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처리되지 않은 11차 전기본때문에 2050 원전 중장기 로드맵 그리지도 못해
한전 한수원 갈등에 유럽 시장 철수까지... 난관 타개할 정치리더십마저 부재
[녹색경제신문 = 박성진 기자] 오는 3월 체코 정부와의 두코바니 신규원전 2기 건설 사업에 대한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지만, K 원전업계에 내우외환이 계속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원전관련 정책과 로드맵 설정이 지연되고 있다. 전기본이란, 우리나라의 전력 수요와 공급을 장기적,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국가의 기본 계획으로, 얼마나 많은 전력이 필요할지, 어떤 방식으로 전력을 생산할지, 전력망은 어떻게 구축해야 할지 등을 총체적으로 2년에 한번 점검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해부터 재생에너지 비중확대와 원전 축소를 주장하며, 전기본 처리를 차일피일 미뤄왔고, 이에 정부는 원전 수립 개수를 하나 줄이기도 했지만, 갈등이 지속되다보니 이미 역대 제일 늦게 처리될 전기본이라는 기록마저 세웠다.
여야는 전기본 처리를 오는 19일로 예정하고 있지만, 이미 시기가 늦어져 업계에서는 차라리 2년마다 세우는 전기본 특성상 이번 11차를 건너뛰고, 12차 전기본으로 가는게 낫다는 의견도 나올 정도다.

전기본이 표류하자 산자부에서 추진 중인 2050 원전 중장기 로드맵도 실현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원전 생태계산업 활성화를 위해 로드맵 수립을 천명했지만, 여전히 공백상태인 것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녹색경제에 “전기본이 아직까지 국회에서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작년 말에 주도한 ‘2050 원전 로드맵 수립’도 올스톱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적으로 원전 지원만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전-한수원, 원자력 주도권 갈등 여전
국내 원전업계의 가장 큰 형님인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사이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 2009년 성공적으로 수주한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건설사업 수행과정에서 한수원의 초과 공사비 약 10억 달러 청구를 두고 두 기업간 갈등이 생긴 것이다.
부채에 허덕이는 한전이 돈을 바로 주기엔 어렵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원전 산업을 둘러싸고 두 기업간 오래된 부주화가 존재한다. 한전은 한수원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지만, 자회사 한수원이 원전 건설과 운영, 국내 해외 사업 등을 총괄한다.
하지만, 탈원전 이후 탄력받는 원전사업에 대해 주도권을 두고 갈등 조짐이 생긴 것이다. 이런 양분화 된 구조 때문에 자회사이지만 융화되기 어렵고, 원전 관련 중장기 정책 수립이나 실행, 해외원전 수주 같은 큰 프로젝트에서 단일화 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이에 지난 5일 김동철 한전 사장과 황주호 한수원 사장이 직접 만나 협상을 진행하고 실무진에 넘겼지만, 탄핵정국으로 인해 적극적인 중재와 협의를 이끌어 나갈 정치적 컨트롤타워가 없으니 힘이 실리지 않는 모습이다.

그 사이 스웨덴 슬로베니아에서 원전 사업 철수… 폴란드 시장 상황도 아리송하게 변해
그 사이 스웨덴, 슬로베니아에서 원전 수주 입찰을 포기했고, 강하게 추진하던 폴란드 원전 사업도 정권이 바뀌면서 흐름이 미묘하게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2년 폴란드와 20조원 규모로 원전사업협력의향서를 체결했지만, 폴란드 정권교체 후 해당사업을 재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와 업계가 적극 대응해야하지만, 실상은 그럴 동력이 없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전기본 확정하고, 정국 안정되야 K원전도 힘받아”
한편, 지난 1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분쟁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하면서, 그동안 K원전 앞에 있던 큰 걸림돌 하나가 제거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한, 그동안 미뤄왔던 11차 전기본 역시 오는 19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의 보고될 계획이다. 이번에 보고될 내용은 신규 원전 2기와 SMR 1기의 '2+1 계획'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계속 반대해온 민주당은 전기본이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하고 보고를 받겠다고 입장을 피력하고 있으며, 19일에 보고가 되면, 이어 21일 전력정책심의위원회 심의에서 통과되면 11차 전기본은 역대 전기본 중 제일 늦게 확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큰 걸림돌들이 하나씩 제거되면 원전업계도 조금은 숨통이 트일 것"이라 말했다.
박성진 기자 po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