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원자가 결합해 분자가 탄생하는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위해서는 펨토초(1000조 분의 1초)의 순간을 관측해야 한다. 이를 응용하면 효율 좋은 촉매를 만들거나 단백질 반응과 관련된 신약 개발에 응용할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이효철 부연구단장(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원자가 결합해 분자가 탄생하는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연구팀은 펨토초의 순간을 관측하기 위해 특수 광원인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X-선자유전자레이저(펨토초 엑스선 펄스)를 이용했다. 화학결합을 형성하는 분자 내 원자들의 실시간 위치와 운동을 관측했다.
물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원자들은 화학결합을 통해 분자를 구성한다. 원자는 수 펨토초에 옹스트롬(1억 분의 1cm) 수준만 움직이기 때문에 그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기는 매우 어렵다. 연구팀은 이전에 분자결합이 끊어지는 순간(Science, 2005)과 화학결합을 통해 분자가 탄생하는 순간(Nature, 2015) 분자의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관측한 바 있다. 이번에 세계 최초로 화학반응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의 원자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화학반응의 시작인 반응물과 끝인 생성물은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구조를 유지한다. 반응과정의 전이 상태(transition state)의 경우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형성되기 때문에 관찰이 더 까다로웠다.
연구팀은 기존보다 더 빠른 움직임을 볼 수 있도록 향상시킨 실험기법과 구조 변화 모델링 분석기법으로 금 삼합체(gold trimer) 분자의 형성과정을 관찰했다. 그 결과, 세 개의 금 원자를 선형으로 잇는 두 개의 화학결합이 동시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한 결합이 35펨토초 만에 먼저 빠르게 형성되고 360펨토초 뒤 나머지 결합이 순차적으로 형성됨을 규명했다.
화학결합이 형성된 후 원자들이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고 원자들 간의 거리가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진동 운동을 하고 있음도 관측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단백질과 같은 거대분자에서 일어나는 반응뿐 아니라 촉매분자의 반응 등 다양한 화학반응의 진행 과정을 원자 수준에서 규명해 나갈 계획이다.
제1저자인 김종구 선임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연구한 결과 반응 중인 분자의 진동과 반응 경로를 직접 추적하는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을 완성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다양한 유‧무기 촉매 반응과 체내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반응들의 메커니즘을 밝혀내게 되면 효율이 좋은 촉매와 단백질 반응과 관련된 신약 개발 등을 위한 기초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구제학술지 네이처(Nature) 온라인 판에 6월 25일 0시(논문명: Mapping the emergence of molecular vibrations mediating bond formation)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