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명작, 배틀필드V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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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명작, 배틀필드V 리뷰
  • 김형석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18.11.2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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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실감나는 2차 대전 전장 체험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 Inc., 이하 ‘EA’), DICE(EA Digital Illusions CE AB, 이하 ‘DICE’)의 배틀필드가 2차 대전으로 돌아왔다. EA는 1차 대전을 다룬 배틀필드1을 통해 이미 극강의 그래픽과 전투 플레이를 선보여, 전세계 FPS(1인칭 슈팅게임)팬들을 열광시킨 바 있다.

신작 배틀필드V는 강화된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을 사용하여, 건물이나 지형 지물 파괴 시 날리는 먼지, 파편 등 더욱 사실적인 효과를 감상할 수 있다. 배틀필드 전통의 '워테이프' 오디오는 폭발음, 사격음, 그리고 비명까지, 미쳐 돌아가는 전쟁터의 소음을 효과적으로 재현하였다.

귓가를 스치듯 지나가는 MP40의 총탄음과, 사방에서 터지는 폭탄에 흔들리는 고지를 향해 달려간다. 슈튜카의 폭격으로 무너진 막사의 흙먼지가 시야를 가려, 총구를 어디로 겨눠야 할 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 그 때 움직이는 희미한 그림자를 향해 스텐 기관총을 난사해 적을 처치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잠시 후 고막을 향해 날아오는 듯 오싹 소름이 돋는 총소리와 함께, 독일군 저격 소총탄에 맞아 쓰러지고 만다.

전장의 혼란 속에서 더욱 또렷하게 전해오는, 총기의 질감, 사격의 소음, 반동, 그 세세한 느낌이 군대 다녀온 한국 남자로서도 섬찟할 정도다. 그런데, 총기 사고 날 때 마다 욕먹는 FPS 게임이라 비난을 피하려고 그랬을까? 이렇게 잘 만들어 놓고 엉뚱하게 여성을 메인 캐릭터로 등장시켜, 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 세분화된 병종과 진화된 분대 전술 게임플레이

돌격병, 보급병, 정찰병, 의무병 등 4개 병과별 특기가 더 풍부해지고, 2차 병종으로 진화할 수 있게 됐다. 돌격병은 경보병과 탱크 버스터, 보급병은 공병과 기관총 사수, 정찰병은 저격병과 수색병, 그리고 의무병은 야전 의무병과 전투 의무병으로 각각 특화된 병종으로 레벨업할 수 있다.

돌격병은 소총, 정찰병은 저격총, 이런 식으로 병종 별로 사용 가능 무기가 다르고, 각자 특기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보급병은 탄약을, 의무병은 구급상자를 보급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은 이전 배틀필드 시리즈와 같다.

달라진 점은, 같은 분대원이라면 의무병이 아니더라도 쓰러진 동료를 되살릴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치료에 걸리는 시간이 의무병에 비해 2배 가량 길고, 다른 분대원은 소생시킬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분대 단위 협력 플레이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분대장은 분대가 전투를 통해 모은 점수를 사용하여, 보급 용기, 보병전투차, 전차, 미사일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 강력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제이션의 '정치적으로 올바른 게임'

1인칭 시점이라 정작 게임 중에는 볼 수 없지만, 자기 캐릭터를 취향대로 꾸밀 수 있는 옵션이 강화되었다. 전작의 개인화기 커스터마이제이션은 물론이고, 얼굴, 군복, 철모, 위장 등 다양한 옵션을 사용하여 자기만의 캐릭터를 완성시킬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전작까지는 백인, 흑인, 무슬림 등 인종을 고를 수 없이 지정된 대로 써야 했는데, 이번 작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여성도 추가되어 여러가지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EA, 다이스는 지난 배틀필드1에 흑인을 메인 캐릭터로 등장시켜 논란 거리로 만든 데 이어, 이번엔 여성 캐릭터를 표지에 내세웠다. 특히, 의수를 단 여성 군인이 2차 대전 전장을 누비는 소개 영상이 나간 후, 게임 게시판이 EA를 비난하는 글로 뒤덮이는 등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016년 한국에서 벌어졌던 '클로저스(넥슨 퍼블리싱)'의 성우 사건 당시의 충격을 연상하시면 되겠다.

하지만, EA의 부사장 패트릭 쇠더룬트(Patrick Soderlund)는 이에 대해 '교육을 못받은(uneducated)' 자들이라 공격하고, 사기 싫으면 사지 말라는 막말을 해 게임 커뮤니티 전체를 등돌리게 했다. 이후 EA의 주가는 7월 18일 148.93달러에서 폭락을 거듭해 11월 23일 82.67달러로 44% 가 하락, 약 20조의 기업가치를 상실했다. 현재 쇠더룬트 부사장은 EA를 사직했고, 내년 3월 넥슨의 이사로 합류 예정이다.

◇ 배틀필드V는 사상 최고의 2차대전 게임이 될 수 있었다.

버그 문제가 아니었다. 배틀필드V의 버그들은 예전 시리즈인 4나 1에 비해 심각한 것들도 아니었고, 여성 군인 등장을 비판하는 팬들조차 개발사 DICE의 실력을 믿고서 빠른 패치만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더구나 이번 작은 DLC 맵의 유료 판매를 포기하고, '전쟁의 흐름(Tide of War)' 시스템을 통해 시즌 별로 맵과 게임 모드를 무료로 제공한다. EA가 일반 유저들의 비판에 수긍하고 게임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4개월 간 예정된 것만 해도, 벨기에와 그리스 맵 2개, 컴바인드 암즈, 러시, 분대 컨퀘스트, 배틀로얄 등 모드 4개가 전부 무료로 제공된다. 그리고, 누구나 기대하고 있는 미군, 소련군과 맵이 추가된다면 이 이상 완벽한 2차 대전 전투 게임은 없을 것이다.

싸늘하게 식은 팬들 앞에 출시된 이 2차대전 전투 게임은 야전 전투 부대 대략 절반이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총 쏘는 내내 옆에서 여성의 비명 소리를 들어야 하는 비극이 펼쳐졌다. 다행히 음성은 한글화되지 않아서, 미국인 게이머처럼 거부감이 들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2차 대전의 분위기를 거의 완벽하게 표현해 내는데 성공해 놓고도, 엉뚱한 정치적 신념에 빠져 게임 출시에 찬 물을 끼얹은 EA와 DICE의 자충수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김형석 게임전문기자  gam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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