제, 금융, 환경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국내외 비영리단체들과의 긴밀한 협력 하에 활동하고 있다.
下편에서는 석탄·가스·수소·바이오매스·탄소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편집자>>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