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장수 기재부 차관보·정책통 이력에도...금융회사 경영 경험은 전무
- 농협금융 은행 의존도 70% 넘는 수익구조...비은행 부문 강화 '과제'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NH농협금융지주가 이찬우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며 새 경영체제를 출범했다. 금융당국 수장 출신의 새 수장 선임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기대와 함께 관료 출신의 실전 경영 경험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이찬우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회장 후보로 추천하고, 이어진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을 확정했다. 기획재정부 차관보와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역임한 금융 정책통인 이 회장의 임기는 2027년 2월 2일까지다.
지난해 9월 시작된 경영승계 절차를 통해 이뤄진 이번 인선에서 임추위는 내·외부 후보군을 대상으로 경영 능력과 전문성을 심사했다. 임추위는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춘 이 회장을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이 회장은 같은 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를, 미국 예일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66년 경북 영덕 출신인 그는 21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동생이기도 하다.
1987년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 회장은 대통령 정책기획수석·민정수석 비서관실 행정관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근무를 거쳤다. 이어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과장, 기획재정부 미래사회정책국장, 경제정책국장을 역임했으며, 2016년 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기재부 차관보를 지내며 최장수 기록을 남겼다.
또한 이 회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자영업자, 일자리 등 핵심 경제정책을 주도했으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재직 시절에는 금융산업 전반에 걸친 전문성과 통찰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금융권은 '이찬우號'의 새로운 도전을 주목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이 순이익의 71.5%를 은행 부문에 의존하고 있어 수익 구조 다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와의 시너지 강화를 통한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이 새 경영진의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관료 출신 인사의 실전 경영 경험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 금융사 경영 경험이 없는 인사가 복잡한 금융지주 경영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과거 관료 출신 CEO들이 보여온 한계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말 회장 내정 후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 절차를 거쳐 이날 공식 취임했다. 취임식은 별도로 열지 않고 취임사로 대체할 예정이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