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소극적이던 중소형 증권사들에게 '숨통'트이나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에게는 아직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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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신문 = 유자인 기자] 11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025년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가치제고계획인 밸류업 프로그램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인력과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들의 밸류업 부담이 줄어들을 전망이다. 다만 이런 지원에도 부동산 PF 등으로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에겐 여력 부족으로 밸류업 공시를 하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중소형 증권사들, 밸류업 지원에 ‘환영’
정은보 이사장은 이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꾸겠다”며 밸류업 정책의 확고한 정착을 위한 방안을 나열했다.
이중 “밸류업 우수기업을 선정‧표창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며 “기업 간담회‧컨설팅 확대, 밸류업 펀드 투입 증대 등 정책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에게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부담이 줄어 ‘숨통’이 트일 예정이다.
지난해 초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대표적 수혜주인 금융권의 주가가 올라갔다.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1월 5만원을 밑돌던 주가가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인 2월에는 6만원으로, 10월에는 1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12월에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나선 대형 증권사들 위주로 밸류업 공시가 이뤄졌다. 금융감독원 공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이 지주에 묶여 공시를 마쳤고,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키움증권 역시 공시했다.
당시 중소형 증권사들은 이와 반대로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iM증권과 BNK투자증권, 유안타증권과 DB금융투자는 밸류업 공시를 마쳤다. 이후 현대차 증권이 올해 1월에 밸류업 공시를 마쳤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밸류업 공시에 적극 나서기엔 어려움이 있다. 밸류업 계획을 구상하는 데에 별도의 인력이 필요하고, 현재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PF 여파로 주주친화 정책을 펼칠 여력이 없다. 아직 밸류업을 이행하는 기업들에 대한 혜택도 확정되지 않아 무리할 필요가 있냐는 의문도 있었다.
다만 정은보 이사장의 위와 같은 인센티브 제공으로 조금 숨통이 트이는 분위기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 역시 발표는 안했지만 내부적으로 준비중이었다. 중소형 증권사라고 해서 여력이 매우 부족한 것은 아니다”라며 “지원책이 있으면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중소형 증권사 뿐만 아니라 업계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에 처한 중소형 증권사... 일부는 지원에도 밸류업 ‘무리’
밸류업 공시를 통해 주가가 오르면 중소형 증권사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현재 주요 사업이었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의 업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해 중소형 증권사들은 여전히 저조한 실적 속에 고난을 겪고 있다.
높은 부동산 PF 부담을 가지고 있던 중소형 증권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순수익이 1조원 수준으로, 과거 최대 분기 실적 1조8000억원 대비 52%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된 IB 사업부문의 대손 비용은 7000억원에 달했다. 부동산 PF 사업부문에서 중‧후순위에 익스포저를 보유해 손실이 현실화되어 IB 사업부문에서 큰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특히 SK증권은 지난해 6월 기업 신용등급 및 파생결합사채 신용등급, 후순위사채 신용등급이 각각 한단계씩 강등됐고, 다올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11월 기업어음 및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이 한단계씩 낮아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두 증권사는 과거 부동산 PF관련 사업을 높은 비중으로 진행해 충당금 부담이 타 중소형사에 비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형 증권사들 중 일부는 밸류업 공시를 할 여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남은 이익이 있어야 주주에게 환원을 할 텐데 지금은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부동산 PF시장의 불황으로 인한 여파가 지속되면서 밸류업 관련 여러가지를 진행하려고 해도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원은 있으면 좋겠으나 지금 시점에서는 밸류업은 최우선 과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유자인 기자 pol@greened.kr